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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자일기 - 공양

암자일기

by 문성 2009. 12. 15. 12: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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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불교에서 공양(供養)이란 음식 먹는 것을 말한다. 

 쉽게 말하면 밥먹는 일이다. 인간에게 먹는 일 처럼 즐거운 것도 없다. 식도락(食道樂)이란 말도 있지 않은가.  절도 사람이 사는 곳인데 먹는 일이 빠질 수 없다. 때가 되면 먹어야 한다.

 

하지만 절 공양은  일반인이 음식을 먹는 것과는 의미가 다르다.  살기 위해 먹는 게 아니다. 수행의 한 과정이 공양이다. 수행하기 위해 먹는 것이다. 그래서 법(法)공양이라고도 한다.

그런만큼 공양하는 마음가짐도 자세가 사회의 식사법과는 차이가 있다.

우선 까다롭고 경건하며 정숙하다. 마치 의식을 행하는 것만큼이나 분위기가 엄숙하다. 속세의 '즐거운 밥상'과는 천지차이다.


먼저 공양할 때는 항상 공양물을 재배하거나 제공해 준 사람에 대해 감사함을 가져야 한다.

음식을 먹기 전 두 손을 합장해 “잘 먹겠습니다”라고 말한다. 밥을 다 먹고  숟가락으 놓을 때는 “잘 먹었습니다”라고 말한다.   스님들이 발우공양을 하는 모습은 “군대식사는 저리 가라”다.  

공양에는 불문율이 있다. 자기가 먹을 만큼만 음식을 그릇에 담야야 하고, 담은 음식은 다 먹어야 한다.

음식을 바닥에 흘리거나 그릇에 음식을 남기면 절대 안된다. 절에서는 낭비가 없다. 음식 찌꺼기가 나오지 않는다. 옛 스님들은 배추 한 잎을 줍기 위해 십리를 뛰어 갔다고 한다.    

음식을 먹는 도중 말을 하거나 음식 씹는 소리가 나도 안된다. 공양 시간은 침묵의 연속이다. 


길상암의 공양은 하루 세 번이다. 이것은 우리 가정이나 같았다. 그러나 공양 시간이 달랐다.
 아침은 7시, 점심은 낮 12시, 저녁은 오후 5시였다. 아침이나 점심은 그런대로 괜찮았다.  하지만 저녁 공양은 시간이 일렀다. 보통 집에서 저녁은 9시가 다 돼야 먹었다.
여름철 오후 5시는 한 낮이다. 무더위가 절정을 지났지만 여전히 태양은 서쪽 하늘에 걸려 있다. 그런데도 저녁을 먹어야 한다.


공양 시간이 되면 어김없이 공양간 입구에 걸어 놓은 종이 울렸다. 60 ,70년대 시골 초등학교에서 수업 시작과 끝을 알리던 종소리와 흡사했다.  종 가운데 줄을 잡아 당기면 청아한 소리가 산사 가득히 울려 퍼졌다.

“땡, 땡, 땡”
종소리가 울리면 곧장 공양간으로 내려가야 한다.

 밥상을 펴고 수저를 챙긴 뒤 밥과 반찬도 날라야 한다.  절은 모든 게 셀프다. 셀프의 원조는 서양이 아니라 바로 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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