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우여 새누리당 대표(사진)가 요즘 정치력 시험대에 올랐다.
잘하면 차기 총리 후보감이지만 지금처럼 하면 동네북 신세가 될 처지다. 우선 정치력을 발휘하지 못한다.
5선에다 판사 출신인 그는 한나라당 사무총장으로 대선 경선을 성공적으로 치런 경험이 있다. 하지만 그 일은 경선룰에 대해 당시 박근혜 후보의 결단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만약 당시 박근혜가 지금 이재오나 비박 주자처럼 몽니를 계속 부렸다면 어떻게 됐을지는 알 수 없다.
황 대표는 늘 웃음띤 얼굴로 말도 부드럽다. 상대를 비방하는 일도 적다. 그래서 비교적 적이 없다. 사람좋아 보이는 정치인이다.
그가 요즘 코너에 몰렸다. 대선 후보경선을 놓고 비박계는 박근혜 전위원장 대리인이라고 타박이다. 친박계도 정치력을 발휘하지 않고 박근혜 눈치보기로 대선 후보경선을 제대로 관리하지 못한다며 불만스럽게 여긴다. 한 쪽 눈치보다 양측에서 눈 흘김을 당하는 신세다.
새누리당 이재오 의원은 11일 황 대표에 대해 "아예 대표직을 내려 놓고 특정인 캠프에 가서 대리역할을 하는 것이 맞다"고 비난했다.
황 대표의 역할은 대선 경선의 성공적 관리다. 여기에 흥행이 대박을 친다면 금상첨화다.
그 일이 꼬이고 있다. 비박 대선주자들은“ 황대표가 박근혜 전 비상대책위원장의 대리인 역할을 하고 있다"고 본다. 그럴 것이 황 대표는 비박주자들의 요구하는 오픈프라이머리에 대해 ” 많은 문제가 튀어나오는 오픈 판도라 상자가 될 수 있다"고 딱 잘라 말했다. 안된다는 의미다.
비박 주자들은 8일"당 지도부가 친박계 독재식의 당 운영을 계속하면 경선을 보이콧하겠다"고 말했다. 여기에 대해 황 대표는"시간이 빠듯하니 현행 당헌ㆍ당규에 따라 우선 경선 절차를 진행하겠다"고 말했다.
황대표의 처지를 이해 못하는 바는 아니다. 박근혜의 눈에 들어 당 대표가 됐으니 눈치를 알 볼 수가 없다. 관리형 대표이기 때문에 어쩔 수 없는 한계가 있다.
하지만 그는 당 대표다. 정치적 해법을 내놔야 할 책임이 있다. 만약 그가 사심을 가지고 이번 대선 후보 경선을 관리한다면 문제가 심각해 질 수 있다.
더욱이 이재오의 몽니는 천하가 다 안다. 그는 강재섭 대표시절 경선에서 패하자 지방으로 내려가 몽니를 부린 적이 있다. 그는 박근혜를 향해 ‘독재자의 딸’이라고 욕하다가 막상 박근혜 대표 아래서 원내 대표를 할 때 입안의 혀처럼 굴었다. 그러다가 다시 박근혜를 향해 '배신자'라고 몰아쳤다.
황 대표는 이제 정치력을 발휘해야 한다. 만에 하나 경선이 무산될 경우 박 전 위원장의 본선 경쟁력이 떨어지는 것은 자명하다. 비박 주자들은 황 대표를 제치고 박근혜를 대화 테이블로 나오라는 입장이다.
황대표가 몸만사리고 비빅 주자들이 몽니를 계속 부리면 대선 승리는 기대할 수 없다. 집안이 똘똘 뭉치지도 못하는데 중도파나 관망층을 무슨 수로 끌어오나.
이제 황 대표는 제 목소리를 내야 한다. 자신이 판단해 양측을 설득하고 대화를 통해 타결점을 찾아야 한다. 그게 정치력이다. 그게 아니라면 경선 흥행은 싹수가 노랗다. 대선도 전망이 불투명하다. 집토끼도 못잡는데 산토끼를 무슨 수로 잡나. 황 대표는 더 이상 동네북 신세가 되서는 안된다. 그만의 정치적 해법을 양측에 제시하고 설득해야 할 책임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