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계종 자승 총무원장과 명진 스님은 사이가 각별하다. 서로 잘 안다. 나이는 명진스님이 4살 위다. 두 사람은 선방에서 같이 살기도 했다. 자승 스님이 과천 연주암 주지 일 때 명진 스님은 그 곳 선원장이었다. 이런 저런 인연이 겹겹이 쌓여 있다.
한 때는 미래 꿈을 이야기 한 적도 있다. 명진 스님이 지난 21일 봉은사 일요 법회에서 밝힌 내용만 봐도 두 사람간 친밀도를 알 수 있다.
“지금 총무원장 자승 원장은 저하고는 남다른 사이다. 92년 봉암사에서 한철 살고 왔을 때 자승 원장은 “앞으로 조계종은 (명진)스님이 책임져야 한다. 제가 스님을 원장을 만들겠다. 지금부터 준비하세요”라고 하더라. 그래서 제가 “사판에 관심이 없다. 스님이나 하세요”하고 웃고 말았다. 그 뒤로 여러 인연관계로 때에 따라 반대 입장에도 서고 같은 입장에도 서고 오랜 세월 살아왔다. 그러다가 지난 총무원장선거 때 자승 원장이 저를 찾아와 “스님, 제가 총무원장 출마하기로 했습니다. 도와주십시오” 하더라. 전에는 날 보고 총무원장하라고 하더니 본인이 나간거야 하니까 ‘스님은 종정하셔야죠’ 하더라. 그래서 종정 되는 꿈만 꾸고 있다가.그러면서 내가 이러이러한 반대 뜻을 가진 스님들 합의해오면 도와주겠다고 했다. “
“선거 와중에 본인이 은정장학재단 건물에 주처를 정하다보니 봉은사에서 거주하겠다고 요청했다. 지체 없이 제가 쓰는 방 앞을 내주었다. 중앙종회의장까지 지낸 거물급 스님이 앞방에 있는 것 부담되지만 내주었다. 그 방에서 선거운동했고, 사람들 만났고, 총무원장이 됐다”.
“ 취임식에서 소통과 화합이라는 슬로건으로 종단을 운영하겠다고 말했다. 젊은 원장이지만 우리 종단이 화합 분위기에서 출범했으니 희망이 있겠구나 생각했다. 본인(총무원장)이 또 선거 와중에 말하기를 ‘스님이 저를 반대한다 하더라도 봉은사같이 훌륭하게 신심으로 재정을 투명하게 하고 신도들의 지지를 받는다고 하면 저를 도와주지 않는다 하더라도 봉은사 주지를 오래도록 하도록 하겠다’고 하더라. 그 말이 고마웠다. 봉은사를 중심으로 한국불교 중흥을 해보자, 바꾸자고 까지 약속했다.”
“은정장학재단으로 갔더니 “죄송하다.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없다”고 했다. “이 일을 왜 하는거요? 누구 작품이요? 영담스님 작품이요, 원담스님 작품이요?” 하니까 “드릴 말씀이 없습니다. 참회합니다” 했다. 기가 막혔다. “어디서 압력 받은 거 아니요? 강남 한복판에서 이명박 정권 비판적인 목소리 낸다고 나를 정리하라는 것 아니요” 하니까 “절대 그런 일 없다”고 했다. 그런 직영 지정은 귀신이 씌어서 했나. 그랬더니 원장이 “귀신이 씌었나 봅니다”했다. 그럼 직영귀신은 어디 있나?
자승 총무원장은 54년 강원도 춘천에서 태어난 72년 해인사에서 지관스님을 계사로 사미계를, 74년 범어사에서 석암스님을 계사로 구족계를 받았다. 은사는 30대 총무원장을 지낸 정대(正大)스님이다. 동화사, 봉암사 선원 등에서 수선(修禪) 안거(安居)했다, 수원포교당, 대덕사, 삼막사, 연주암 주지를 지냈다. 총무원 재무부장과 총무부장, 제10대 중앙종회의원을 시작으로 12대ㆍ13대ㆍ14대 중앙종회의원을 지냈다, 2006년부터 2008년까지 제14대 중앙종회의장을 맡았다. 97년부터 5년간 과천종합사회복지관장을 맡았고 정대스님이 설립한 (재단법인) 은정불교문화진흥원 이사장을 맡았다.
명진 스님은 50년 충남 당진에서 태어나 69년 해인사 백련암으로 성철 스님을 찾아가 법명을 받았으나 74년 법주사 탄성 스님을 은사로 출가했다. 20여 년간 선방에서 수행했다. 그후 94년 조계종 종단 개혁에 앞장 서면서 불교계의 이단아로 불렸다. 2006년 11월 8일 지관 전총무원장이 그를 봉은사 주지에 임명했다.
그해 12월5일부터 하루 1000배씩 천일기도 시작했으며 사찰재정 공개, 봉은사 비전발표 등으로 사찰을 수행사찰로 만드는데 헌신했다. 2009년 5월29일 노무현 전 대통령 영결식 참석. “미안해하고 원망하지 마라는 말은 따르겠지만 불가의 소신공양처럼 온몸을 던져 당신이 지키고자 했던 그 뜻만은 잊지 않겠다.”라는 추모사를 했다.
2009년 6월15일 봉은사에 ‘대한민국 검찰 중수부 검사들은 봉은사 출입을 삼가주십시오’라는 내용의 펼침막 내걸었다.
막연했던 두 스님은 이제 진실게임을 해야 하는 난처한 처지에 놓였다. 한 쪽은 입을 열었고 한 쪽은 침묵이다.
한마디로 서글픈 현실이다. 무소유를 실천하며 진리를 구하는 스님들이 집권당 실세의 말 한마디로 이렇게 휘청대다니.
권력 외압을 놓고 조계종 총무원장이 진실공방을 해야 하는 오늘의 처지가 부끄럽다. 이건 두 스님만의 문제가 아니다. 종단의 위상에 관한 일이고 종립에 관한 문제다. 두 스님과 조계종은 지금 배반의 딜레마에 빠져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