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바람의 진원지는 구태정치다.
구태 정치에 대한 국민의 실망이 안철수 현상으로 나타난 것이다. 안철수가 새정치의 아이콘인가는 이견이 있다. 그를 통해 새정치를 구현해 보고 싶은 국민의 기대가 그런 형태로 표출된 것일 뿐 그가 새정치 주체라는 주장은 합당하지 않다. 그가 아직 보여 준게 없기 때문이다.
안철수(사진) 현상을 불러온 것은 기성 정치권의 자승자박이다.
새누리당을 비롯, 민주통합당은 다 구태 정치그룹이다. 정치쇄신의 대상이다. 그 증거는 한 둘 이 아니다. 당장 총선과 대선을 앞두고 철석같이 약속했던 기득권포기와 정치혁신의 대 국민약속은 메아리로 끝났다. 언제 그런 약속을 했느냐는 듯 세비를 인상했다. 포기하겠다던 특권도 입을 싹 닦았다. 그뿐인가. 대선공약은 뒷전으로 내쳤다. 뒷간에 갈때와 나올 때 다른 정치권을 누가 신뢰하는가. 국민은 이들은 버려야 하고 응징해야 한다. 그래야 구태 정치가 사라진다. 해도 해도 너무한 기성 정치판을 갈아 엎어 보자는 것이 안철수 현상으로 나타난 것이다.
그런데 정착 그 현상의 중심에 서 있는 안철수 전 서울대교수는 새 정치를 하는가. 그가 과연 새 정치의 주역인가.
차츰 의문이 생긴다. 지난 대선에서 그는 크게 두 가지 잘못을 했다.
우선 문재인 후보를 위해 몸을 던지지 않았다는 점이다. 이왕 대선에서 지원키로 했으면 몸을 던져야 했다. "문재인을 당선시켜 이 나라 정치를 바꿉시다"라고 외쳐야 했다. 그는 그렇게 하지 않았다. 두 사람의 속 사정은 국민이 알 바 아니다. 알 필요도 없다. 다만 그렇게 단일화를 했으면 최선을 다하는 게 옳다. 최선을 다했는가에 대해 나는 의문이다.
둘째, 그는 총선날 결과도 보지 않고 미국으로 떠났다. 유권자들에게 그는 혼란을 줬다. 그는 왜 미국으로 갔나. 그는 아직도 그 이유를 국민은 모른다. 이건 대권주자로 대인(大人)의 행보는 아니다. 그로인해 그는 김지하 시인으로부터 “뭔가 있는 줄 알았는데 빈 깡통뿐”이라는 비아냥의 대상이 됐다.
남자라면, 더욱이 대권을 노린다면 당당하고 담대하게 행동해야 한다. 그는 우유부단하고 메시지가 선문답식이며 기회주의적 행동을 한다. 정치인의 언행은 단순 명쾌해야 한다. 과거 김영삼이나 김대중 씨의 언행을 보라. 국민에게 던지는 메시지는 분명했다. 국민이 그들의 말을 듣고 오해하거나 헷갈리게 하지 않았다. 국민이 해석해야 한다면 그는 정치가가 아니다.
미국에 체류하던 안철수 전교수가 4 .24 재보선 때 서울 노원병에 출마하겠다는 의사를 밝혀 논란이다. 우선 그가 '억울하게 의원직을 상실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진보정의당 노회찬 전 의원의 지역에 출마하는 것은 도의적으로 납득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어떤 지역에 출마하느냐는 전적으로 안 전교수의 판단이다. 다만 그런 선택이 국민이 납득할 수 있고 과정이 당당해야 한다. 그는 그렇지 못했다. 기성 정치권의 흉내를 냈다.
노원병 보선은 노 전의원이나 야권 입장에서는 억울한 지역이다. 노 전 의원은 '삼성X파일' 과 관련, 삼성그룹으로부터 로비를 받은 의혹이 있는 전·현직 검사의 실명을 공개한 것이 실정법 위반이라는 이유로 의원직을 상실했다. 야권은 관련법 개정 움직임을 보였다. 심지어 판결은 뒤로 미뤄달라고 했다. 일반적인 선거법 위반 지역과는 다르다.노 전의원은 정치적 이유로 부당하게 의원직을 박탈했다는 입장이다.
이런 지역에 안 전교수는 대리인을 내세워 출마 입장을 밝혔다.더욱이 출마 발표 한시간 전 노 전 의원과 통화해 마치 노 전의원이 출마를 양해한 것처럼 발표했다. 이는 새 정치를 표방하는 안 전 교수가 취할 일이 아니다. 안 전교수는 노 전의원과 사전에 충분히 논의한 후 출마입장을 밝히는 게 도리였다.
사태는 꼬이고 있다. 노 전의원이 속한 진보정의당은 노 전의원의 부인 김지선 씨를 전략 공천했다.이 경우 야권 단인화는 물건너 가 자칫하면 야권 후보자가 새누리당에 패할 수 있다. 표가 분산되면 안 전교수라고 당선을 장담할 수 없다. 안 전교수에 신세를 진 민주통합당도 입장이 난처하기는 마찬가지다. 지역당협위원장이 출마를 선언한 상태다. 그를 무슨 명분으로 달래는가. 제1야당이 지역 후보조차 못낸다는 건 불임정당이나 같다.
안 전교수는 명분도 잃고 낙선이란 최악의 상황에 직면할 수 있다. 모든 패배 책임은 안 전교수한테 돌아갈 것이다. 그의 정치 장래는 암담해 질 수 있다.
안 전교수가 결단해야 한다. 그는 기존 정치인들과는 행보가 달라야 한다. 그가 안철수 현상을 주도하는 주체가 되고 싶다면 작은 이익에 연연해서는 안된다. 그는 국민이 보지 못한 전혀 새로운 형태의 정치를 해야 한다. 그는 노원병갑도 포기할 수 있어야 한다. 그는 불출마를 선언하고 노원 병갑 선가를 지원한 후 10월 재보선을 노릴수도 있다. 아니면 부산 영도구 출마도 검토해야 한다. 새 정치로 가는 길은 여러 갈래다.
그가 더 이상 빈깡통 소리를 듣지 않고 새정치의 아이콘이 되고 싶다면 그는 멀리 보고 통큰 정치를 해야 한다. 그게 안철수 식 새정치다. 우유부단함 대신 결단력 있고 선문답 대신 메시지는 분명해야 하며 기회주의적 행동 대신 원칙에 충실해야 한다. 그게 아니라면 그는 안철수 현상의 아이콘이 될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