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절에 간혹 별미가 나온다. 대표적인 게 국수다. 하루 세 끼를 밥과 같은 반찬만 먹다가 다른 음식이 나오면 별미일 수 밖에 없다.
절에서 떡국이나 국수, 수제비 등을 만들면 그날은 장칫날 기분이다. 절에서 국수를 ‘승소(僧笑)’라고 부른다. 스님들이 국수를 보기만 해도 미소를 짓는다는 의미다.
스님들이 가장 좋아하는 음식으로 3가지가 있다. 국수와 두부, 떡이다. 이 음식을 스님들이 특별히 좋아한다고 해 ‘삼소(三笑)’라고 부른다.
해인사 아래 마을인 야로에는 스님들이 먹을 수 있게 육류 기름을 사용하지 않은 이른바 ‘스님자장’을 만드는 중국점이 있다. 모 방송에도 소개한 바 가 있다. 버섯이나 두부로 탕수육을 만들어 판다.
스님들은 음식에 관해서는 서슬이 시퍼럴 정도로 엄격하다.
근대의 선승인 경봉 스님도 시주물에 관해서는 구두쇠로 소문이 났다고 한다. 공양간에서 많이 쓰는 고춧가루와 깨소금 등을 직접 관리 하셨다는 것이다. 큰 스님이 이처럼 시주물을 소중하게 여기는 것은 말처럼 쉽지 않다. 일부는 스님이 너무 쩨쩨하게 그런 것을 관여하느냐고 했지만 스님은 전혀 개의치 않았다
성철 스님은 여름에 신도들이 수박을 적당히 먹고 버린 것을 보고 야단을 쳤다고 한다. 그 큰 목소리로 신도들의 혼을 쑥 빼놓았다고 한다.
“신도들이 땀 흘러 일한 농부들 정성을 생각해야지 이게 무슨 짓이고. 자기가 사왔다고 수박을 반도 안 먹고 버리는 일은 용서할 수 없다. 수박을 다시 가져와 다 먹고 버려라 “
신도들은 버렸던 수박을 다시 먹었다. 그날 보살들은 수박먹다 혼비백산했다.
청담 스님도 마찬가지였다. 청담 스님도 콩나무 머리 하나라도 버리면 이를 꾸짓고 그 콩나물은 자기 밥상에 올리도록 했다는 것이다. 심지어 계곡에 흐르는 물도 아껴쓸 줄 알아야 한다고 말씀하실 정도였다.
명진 스님도 별반 다르지 않았다.
어느 날, 한 보살이 시금치를 옮기다 바닥에 쏟았다. 이를 본 명진 스님이 그 보살에게 말했다.
“잎 하나도 남김없이 다 주워 밥상에 다시 올리세요”
시금치는 물에 헹궈 다시 상에 올랐다. 모르긴 해도 가정이었다면 버렸을 것이다.
“누구든지 시주물을 헛되이 낭비하면는 무간지옥에 떨어집니다. 나옹 스님은 콩나물 하나를 건지러 10리를 달려갔다고 해요. 시주물을 귀하게 여기지 않으면 부처님 앞에 죄를 짓는 일입니다”
그 음식이 내 입에 들어오기까지 거쳐 온 수많은 자연과 사람들의 공력을 생각하면 함부로 버릴 수 없다는 것이다.
공양물과 관련해 기억에 남는 일이 있다.
길상암에서 지낼 때다. 햇 과일이 처음 나오던 무렵의 일이다.
어느날, 새벽 예불을 허러 법당에 갔더니 햇볕에 얼굴이 검게 탄 장년의 부부가 이미 법당에 와 앉아 있었다.
“아니 누구길래 이처럼 일찍 법당에 왔을까”
알고 보니 부부는 그해 첫 수확한 멜론을 부처님께 올리기 위해 밤중에 길상암으로 바람처럼 달려 온 것이었다. 부부는 지성으로 새벽 예불을 한 뒤 공양도 하지 않고 선 채로 ‘농삿일을 하러 가야 한다“며 길상암을 내려갔다.
나는 그들을 보고 너무부끄러웠다. 우리는 먹다 남기거나 버리는 음식이 얼마나 많은가.
신심이 돈독한 이들이 가져온 공양물을 어찌 한 톨이라도 허투루 다룰 수 있을것인가. 스님의 마음을 일부라도 이해할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