상세 컨텐츠

본문 제목

벌초 길, 고향 길

전원일기

by 문성 2018. 9. 20. 12:46

본문

들판이 황금빛으로 변한 지난 주말 벌초를 다녀왔다.

 

몇 해 만이다. 지난해는 대상포진에 걸려 몸이 아파 가지 못했다. 그 전 해도 사연이 있었지만 벌초를 못한 건 모두 내 탓이다.  가고자 했다면 난관을 이기고 다녀왔을 일이다. 세상만사 마음 먹기에 달렸다.  

 

새벽5. 어둠속에 아내와 집을 나섰다.

남양주 진접 집을 나서 중부고속도로와 경부고속도로를 타고 가다 추풍령 휴계속 IC로 빠져 경북 금릉군 지레와 대덕을 지나 고향 마을로 향했다.

 

중부지방은 굵은 비가 내렸다. 남쪽으로 내려가니 빗줄기가 가늘었다. 하늘도 고향가는 길이어서 배려해 주나보다.  중간 휴계소에서 우동으로 아침을 먹었다.

 

10시경 고향 마을 숙부님 댁에 도착했다. 고향은 언제가도 마음이 편하다. 내가 태어난 곳이고 자란 곳이다.  부모님이 잠 들어 계신 곳이고 나도 그곳에서 부모님과 상봉할 장소다잠시 후 부산에서 두 여동생과 조카가 뒤이어 도착했다.

 

숙부님 댁에서 잠시 쉬었다가 조부님과 조모님 그리고 부모님 산소를 다녀왔다.

예전에는 사람들이 나무를 하거 산에 자주 다녔지만 지금은 나무할 일이 없다.  산소 가는 길조차 찾기 어려울 지경이다. 

 

한 달 여전 부모님 산소를 부산 두 여동생이 와서 벌초를 한 덕분에 그나마 산소 가는 길이 수월했다. 여동생들은 아들 같은 딸들이다.  잔을 올리고 낫으로 벌초를 하면서 산소 주변을 정비했다. 

 

 

비가 오락 가락했지만 벌초하기에는 오히려 좋은 날씨였다. 여동생이 비닐 우의를 준비해 왔기에 비가 많이 내릴때는 우의를 입고 벌초를 했다. 벌초를 하고 내려오다 마을 친척집에 들러 인사를 했다. 모두 반가웠다.

 

일부는 객지 생활을 청산하고 귀향해 과수를 재배하고 있다. 산천은 그대로지만 이제 얼굴 아는 이가 별로 없다. 젊은이들은 모두 객지로 나가고 예전 알던 노인들은 청산으로 가셨다. 이제는 추억만 남은 고향 마음이다.

 

 

뒤늦게 남동생과 조카 내외가 시골로 왔다. 조카 며느리가 오전 근무를 하는 바람에 늦게 온 것이다.

 

숙부님댁에서 저녁을 먹고 쉬었다가 나와 동생은 밤 9시경 서울로 출발했다. 숙부님과 시골 친척이 준 고구마와 사과, 고추를 가지고 왔다. 여동생은 이튼날 부산으로 내려갔다.

 

늦은 시간이어서 고속도로가 생각만큼 밀리지 않았다. 경부고속도로와 중부고속도로를 이용해 서울에 도착했다. 동생을 서울 광진구 집에 데려다 주고 집에 오니 새벽 1시가 지났다. 나이가 들었는지 밤 운전을 하니 눈이 침침하다.

 

익어가는 가을날.

당일로 다녀온 벌초길이지만 마음은 편안하고 가볍다. 모든 게 마음 먹기다. 내년에는 사전에 벌초 일자를 정해 형제 모두가 벌초를 하기로 했다.  

 

 

벌초/윤덕명

 

청솔가지 숲 속에서

까치 부부가 통곡을 한다

 

세월을 망각한 죄인을

질책하려는 것인가

슬픈 한숨의 노래인가

 

목관 속에 영면하는

저승간 부모님의 안식처

 

시간과 더불어 삭아내려

저 울음으로 환생한 것인가

 

언제나 사립문 밖에서

새 소식 전해오던 저 소리가

한 줌 흙이 된 오매의 귓전에

생생히 울려오는 뜻 있어

 

잿상에 절하지 말고

어버이 살아 생전에

냉수 한 그릇이라도

지성으로 바쳐드리렴

 

내 무덤가 벌초 말고

내 마음속 원심을 뽑아

어둔 세상 속에 불을 지펴

양심의 불쏘시개 되렴.

'전원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내각 전원일기- 자연에게 배우는 감사함  (2) 2018.11.13
금송화  (2) 2018.09.27
'고라니'  (0) 2018.09.14
'고양이' 이야기  (0) 2018.09.11
법정스님 "봄날은 갑니다"  (0) 2014.04.07

관련글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