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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현덕의 정보통신부<394) 진대제 장관 국무회의서 L장관 향해 " 당신이 뭘 알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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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문성 2016. 6. 29. 1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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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치 살얼판을 걷는 분위기였다.

"안됩니다. 미국식 TV3000만 명이 시청합니다. 휴대폰으로 TV를 보게 하면 1000만 명이 볼 것입니다. 100만 명을 위해 정부가 이미 결정한 전송방식을 변경해야 합니까.”

20031230일 청와대 국무회의장(사진)

노무현 대통령에게 진대제 정보통신부 장(현 스카이레이크인베스트먼트 회장)은 디지털TV(DTV)전송방식을 둘러싼 논쟁 경과를 보고했다. 진 장관은 논쟁 해법도 제시했다.

이동식을 하려면 엄청난 투자를 해야 합니다. 싱가포르의 경우 바둑판처럼 수신 안테를 설치했습니다. 전국에 수신안테나를 설치해 보십시오. 환경을 망칠 겁니다. 따라서 이미 방송중인 미국식과 이동식 사용자를 위한 DMB를 병행하면 이 논쟁은 해결될 수 있습니다. 이제 정부가 해야 할 일은 언론노조와 방송사 경영진을 설득하는 일입니다.”

노 대통령이 다소 누그러진 표정으로 결론을 내렸다.

이거 참. MBC를 시청할 때는 언론노조의 주장이 맞는 것 같더니 오늘 이야기를 들으니 진 장관 말이 맞는 것 같네. 어느 말을 믿어야 할지 잘 모르겠는데... 그래도 나는 진 장관을 말을 믿어야 겠지요. 이 논쟁은 정통부가 맡아서 해결하고 그 결과를 다음달 보고해 주세요.”

미국식(ATSC)인가, 유럽식(DVB)인가.’

디지털TV(DTV)전송방식을 놓고 20008월부터 정통부와 방송계는 치열하게 대립했다. 19971120일 미국식을 표준으로 결정한 정통부는 유럽식을 요구하는 방송계 입장을 수용할 수 없었다. 논쟁은 갈수록 격화됐고 사태는 얽힌 실타래처럼 꼬였다. 유럽식을 주장하는 문화방송(MBC)은 이 문제를 앞장서서 집중 보도했다.

국무회의 이틀전인그해 1228일 일요일 저녁 915.

MBC특집 디지털TV시대 -미국식인가. 유럽식인가를 보도했다. mbc는 전송방식 쟁점과 미국식과 유럽식 장단점, 외국실태, 해결책, 외국의 전송방식 선정과정, 이동수신 시장 가능성, 정통부 정책 문제점 등을 집중 다뤘다.

노 대통령은 휴일 밤 관저에서 느긋한 마음으로 이 프로를 시청하다 깜짝 놀랐다.

보도 내용대로라면 유럽식이 기술적으로 우위에 있어 전송방식을 변경해야 할 상황이었다. 대통령으로선 그냥 넘길수 없는 중대 사안이었다.

노 대통령은 월요일 아침 청와대 수석비서관회의에서 이 문제를 거론했다.

“DTV논쟁을 해결하기 위해 대통령직속 특별위원회를 구성해 중립적으로 검토해야겠다. 그 전에 정통부 입장을 들어보자. 내일 국무회의에서 정통부 장관이 경과를 보고토록 하라

이튼날인 30일 오전 청와대에서 열린 국무회의장 분위기는 극도로 무거웠다. 노 대통령이 진대제 정통부 장관을 보며 말문을 열었다.

그제 밤 MBC프로를 봤지요. DTV전송방식에 문제가 많은 모양이지요. 어떻게 되고 있는지 설명을 해 보세요.”

진 장관은 준비한 지상파TV디지털 전환 쟁점과 대책을 보고했다. 그간의 디지털전환 추진경과와 전송방식 논쟁, 최근 동향, 쟁점과 대책 등을 객관적이고 중립적으로 보고했다.

당시 상황은 심각했다. 방송노조는 그해 1024일 정통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정통부 폐지를 주장했다. 노조는 1217일 철야농성에 돌입하면서 총 파업도 불사하겠다고 밝혔다. 만약 방송사가 정통부 정책에 반대해 총파업을 한다면, 그건 정권이 흔들릴 일이었다.

진대제 장관의 증언.

“‘정통부가 논쟁을 해결하라는 대통령 말씀에 안도의 한숨이 나왔습니다. 일단 정통부 폐지나 제가 불신임 당하는 위기는 벗어났습니다. 하지만 이게 끝이 아니었습니다.”

이날 국무회의 도중 있었던 뒷이야기 하나.

노 대통령이 잠시 자리를 비운 사이 L장관이 언론노조는 안 그렇다고 하던데...”라며 또를 달았다. 순간 화가 머리끝까지 치민 진 장관이 손으로 탁자를 치며 소리쳤다.

XX, 잘 모르면 가만히 있어. 당신이 뭘 알아

정통부 고위인사 출신 S씨의 말.

관료출신이었다면 어림택도 없는 일입니다. 관료출신들은 이견이 있어도 나중에 이야기하자고 합니다. 그러면 그것으로 끝입니다. 대기업 CEO출신으로 오너십이 있고 논리가 정연한 진 장관이니까 가능했던 행동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