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날 / 오세영
설날 / 오세영 새해 첫날은 빈 노트의 안 표지 같은 것, 쓸 말은 많아도 아까워 소중히 접어 둔 여백이다. 가장 순결한 한 음절의 모국어(母國語)를 기다리며 홀로 견디는 그의 고독, 백지는 순수한 까닭에 그 자체로 이미 충만하다. 새해 첫날 새벽 창을 열고 밖을 보아라. 눈에 덮혀 하이얀 산과 들, 그리고 물상들의 눈부신 고요는 신(神)의 비어 있는 화폭 같지 않은가. 아직 채 발자국 하나 찍히지 않은 눈길에 문득 모국어로 우짖는 까치 한 마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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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 1. 1. 08: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