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세 컨텐츠

본문 제목

암자일기<60>

암자일기

by 문성 2011. 1. 16. 16:16

본문



 <성찰>

길상암에서 머문지 한 달여가 됐다.
이제 집으로 갈 시간이었다.


아침 공양후 주지 스님께 미리 말씀드렸다.

“이제 집으로 갈 까 합니다.”

“아니 더 계시다 가시지요”

“갔다가 또 오겠습니다”

 

막상 떠나려니 많은 생각이 났다. 미련이 남았다.


인생 2막은 무엇일까. 직장을 그만 두면 이제 끝인가. 아니다.
그것은 끝이 아니라 새로운 시작의 시작이다. 미래 세상과 만남이다.


처음 퇴직하고 나자 선배들의 충고가 생각났다.

“ 회사를 그만두기 몇 개월전부터 무엇을 할 지를 준비해야 한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나중에 고생한다”


당시는 그 말의 의미를 제대로 알지 못했다.
하지만 막상 닥치고 보니 맞는 말이었다. 역시 인생은 살아 본 사람이 아는 법이다.  삶의 지혜는 돈 주고도 살 수 없다.


어릴적 외할머니 말씀이 떠 올랐다. 시골은 일철이 돌아오면 고양이 손이라도 빌리고 싶을 정도다. 초등학교에 갔다오면 일하기 싫어 도망다니는 나를 보면 외할머니는 조용히 이렇게 타일렀다.

“애야 일 한 흔적은 남아도 논 흔적은 어디에도 없단다.”

 

그랬다. 세상은 노력한만큼 얻는다. 이 세상에 노력없이, 고통없이 얻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인생 2막도 사전 준비를 해야 한다.  


문제는 남이 아닌 바로 나 자신이다. 익숙함에 대한 미련이 불쑥 불쑥 나타나 나를 괴롭혔다.
이를 건너 뛰어야 한다.

 

사람에게는 네가지 고독함이 있나니

태어날 때 혼자서 오고, 죽을 때는 혼자서 가며

괴로움도 혼자서 받고, 윤회의 길도 혼자서 가는 것이니라.

 

근본유부비나야 잡사에 나오는 말이다.


그렇다면 순간 순간을 아름답고, 고귀하게 살아야 한다.

나는 아내나 아이들에게 다정한 남편, 따뜻한 아버지가 되지 못했다. 회사를 핑계로 젊어서는 술과 친했다. 그러다가 간이 나빠 고생을 많이 했다. 아내 애간장을 녹이게 했다. 형제나 친지들에게도 최선을 다하지 못했다.

시간이 흘러가기 전에 그 자리에서 최선을 다해야 하는데 그렇게 하지 못했다. 후회는 되돌릴수 없으니 어찌보면 부질없는 마음의 한탄이다.

 

“있을 때 잘해 후회하지 말고/ 있을 때 잘해 흔들리지 말고”

대중가요 가사의 한 대목이지만 맞는 말이다. 있을 때, 그 자리에서 최선을 다해야 한다.

헌신의 시작은 작은 실천에 있다. 눈앞의 작은 일부터 행동으로 옮겨 볼 일이다.


'암자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암자일기<63>  (0) 2011.02.15
암자일기<61>  (0) 2011.01.28
암자일기-유점사  (0) 2010.10.27
나를 찾아 떠난 사찰 여행  (0) 2010.10.18
해인사 길상암  (4) 2010.10.04

관련글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