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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승우 서울대 교수 ...미국에서 사업 시작한 이유.

이현덕 칼럼

by 문성 2018. 12. 9. 12: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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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게 사실인가. 지난 주 4일자 신문을 읽다가 한 기사에 눈길이 멈췄다.

서승우 서울대 지능형자도차IT연구센터장(공대 전기.정보공학부 교수.사진)가 국내에서 사업을 접고 미국에서 자율 택배사업을 시작했다는 기사였다지난 4월 그를 만났을 때 그런 말은 없었다.

서 교수는 자타가 인정하는 국산 자율주행차의 대표주자다. 자율자행자동차인 스누버를 개발한 주역이다. 스누버라는 서울대 약자(SNU)와 우버(Uber)를 합친 것이다.

그는 2015년 스타트업 트로드라이브를 설립했다. 직원 다수는 서 교수 제자들이다. 개발한 스누버는  20166월부터 서울대 교내에서 연구용으로 운행했다인기가 대단했다. 이용자는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으로 스누버를 호출하면 출발지에서 목적지까지 운전자 없이 자율주행차를 이용했다. 밤 늦게까지 공부하다 귀기하는 학생들이 버스 정류장까지 타고 가거나, 장애가 있는 학생들도 즐겨 탔다고 한다. 서 교수는 서울 여의도에서도 시험운행을 했다.

자율주행차 분야에서 잘 나가던 서 교수팀이다그랬던 그들이 10년 간 개발과정을 거쳐 상용화를 목표로 했지만 국내에서는 자동주행차 분야 규제 난관에 부딪혀 사업을 하기 어렵다고 판단해 미국행을 선택했다고 한다. 지금은 미국 실리콘밸리에서 자율주행 택배 시범 사업을 시작했다. 고객이 전화나 인터넷으로 물건을 주문하면 자율주행차로 집앞 까지 택배하고 주인이 집 앞에서 물품을 받는다고 한다. 새로운 유통방식이다.

그들이 미국으로 건너간 가장 큰 이유는 신산업에 대한 규제 때문이다. 정부는 혁신성장을 소독주도 성장과 공정경제와 더불어 3대 국정기조로 정했다. 이에 따라 정부는 창업과 혁신성장 전략에 역점을 두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도 그동안 혁신성장을 강조했고 1130일 해외순방 중 혁신창업 활성화를 역설한 바 있다. 대통령직속 4차산업혁명위원회도 출범해 활동 중이다. 이에 앞서 5월 열린 혁신성장보고회에서도 경쟁국은 뛰고 있는데 우리는 걸어가는 느낌이라며 혁신성장 걸림돌인 규제를 혁신하는데 속도를 더 내라고 강조했다. 집권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51기에 이어 제2기 혁신성장추진위를 출범했다. 정부 부처들도 입만 열면 혁선성장을 외친다.  

그런데도 최고 기술을 가진 서울대 교수팀이 미국으로 떠날 정도라면 그동안 정부는 어떤 분야에서 무엇을 혁신을 했단 말인가. 탁상 규제 혁신만 한 게 아닌가. 

서 교수는 주위에서 별난 교수라는 소리를 들었다. 전기공학 박사인 그가 2009년부터 전공이 아닌 자율주행차 개발에 뛰어든 탓이었다당연히 기계공학 전공자들로부터 곱치않는 시선과 질시를 받았다. “당신이 자동차에 대해 뭘 알아?”라는 타박을 많이 받았다고 한다. 그래도 그는 개의치 않고 열정과 도전으로 연구 2년여 만에 스누버를 개발했다. 연구 성과질시에 답한 것이다.  20161115일 스누버2를 공개하고 여의도에서 시연을 했다. 스누버2는 평균시속 30km, 최고 시속 70km까지 무인으로 주행했다. 이런 과정을 거쳐 서 교수는 자율주행차 분야에서 추종 불허의 독자 영역을 확보한 국내 최고 권위자 위치를 견고히 했다.

서 교수를 201610월 서울대 뉴미디어통신연구소 405호실에서 만났다. 당시 서 교수는 자율 주행을 위해 정부가 해야 일 일에 대해 다음과 같이 말했다.

한국에서는 자율주행차를 도로에서 운행할 수 없다. 연구자와 개발자들이 고속도로나 시내, 국도에서 자율주행차를 테스트할 수 있는 길을 허용해야 한다. 다음은 보험 문제 해결이다. 지금은 자율주행차 관련 보험 상품이 없다. 보험을 들고 싶어도 받아 주는 보험사가 없다. 이와 함께 사회 합의를 바탕으로 자율주행차 가이드라인과 원칙을 마련해야 한다. 자율주행차 연구개발(R&D)비도 확대해야 한다. 정부가 단기 과제에 집중 투자하는데 중장기성 과제와 R&D비 투자를 병행해야 한다. 자율주행차는 이제 시작에 불과하다. 더 많은 투자가 절실하다.”

서울대 교정에 벛꽃이 만개하던 지난 4월

이종호 서울대 반도체연구소장을 만나러 갔다가 교정에서 점바 차림의 서 교수를 만났다. 다른 교수에게 서 교수 안부를 물었더니 ‘1년간 안식년이라고 말해 국내에 없나보다 생각했는데 뜻밖에 교정에서 만났다. 반가운 마음에 악수를 하고 근황을 물었더니 잘 있다고 답했다. “어디 가느냐고 했더니 후배들과 점심 약속을 했는데 선약이 없으면 같이 가자고 했다. 나도 그 날 선약(先約)이 있어 다음 기회에 만나자 서로 헤어졌다. 기사를 읽으면서 가만히 생각해보니 서 교수는 그 무렵 미국 진출을 놓고 팀들과 고심하고 있지 않았을까 싶다.

자율주행차는 미래 자동차 시장의 판도를 바꿀 기술이다. 보스턴컨설팅그룹은 2025년 자율주행 시장 규모가 420억 달러(466000억원)로 커지고, 2035년이면 세계 자동차 판매량의 25%를 자율주행차가 차지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현재 미국 캘리포니아에서만 구글·애플·GM·포드·바이두 등 전 세계 60개 기업이 자율주행차 상용화 경쟁을 펼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만 자율주행차를 규제하면 이 분야 경쟁력은 확보할 수 없다. 다른 나라에서 앞다퉈 상용화하는 자율주행차를 우리만 규제한다고 될 사안이 아니다.

우리는 신규 기술 상용화를 놓고 최근 각 분야에서 대립과 갈등이 심하다. 과거 헤이딜러라는 자동차 중고 판매서비스를 놓고 기존 자동차 매매 업계와 갈등했고 승차공유 서비스는 택시 업계의 반발로 제자리 걸음이다. 카카오 카풀서비스는 시범운행을 시작했지만 기존 업계 반발은 여전하다. 블록체인 스타트업체인 프레스토는 ICO공개금지가 위헌이라며 헌법재판소에 헌법소원을 청구했다. 인터넷은행도 은산분리 완화를 놓고 대립하는 바람에 자본금 증자가 늦어졌다.

서 교수팀은 한국에서 대형 유통기업과 손잡고 내년 6월부터 자율주행 택배 서비스를 할 계획이라고 한다. 다행이다. 하지만 국내에서 택배서비스를 하려면 각종 규제를 혁신해야 하는데 장담하기 어렵다고 한다. 이 규제 매듭은 정부가 앞장서서 풀어야 한다. 이해 당사자들과 머리를 맞대 접점을 찾아야 한다.  그게 안돼 미래 신산업을 국내에서 사업화 할 수 없다면 각자도생 하기 위해 기업은 해외로 떠난다.

스타트업 한 기업인이 이런 푸념을 했다.

어렵게 신기술을 개발했는데 정부가 규제해 사업화를 막으면 그건 아이를 낳으라 해 놓고 호적에 올리는 걸 막는 일과 다른 게 뭐냐”  

듣고 보니 그렇다. 첨단기술 개발해 놓고 사업을 못하면 인력과 연구비 들여 연구할 이유가 없다. 정부는 기업이 개발한 첨단 신기술을 국내에서 마음껏 사업화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 정부는 규제혁신 속도를 더 내야 한다.

미래학자 최윤식 아시아미래인재연구소장의 말이다.

내가 미래를 만들면 나에게 행복과 부를 주지만 미래가 나를 만들면 두려움과 고통 뿐이다모두 귀담아 들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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