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세 컨텐츠

본문 제목

파란 하늘

전원일기

by 문성 2020. 9. 14. 16:13

본문

오늘 아침 하늘이 활짝 웃었다. 파란 웃음이다.  어제에 이어 이틀 연속이다.

티없이 파란 하늘과 밝은 햇살, 파란 하늘에 구름 한 점 없다. 하나같이 목가적인(牧歌的)인 풍경이다. 이처럼 파란 하늘을 본 게 얼마만인가.

긴 장마가 끝났지만 내가 사는 이곳은 하루 걸러 비가 내렸다. 54일간 이어진 역대급 장마도 지겨운데 반기지도 않은 태풍 바비와 마이삭, 하이선이 꼬리를 물고 비와 강한 바람을 몰고 왔다.

'삼년 가뭄에는 살아도 석달 장마에는 못산다' 는 속담이 실감났다.

장마가 길다보니 집안에 곰팡이가 피고 눅눅했다. 이름도 모르는 작은 벌레가 집안으로 몰려 들었다. 옷장 속 내 양복과 아내 옷에 곰팡이가 하얗게 피었다. 아내가 옷을 꺼내 곰팡이를 닦아냈다. 그리고 햇볕에 널어 옷을 말렸다.

이상기후로 인한 생물 생태계도 변했다. 집 발코니 방부목에 노란 버섯(사진)이 피었다. 처음 겪는 일이다. 황금색 버섯이다. 이게 금덩어리라면 얼마나 좋을 까. 객쩍은 생각을 했다. 시골에서 자랄 때 본 싸리버섯과 모양이 흡사하다.

이뿐이 아니다. 거실 앞에 심은 불두화와 민들레가 하얀 꽃과 노란꽃을 피웠다.

지난 5월에 핀 꽃인데 이상 기후 탓인지 다시 꽃을 피웠다. 2모작하는 동남아도 아닌데 한 해 불두화(사진)와 민들레가 두 번  핀 것이다. 이 또한 처음 겪는다. 신기한 일이다.

장마로 인해 마당에는 잡초들이 제 세상만난 듯 기고만장이다. 비가 멈추는 틈만 마당에 나가 잡초를 뽑아도 이튼날이면 메롱하며 잡초들이 고개를 길게 내 밀었다.

아침과 저녁이면 다소 서늘한 게 완연한 초가을이다. 올 여름은 장마에 묻혀 지나갔다. 가을이 오는 길목인데 이번 주 중 또 비 소식이다. 조영수 시인의 말처럼 '하느님이 지구청소하느라 수도꼭지 잠그는 걸 잊어버리신 건가.'

가을은 추수하는 절기다무르익는 이 가을에 나는 어떤 인생의 결실을 거둘 수 있을까. 파란 하늘이 궁금한 듯 내려다 본다.

 

장마 / 조영수

 

 하느님도

우리 엄마처럼

건망증이 심한가 보다

지구를 청소하다가

수도꼭지 잠그는 걸

잊어버린 모양이다

콸콸콸뫌,

 

밭에 물이 차서

수박이 비치볼처럼 떠오르고

꼬꼬닭도 알을 두고

지붕 위에서 달달 떨고

새로 산 내 노란 우산도

살이 두 개나 부러졌는데

아직도 콸콸콸콸

하느님, 수도꼭지 좀 잠가 주세요.

 

'전원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눈 내린 날  (0) 2021.02.04
작은 추위 ‘소한(小寒)’  (0) 2021.01.05
목단여정 (牧丹餘情) /박목월  (2) 2020.06.14
꽃이 피네, 꽃이 지네  (0) 2020.06.03
봄비  (0) 2020.05.17

관련글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