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사진. 청와대)이 27일 강원 신원사 조실인 오현(무산) 스님의 입적 소식에 “막걸리 한잔 올린다”며 스님의 삶을 기렸다. 오현 스님은 지난 26일 승납 60년, 세납 87세로 신원사에서 입적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불가에서 ‘마지막 무애도인’으로 존경받으셨던 신흥사와 백담사 조실 오현 스님의 입적 소식을 들었다”며 “저는 그의 한글 선시가 너무 좋아서 2016년 2월 4일 <아득한 성자>와 <인천만 낙조>라는 시 두 편을 페이스북에 올린 적이 있다”고 적었다.
문 대통령은 “이제사 털어놓자면 스님께선 서울 나들이 때 저를 한 번씩 불러 막걸리 잔을 건네주시기도 하고 시자 몰래 슬쩍슬쩍 주머니에 용돈을 찔러주시기도 했다”며 “물론 묵직한 ‘화두’도 하나씩 주셨다”고 했다.
문 대통령은 “언제 청와대 구경도 시켜드리고, 이제는 제가 막걸리도 드리고 용돈도 한 번 드려야지 했는데 그럴 수가 없게 됐다”며 “얼마 전에 스님께서 옛날 일을 잊지 않고 <아득한 성자> 시집을 인편에 보내오셨기에 아직 시간이 있을 줄로 알았는데, 스님의 입적 소식에 ‘아뿔싸!’ 탄식이 절로 나왔다”고 썼다.
문 대통령은 “스님은 제가 만나 뵐 때마다 늘 막걸리 잔과 함께였는데, 그것도 그럴듯한 사발이 아니라 언제나 일회용 종이컵이었다”며 “살아계실 때도 생사일여, 생사를 초탈하셨던 분이셨으니 ‘허허’하시며 훌훌 떠나셨을 스님께 막걸리 한잔 올린다”고 전했다.
<아득한 성자>
하루라는 오늘
오늘이라는 이 하루에
뜨는 해도 다 보고
지는 해도 다 보았다고
더 이상
더 볼 것 없다고
알 까고 죽은 하루살이 떼
죽을 때가 되었는데도
나는 살아있지만 그 어느 날 그 하루도 산 것 같지 않고 보면
천 년을
산다고 해도
성자는 아득한 하루살이 떼
<인천만 낙조>
그날 저녁은 유별나게 물이 붉다붉다 싶더니만
밀물때나 썰물때나 파도 위에 떠 살던
그 늙은 어부가 그만 다음날은 보이지 않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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