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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이 피네, 꽃이 지네

전원일기

by 문성 2020. 6. 3. 10: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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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주었을 때

그는 나에게로 와서

꽃이 되었다.“

김춘수 시인의 시 의 한 구절이다.

정말 그렇다. 서울 근교로 이사와 살면서 내가 꽃에 눈길을 주자 많은 꽃이 내 품에 안기듯 쏘옥 들어왔다.

산과 들에 이렇게 다양한 꽃이 피는지 미처 몰랐다. 그동안 내 일상에 바빠 꽃에 눈길을 주지않은 까닭이다. 내가 꽃을 보지 않는데 꽃이 내 눈에 안길리 없다.

해마다 봄이 오면 꽃들은 그 자리에 피어났다.

, 여름 철따라 피고 지는 꽃을 나는 건성으로 지나쳤다. 내가 꽃에 관심이 없으니 어떤 꽃고 지는지 기억하지 못했다.

코로나19로 인해 집안에서 지내다 보니 집 마당 주위를 살펴는 시간이 늘었다. 무료한 탓에 이곳 저곳을 돌아보니 사방에 노랗고 붉은 오색 꽃이 만발했다.

여기도 꽃, 저기도 꽃. 산과 들판은 자연이 만든 화원이고 꽃의 향연장이었다.

안개꽃과 민들레와 튤립, 제비꽃, 흰제비꽃, 불두화(사진)가 차례로 활짝 피었다.

아름답게 핀 꽃이 좋아 날마다 눈맞춤을 하며 즐거워 했다.

하지만 이 세상에 영원한 것은 없다더니 어느 새 그 꽃이 떠나는 봄날 따라 지고 있다.

어느 꽃이건 꽃은 곱고 아름답다. 하지만 지는 꽃은 아쉽고 서럽다. 그렇다고 세월따라 사라지는 낙화(洛花)를 막을 수도 없다. 고약한 심술쟁이처럼 사납게 불어 꽃잎을 지게 하는 바람을 탓할 수도 없다.

조지훈 선생은 시 '낙화(洛花)'에서 꽃이 지는 아침은 울고 싶어라고 했다. 곱고 청초하게 피었던 꽃잎이 지는 날이면 오랜 지인을 떠나 보내듯 괜스레 마음이 심란하고 서운하다.

화창했던 봄날은 안녕이란 말도 없이 가고 그 뒤를 이어 신록의 6월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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