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세 컨텐츠

본문 제목

암자일기-묘전

암자일기

by 문성 2009. 11. 12. 13:39

본문

 “아이구”

법당에서 내려 오던 나는 또 깜짝 놀랐다.

어둠속에서 조심 조심하며 게단을 내려오는데 갑자기 나타난 파란 눈의 동물과 마주친 것이다. 가야산속이니 혹시 늑대 새끼라도 나타난 것인가. 놀란 가슴을 쓸어내며 쳐다보니 고양이였다. 내가 전등을 비추자 고양이는 “야옹”하며 미안한 듯 법당 뒤로 사라졌다.

"이거 참 오늘 무슨 일인가"
 오늘 새벽 두 번째 놀람이다. 두꺼비와 만나고, 다시 고양이와 만났다.  아마 신고식일 터다. 동물의 세계에서도 텃세를 하나보다.

이후 가끔 두꺼비와 고향이를 만났다. 한 번 놀라고 나니 오히려 친해진 기분이 들었다. 산사에 기도객을 빼면 이야기할 사람이 없다. 이럴 때 두꺼비나 고양이를 만나면 서로 반갑다. 저들도 외롭기는 마찬가지다. 

사찰마다 고양이를 키우는 곳이 많다. 고양이를 싫어하는 사람들은 의아해 하겠지만 많은 절에서는 고양이를 키운다.
여기에는
그럴만한 사연이 있다.   강원도 오대산 상원사에 가보면 청량선원 계단 아래에 돌로 만들 고양이 상이 (사진)있다.



상원사에는 국보 36호인 동종이 있다.  이 종은 신라 선덕여왕 24년(725년)에 만들었다고 한다. 현존하는 법종 가운데 가장 오래됐다. 종에는 아름다운 비천상을 새겼다. 
상원사 뒤편에는 부처님 진신사리를 모신 적멸보궁이 있다.   이곳은 천하 명당이라고 한다. 암행어사의 대명사격인 박문수가 이곳을 보고 "스님들이 수행하며 꿂지 않은 것은 다 이유가 있었구나. 바로 천하명당에  부처님 진신사리를 모신 공덕 때문이다"라고 했다는 것이다.

 

상원사는 조선 7대 임금인 세조과 깊은 인연이 있다.
세조는 조카인 단조을 폐위시키고 왕위를 올랐다.  어느 날 밤 세조의 꿈에 형수(문종 왕비인 현덕황후)가 나타났다.

“‘에이 더러운 인간아, 부귀 영화가 아무리 좋다한 들 조카를 폐위시키고 사람을 그렇게 많이 죽인단 말이냐’

그리고 세조를 향해 침을 ‘퉤 퉤’’ 하고 뱉었다. 그날 이 후 몸에 이름 모를 종기가 나 치료를 했으나 백약이 무효였다.

 세조는 평생 이 종기로 인해 고생을 하다가 뒤늦게 인생무상을 깨닫아 불교에 귀의했다.  어느 해 세조는 문수도량인 오대산 월정사에서 100일 기도를 올렸다.

문수보살의 가피 덕으로 병이 나은 세조는 이듬해 봄 다시 상원사를 찾아 곧장 벋당에서 예불을 드리려 했다. 그 순간, 어디선가 고양이 한 마리가 나타나 세조의 곤룡포 자락을 물고 자꾸 뒤로 당기는 것이었다.

 “이 무슨 일인가. 고양이가 곤룡포 자락을 놓지 않으니”

 이상하게 생각한 세조는 군사들을 풀어 법당 안팍을 샅샅히 뒤지게 했다. 그러자 불상을 모신 탁자 밑에 세 명의 자객이 숨어 있다 끌려 나왔다. 이들은 세조를 암살하기 위해 미리 숨어 있었던 것이다.

“고양이가 내 목숨을 구했구나” 

세조는 자신의 목숨을 구해 준 고양이를 위해 당시 강릉에서 가장 좋은 논 5백 섬지기를 상원사에 내렸다.  그리고 매년 고양이를 위해 제사를 지내도록 했다. 이를 묘답 또는 묘전이라고 한다. 

 세조는 이 후 서울 근교 사찰에도 묘전을 마련해 주고 고양이를  키우도록 했다. 또한 왕명으로 고양이를 잡아 죽이지 못하도록 했다고 한다. 


'암자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암자일기-오대산 적멸보궁  (0) 2009.11.17
암자일기- 문수동자와 홍대  (0) 2009.11.14
암자일기-도량석  (0) 2009.11.11
암자일기- 산사의 첫날 밤  (0) 2009.11.09
암자일기- 길상암 추억  (0) 2009.11.04

관련글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