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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자일기-서서 열반한 혜월선사

암자일기

by 문성 2010. 1. 25. 18: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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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혜월선사는 '개간선사'란 별칭에 걸맞게 토지와 관련해 숱한 일화를 남겼다.

어찌보면 바보로 불릴 정도로 살았다. 평생 속고만 살다가 열반한 혜월선사였다.


그가 부산 금정산(金井山) 선암사(仙巖寺)에서 주지로 주석할 때다.

그는 산지를 개간해 논을 만들려고, 문전옥답 다섯 마지기를 팔아 그 돈으로 일꾼들을 사서 밭을 일구었다. 당시 일꾼들이 그의 설법에 정신이 팔려 일을 제대로 하지 않았다. 겨우 자갈밭 세 마지기를 개간했다.

이를 본 제자들이 혜월 선사에게 불평을 했다.

“스님 논 다섯마지기를 팔아 자갈밭 세마지기를 만들면 무엇합니까"

스님은 아무렇지도 않게 말했다.

“처음 논 다섯마지기는 그대로 있지 않느냐. 그리고 자갈밭 세마지기가 더 생겼으니 좋은 일이 아니냐”

혜월의 계산법은 속세와 달랐다.


내원사에 있을 때도 그와 비슷한 일이 있었다.

스님이 몇 해에 걸쳐 황무지 2천 여평을 개간하여 논으로 만들었다. 농사가 잘 되는 것으 본 마음사람들이 너무 졸라서 이 중 세마지기를 팔았다. 천진한 혜월 선사는 그 사람의 말만 믿고 세마지기를 두마지기 값에 팔고 말았다.

그가 헐값에 논을 팔고 돌아오자 스님들이 못마땅해 했다.

“ 이미 논 세마지기는 그대로 있고, 여기 두마지기 논 값을 받아 왔으니 전체로 보면 논이 다섯 마지기로 늘어난 것이 아니냐”


혜월 선사는 무소유를 실천했다. 그의 생활은 검소했다. 소지품이라고는 발우와 옷가지, 작은 이불 하나 뿐이었다. 밤에 잠잘 때도 요를 깔지 않고 맨바닥에서 잠시 눈을 붙였다.
그는 불쌍하거나 사정이 딱한 사람을 보면 가지고 있던 물건을 남김없이 보시했다. 천진도인 답게 까치와 까마귀 등 산새들이 날아와 혜월의 몸에 앉기도 했다. 특히 그는 소를 좋아해 묶인 소를 보면 곧 풀어주곤 했다.


혜월은 '무주상 보시의 자비도인'이요, 무소유의 '무심도인(無心道人)'이며, 천진무구했던 '천진불(天眞佛)'로서 한 세상 살다간 스님이었다.


혜월은 열반도 남다르게 했다.

1937년 6월 16일. 그는 수행하던 안양암 아래 바위에 있는 소나무 가지를 잡고 서서 열반에 들었다.
멀리서 보면 살아서 솔방울을 따는 모습이었다. 세수 76세. 법랍 62세였다.

입적하기 전 제자 운봉(雲峰)에게 다음과 같은 임종게를 남겼다.


일체의 모든 법은(一切有爲法)

본래 진실한 실체가 없다(本無眞實相)

그 모습을 보고 무상한 뜻을 알면(於相義無相)

그것을 일러 견성이라 한다(卽名爲見性)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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