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자일기 -인연따라 가는 길
7월 하순. 나뭇잎은 더위를 먹었다. 열탕같은 폭염에 기진맥진해 축 늘어져 헉헉거렸다. 내 가슴 속에서도 답답증이 용암처럼 치솟았다. 어디론가 바람에 실려 훌쩍 떠나고 싶었다. 어디로 갈까. 마음의 나침판이 멈춰서는 곳이 생각났다. “그렇지, 그리움이 머무는 곳, 인연이 살아 숨쉬는 그곳으로 떠나자” 때 묻지 않아 하얀 광목처럼 청정(淸淨)한 곳. 맑은 하늘과 깨끗한 물, 푸른 숲과 바위. 순진무구(純眞無垢)한 사람들이 텅 빈 마음으로 사는 곳. 그곳은 산속에 몸을 숨긴 암자(庵子)였다. 그 곳으로 단기(短期) 출가를 하기로 마음먹었다. 진짜 출가는 속세의 옷을 벗는 일이다. 강산도 변한다는 10 년 이상 인연이 살아 있는 곳, 한 시절 병든 내 육신의 쉼터였던 곳이다. 그 곳에서 속세에 지치고 멍든 내..
암자일기
2009. 10. 28. 23: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