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격이다, 충격.
소설이나 영화, 드라마에서나 있음직한 일이 군대에서 발생했다.
단풍이 물드는 지금도 전후방에서 명예를 목숨처럼 여기며 국가보위에 여념이 없는 수많은 군 장교들에 대한 씻을 없는 모욕이다. 군의 수치다. 한마디로 억장이 무너질 일이다.
여군 대위가 남성 소령의 성관계 요구에 시달리다 못해 자살했다는 게 믿어지는가. 일반 사병도 아닌 대위가 얼마나 못된 소령에게 심적인 고통을 당했으면 자살을 택했겠는가. 창피하지만 이게 대한민국 군대에서 발생한 일이다. 딸의 유서를 통해 이런 사실을 안 부모는 피를 토할 심정일 게다. 마른 하늘의 날벼릭이 다른 게 아니다. 곱디 고운 딸이 자살했는데 부모의 비통한 심정을 무엇으로 대신하겠는가. 육사 생도 성폭행이 일어나 사관학교 교장이 물러나고 대책을 발표한지 얼마나 됐다고 이 지경인가. 부실 대책에 군대내 성폭력 피해자들만 멍들고 고통스럽다.
그 여군대위는 입은 있지만 말이 없다. 그는 참담한 내용을 유서로 남겼을 뿐이다.
그는 지난 16일 오후 3시경 부대근처 자신의 승용차안에서 남성 소령을 저주하며 28년의 고귀한 삶을 스스로 마감했다.
15사단 부관참보부 소속의 오 대위이야기다.
그가 남긴 유서 내용(사진 YTN) 은 기가 막힌다. 군기가 퍼렇게 살아 있어야 할 군대에서 이런 비윤리적인 일이 발생했는가. 더욱이 상관의 성관계 요구에 여성 장교가 그렇게 시달렸는데 주변 장교들과 사단 참모장, 사단장은 부대 관리를 어떻게 했기에 까마득히 모르고 있었단 말인가. 한마디로 납득할 수 없은 일이고 무능한 지휘관이다.
박근혜 정부가 척결하겠다고 강조한 것이 4대 사회악(社會惡)이다. 성폭력과 가정폭력, 학교폭력, 불량식품이다. 대통령의 지시내용이 아직도 귀에 생생한데 국가안보의 최후 보루인 군대에서 이런 일이 발생하다니 군 기강이 얼마나 엉망인지 알 수 있다.
24일 국회 국방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새누리당 손인춘 의원이 직속상관의 성관계 요구와 성추행, 폭언을 견디지 못하겠다는 내용이 담긴 오 대위의 유서를 공개하지 않았더라면 일반인은 이를 몰랐을 것이다. 군이 그런 사실을 쉬쉬하며 숨겼을 것이다.
사단 부관참모이자 직속 상관인 소령은 어느 날 오 대위에게 "하룻밤만 같이 자면 군 생활 편하게 해주겠다"고 말했다. 오 대위는 거부했지만 소령은 성관계를 계속 요구하며 야근을 시켰다. 오 대위가 남긴 유서에는 “상관의 여군 비하 발언이 듣기 싫다. 성적으로 참을 수 없을 정도의 모욕과 부적절한 관계를 요구 받았다. 영원히 저주하겠다”고 적었다.
우선 조폭보다 못한 그런 비열하고 기본이 안된 사람이 어떻게 소령까지 진급했으며 사단내 핵심인 인사관리를 맡는 부관참모로 발령이 났는지 궁금하다. 부대내 인사를 담당할 부관참모가 부하 여군장교에게 성관계를 요구하고 이를 거부하자 10개월이나 야근을 시키며 폭언했는데도 군은 이런 사실조차 몰랐다는 것도 말이 안되는 일이다. 최말단 부대도 아니고 사단사령부 행정부처인 부관참모부에서 여성 장교만 날마다 야근했는데 상관들이 몰랐다는 게 상식적으로 납득할 수 없다. 부관참모부 장교들은 전우애도 없다. 국가가 달아준 국가보위의 계급장을 달고 부하 여군에게 성관계나 요구하는 이런 사람은 진급시컨 군 인사시스템도 문제가 있다.
두번째, 하루 이틀도 아니고 10개월간 상관의 성추행, 폭언, 야간근무가 계속되는 동안. 사단내 헌병과 기무부대, 사단 참모장이나 사단장은 뭘하고 있었나.15사단은 보고체계나 기강에 문제가 많다. 헌병과 기무부대는 직무유기를 했다. 사단장, 군단장, 군 사령관 까지 지휘책임을 물어야 한다. 그런 지휘력으로 어떻게 국가를 보위한단 말인가. 사단장은 부하들의 안전을 책임져야 할 책무가 있다. 부하와 부대관리를 제대로 못한 사단장을 해임해야 한다.
셋째, 권오성 육군참모 총장은 "여군 고충 처리를 포함해 전체적으로 정비하는 계획을 세우겠다"고 밝혔다. 해당 15사단은 100명에 이르는 여군들의 처우 개선을 약속했다. 하지만 이는 사후약방문이다. 뒤북치는 군이다. 사건만 나면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했지만 달라진 건 별로 없다.말로 당시 상황만 모면하면 될 일인가. 여군 문제가 15사단만의 일인가. 지금 여군만 8400여명이 넘는다.
군이 땅에 떨어진 명예회복과 기강확립을 위해 이번 성폭력 사건은 일벌백계로 엄중하게 다뤄야 한다. 도저히 용납할 수 없는 범죄다. 군대내 성폭력을 근절하지 못하면 박 대통령의 4대악 척결도 말짱 도루묵이다. 사단장이나 군단장, 군 사령관의 딸이 군에서 그런일로 자살했다면 그들은 어떻게 했겠는가. 오 대위의 부모입장에서 이 문제를 처리해야 한다. 재발 방지를 위한 읍참마속의 자세가 필요하다. 군의 행태가 안타깝고 답답하기 그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