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가에서 아이들을 천진불이라고 한다.
때묻지 않은 자성, 그것이 곡 부처님 마음이라는 것이다.
혜월스님은 그런 마음의 소유자였다. 그가 '천진도인', '무심도인', '자비도인' 혹은 '천진불'로 불린 이유다.
혜월은 무소유(無所有)와 천진(天眞)으로 생애를 일관하여 가는 곳마다 많은 일화를 남겼다.
혜월스님이 대구 파계사에서 지내실 때 일이다.
혜월 스님은 열두어살 되는 동자승과 함께 살았다. 혜월 스님은 동자승을 큰 스님 대하듯 공경하고 존댓말을 사용했다.
주위 사람들이 혜월 스님에게 물었다.
“어쩌자고 어린애에게 큰 스님이라고 하십니까”
“티없이 맑고 깨끗한 마음을 가진 동자승이야말로 전진불이 아닌가.”
혜월 스님이 어느 날 시장에 볼 일이 생겼다. 마침 절에 젊은 스님이 한 사람 와 있었다.
스님이 동자승에게 말했다.
“큰 스님. 오늘 제가 장에 좀 다녀 오겠습니다”
“내 점심도 안주고 시장에 갈려고...”
“다른 스님에게 점심을 차려 주도록 하겠습니다”
“그럼 다녀오게”
이 모습을 본 젊은 스님은 어이가 없었다. 속으로 화를 삭이고 있는데 그 동자승이 젊은 스님 비위를 거슬리는 게 이난가.
동자승이 말을 건냈다.
“어디서 온 중인데 건방지게 서 있는가.”
젊은 스님은 참다못해 호통을 내질렀다.
“어린 놈이, 감히 이런 행동거지를 하다니. 당장 쫒아내야겠다.”
생전 처음 큰소리에 놀란 동자승은 벌벌 떨며 빌었다.
“잘못했습니다.”
젊은 스님은 "기회는 이 때다" 싶어 동자승에게 단단히 교육을 시켰다.
“오늘부터 혜월스님이 오시면 무릎을 끊고 인사를 해라. 알겠는가”
"예"
저녁에 혜월스님이 오자 동자승이 달려나와 무릎을 끊고 인사를 하는 게 아닌가.
‘큰 스님, 어서 오십시오“
“아니, 어떻게 된 일인가”
자초지종을 들은 혜월 스님이 젊은 스님에게 말했다.
“내가 절 법도를 몰라 저 아이를 그대로 두었겠는가. 천진한 그 마음을 고이 가꾸고 싶었는데 이제 인연이 다 한 모양이네. 그대가 데리고 가게”
동자승이 젊은 스님을 따라 떠날 때 혜월 스님이 큰 절을 하며 마지막 인사를 했다.
‘큰 스님 공부 열심히 하십시오. 그래서 성불하시기 비랍니다“
그 동자승이 혜월 스님의 뜻대로 큰 스님이 되었는지는 알 수 없다.
암자일기-만공선사1 (1) | 2010.01.29 |
---|---|
암자일기-서서 열반한 혜월선사 (1) | 2010.01.25 |
암자일기-천진도인 혜월선사2 (0) | 2010.01.21 |
암자일기-'전진도인' 혜월 선사1 (0) | 2010.01.18 |
암자일기 -'자비도인' 수월선사2 (0) | 2010.01.1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