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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자일기-"삼경에 뒷방으로 오너라"

암자일기

by 문성 2010. 1. 5. 13: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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흥인대사가 후계자를 정해야 겠다고 마음 먹었다.
어느 날 제자들을 모아 놓고 각 자 깨달은 바를 보이라고 지시했다.

“생사가 가장 큰 일이다. 이게 그대들이 풀어야 할 숙제다. 이제 스스로의 지혜를 살펴 자기 본심인 반야의 성품을 가지고 각자 게송을 하나씩 지어 오너라. 큰 뜻을 깨우친 사람이 나타나면 그에게 발우와 가사를 전하고  6대( 六代) 조사로 삼을 것이다.”


당시 흥인대사 제자 중에 신수라는 걸출한 사람이 있었다. 모두 그가 5조 홍인 대사의 법을 이어받아 6조가 될 것으로 생각했다. 

신수는 게송을 지어 대중이 지나다니는 길목에 이름도 밝히지 않고 붙여 놓았다.


身是菩提樹 (몸둥이는 깨달은 나무요)

心如明鏡臺 (마음은 밝은 거울과 바닥같다)

時時勤拂拭 (수시로 부지런히 거울의 먼지를 털고 닦아)

勿使惹塵埃 (티끌이 묻지 않도록 하라)


홍인 대사는 이 게송을 보고, "이 게송에 의지하여 도를 닦으면 악도에 떨어지지 않을 것이다. 열심히 외우면 이익이 있으리라“고 제자들에게 말했다.

흥인은 신수를 불러 더 열심히 공부하라고 당부했다.

“이 게송을 보니 너는 아직 본성을 알지 못하였구나. 겨우 문밖에 이르렀을 따름이요, 아직 문안에는 들지 못하였다. 그런 견해로는 무상대도를 구한다 하여도 얻지 못할 것이니, 더욱 수행에 힘써라


한편 일자무식인 혜능을 방앗간 일만 하다가 게송을 외우는 옆사람에게 궁금해 물었다.

“뭘 외우는 것입니까
자초지종을 들은 혜능은 그 사람에게 부탁했다.

“나는 글을 모릅니다. 그러니 내가 말하는 것을 글로 적어 주십시오”

 혜능을 그 글을 신수의 게송옆에 붙여 놓았다.


菩提本無樹 (깨달음에는 본래 나무가 없다)

明鏡亦非臺 (거울에 또한 명경대가 없노라)

本來無一物 (본래 한 물건도 없거늘)

何處惹塵埃 (어느 곳에 먼지가 일어나리)


이 게송을 본 흥인 대사는 혜능이 깨달음의 경지에 오른 것을 알았다.
어느 날 혜능한테 가서 물었다.

“방아를 다 찧었느냐”

“네 쌀은 다 찧었으나 아직 미를 골라내지 못했습니다”

 
흥인대사는 주장자로 방앗 머리를 세 번 치고는 뒷짐을 지고 가 버렸다. 삼경에 뒷방으로 오라는 의미였다. 혜능이 그 시각에 뒷방으로 가니 흥인대사가 기다리고 있었다.

 흥인대사는 헤능에게 법문을 한 후 달마대사 가사와 발우를 전했다. 혜능은 일자 무식이었지만 깨달음을 얻어 육조의 지위에 올랐다. 


깨달음이란 마음에서 마음으로 전해지는 것이지 글이나 말로 전해지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그래서 불가에서는 불립문자(不立文字)라는 말을 사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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