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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현덕이 만난 생각의 리더]<68>세계 처음 고체형 레어저치료기 개발한 주홍 레어저옵텍 대표

[특별기획] 생각의 리더

by 문성 2016. 8. 12. 11: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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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연구실로 돌아가고 싶었다. 그러나 갈 수 없었다. 투자자들의 기대를 저버릴 수 없어서다. 이를 악물고 앞만 보고 달렸다. 15년 동안 흘린 땀과 노력의 대가는 헛되지 않았다.

 

지난해 세계 최초로 가스를 사용하지 않고 난치성 피부 질환을 치료할 수 있는 고체형 레이저 치료기 `팔라스(Pallas) 레이저`를 개발했다. 지금은 세계 50개국에 자체 기술로 개발한 각종 레이저 치료기를 공급하고 있다.

 

한국 레이저공학의 권위자 주홍 레이저옵텍 대표(사진. 전자신문) 이야기다. 그는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연구원 벤처기업가 1호다. 청바지에 체크무늬 남방셔츠 차림을 한 주 대표를 2일 경기도 성남시 상대원동 레이저옵텍 사무실에서 만났다. 역경을 이겨낸 그의 얼굴에는 자신감과 여유가 넘쳤다.

 

 

-과학자에서 벤처를 창업한 이유가 있나.

2000년 창업 붐이 한창 불 때 KIST에서 벤처를 창업하는 연구원에게 2년 동안 겸직을 허용했다. 그 당시 나는 레이저기술 특허 두 건을 보유하고 있었다. 하나는 레이저로 피부를 깎는 기술이다. 국내 첫 개발 기술이다. 또 하나는 산업용 레이저 기술로, 광통신산업용이다.

그해 7월 세 명이 의료용과 산업용 레이저를 만드는 레이저옵텍을 창업했다. 창업 초창기에 레이저 기술력 하나는 자신 있었다. 이듬해 KIST에서 후문 쪽에다 홍릉벤처밸리를 조성, 장소를 제공했다. 창업하자 엔젤과 기업 등에서 5억원을 투자했다. 겸직 기간이 끝날 무렵 두 명은 KIST로 복귀했다. 나만 남았다. 연구만 하다가 기술 창업을 하고 보니 경영이나 마케팅이 너무 힘들었다. 사업을 접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다. 하지만 투자를 받았으니 중간에 그만둘 수도 없었다. 흔히 말하는 `개고생`을 했다. 새벽 6시에 출근해 밤늦게 퇴근하면서 레이저 개발에 매달렸다. 사업을 하면서 배운 게 많다.

 

주 대표는 요즘도 새벽 6시에 출근해 오후 9시에 퇴근한다.

 

-어떤 점인가.

세상을 보는 눈이 변했다. 지금은 연구소나 학교에 있는 후배들과 만나 대화하면 답답함을 느낀다. 의사소통이 안 된다. 자기주장이 강하고 시야가 좁다. KIST에 가서 강연할 때 후배들에게 `마음을 내려놓아라. 그리고 세상을 넓게 보라`고 당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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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 대표는 인하대 대학원에서 이학박사 학위를 받고 KAIST를 거쳐 KIST 광기술연구센터에서 연구원으로 일했다. 미국 코네티컷대에 유학했으며, 2013년 세계 인명사전 `마키스 후즈 후`에 등재됐다.

 

-미국 텍사스대 MD앤더슨 암센터에 레이저 기기를 수출했다.

지난 6월 우리 기술로 개발한 피부질환용 레이저 치료기 `히페리온`MD앤더슨 암센터에 수출했다. 혈관 제모용 레이저 치료기다. 이번 수출은 한국 제품의 기술력이 세계 정상급임을 인정받았다는 점에서 의미가 각별하다. 이 암센터는 세계 최고 암 치료 기관이다. 암 전문의만 1200명이 근무한다.구강암 치료를 하면 이식한 피부에서 털이 난다. 이걸 제거하는 후처리용 레이저 치료기가 히페리온이다. 이번 수출은 MD앤더슨 암센터에서 치료용 레이저 기기를 만들 수 있느냐고 먼저 타진해 와 성사됐다. 우리는 이미 그런 시스템을 개발한 상태였다. MD앤더슨 암센터에 트레이닝 받으러 수많은 의료진이 우리 제품을 사용할 것이다. 국산 레이저 기기의 수출 확대 거점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그동안 MD앤더슨 암센터 같은 미국 주류 의료기관에 한국 의료 기기를 공급한 일이 거의 없다.

 

-세계 최초인 `팔라스 레이저`는 어떤 과정을 거쳐 개발했나.

제품 개발은 2006년에 시작했다. 10년 만에 자체 연구로 국산화한 것이다. 백반, 건선, 아토피, 원형탈모 같은 피부 질환을 치료하는 레이저 기기는 크게 세 종류다.

하나는 자외선램프 치료기다. 이건 시간이 오래 걸린다. 일주일에 2회씩 1년 동안 치료해야 한다. 치료 효과도 낮다. 그러다 보니 중도 포기하는 경우가 많다.

다음에 나온 게 엑시머 레이저다. 가스 레이저로 램프 치료기의 단점을 보완했다. 치료 기간은 3개월이고, 효과도 자외선램프보다 크다. 하지만 단점이 있다. 우선 유지·보수비가 연 2000만원 정도다. 치료 때 출력이 불안정해 화상을 입을 수도 있다. 의사 입장에서는 안 쓸 수도 없고, 그렇다고 쓰자니 부작용 우려가 있었다.

이러한 단점을 보완한 레이저 치료기 개발에 착수했고, 국산화한 게 바로 고체 레이저인 `팔라스`. 팔라스는 치료 기간이 2개월 미만이다. 유비·보수비는 연 50만원가량이다. 출력 불안정 문제도 해결했다. 가격도 외산에 비해 싸다. 모든 면에서 기존 제품보다 우수하다.

 

-어려움은 없었나.

왜 없었겠나. 나는 레이저로 박사 학위를 받았다. 관련 특허도 보유하고 있었다. 하지만 경영을 해 본 적이 없다. 창업 이후 절감한 게 사업은 기술만으로 되는 게 아니라는 사실이다. 2006년에 개발을 시작했지만 진전이 없어서 2010년부터 다른 방법으로 연구를 했다. 연구개발(R&D)비로 약 35억원 들어갔다. 2015년에 세계 최초로 고체형 레이저 치료기인 `팔라스` 개발에 성공했다. 식품의약품안전처의 승인도 받았다. 회사에는 레이저로 박사 학위를 받은 사람이 나를 포함해 세 명이다.

 

-치료 분야는.

백반과 건선 등 피부 질환이다.

 

-의료보험 대상인가.

백반과 건선은 의료보험 대상이다. 지난해 건강보험심사평가원으로부터 보험수가를 받았다. 보험이 안 되면 어려움이 많다.

 

-세계 시장 규모는.

현재 연 3000억원 정도로 추정된다. 한국은 100억원으로 보고 있다. 그동안 레이저 치료기는 미국 업체가 주도했다. 그다음은 독일 업체다. 그동안 우리는 레이저 치료기를 전량 수입해 사용했다. 앞으로는 수입대체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가장 큰 시장은 미국, 그다음은 유럽이다. 미국 식품의약국(FDA)과 유럽 CE에 안정성 승인 신청을 했다.

 

-세계 진출 전략은.

현재 50개국에 대리점이 있다. 아프리카를 제외하면 모든 나라에 대리점에 다 있는 셈이다. 11대리점이 원칙이다. 대리점을 계약하기 전 한국에 와서 1주일 정도 기술과 치료 방법 교육을 받아야 한다. 교육을 수료해야 대리점 계약서에 서명한다. 현재 싱가포르인 두 명이 와서 교육을 받고 있다. 1년에 한 번씩 한국에서 각국 고객을 초청해 모임을 갖는다.

 

-인도 수출은 처음인가.

인도는 엑시머 레이저 수입을 전면 금지했다. 가스 유출로 인한 유해성 때문이다. 인도는 인구 12억명이 넘는 가운데 백반, 건선, 아토피 환자가 유독 많다. 지금까지 자외선램프를 레이저 치료기로 사용했다. 인도 의료기기 시장은 연간 42000억원 규모라고 한다. 8월 인도 의료기관에 팔라스를 공급하기로 했다. 우리 제품의 안정성과 성능을 평가했다. 9월에는 인도에서 워크숍도 연다. 인도 대리점에서 행사를 준비하고 있다. 인도에서 선택한 솔루션은 팔라스뿐이다. 워크숍에 500여명이 참석한다.

 

-현재 생산하는 레이저는 몇 개 종류인가.

크게 4개 종류다. 용도별로 세분하면 7개다. 기미와 검버섯 같은 색소병변 치료기가 3, 흉터와 주름 치료기가 2, 혈관병변과 제모 치료기가 2개다. 현재 병변용인 피코세컨드(Picosecond) 레이저를 개발하고 있다. 2014년부터 착수했고, 2019년에 개발을 완료할 계획이다. 정부 과제로 5년 동안 65억원을 지원받는다. 대당 가격이 3억원에 이르는 고가 제품이다.

 

-창업 희망자에게 하고 싶은 말은.

200111월 투자를 받아 20021월 이곳으로 이사했다. 당시 투자금이 10억원인데 1년 후에 돈이 없었다. 죽을 고생을 했다. 별 생각이 다 들었다. 하늘이 무너져도 솟아날 구멍이 있다고 했는데 그때 의료용 레이저 제조업체에서 주문자상품부착생산(OEM) 방식으로 레이저를 만들어 달라고 했다. 그렇게 해서 고비를 넘겼다. 그 당시 `사전에 충분히 준비하고 창업했으면 이런 고생을 안했을 텐데`라며 후회했다. 내가 창업해 보니 기술력은 경영 전체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5%밖에 안 된다. 경영을 모르면 절대 성공할 수 없다. 벤처 성공률이 1~3%라고 한다. 기술력만 믿고 창업하면 100% 망한다.

 

-벤처 활성화를 위한 조언은.

벤처 창업 이전에 정부가 창업 인큐베이터 시스템을 마련하고 그곳에서 일정 기간 교육을 받도록 했으면 좋겠다. 기술만 있는 창업 희망자들이 그곳에서 경영과 마케팅을 배우고 나오면 성공률이 높아질 것이다. 대기업에서 분사해 창업한 벤처 기업인은 대체로 성공한다. 그들은 기술과 더불어 대기업의 경영과 환경에 대해 사전 지식이 있다. KIST 연구원 벤처에 당시 16개 팀이 창업했다. 다 실패하고 지금 나만 남았다. 기술만 믿었기 때문에 실패한 것이다.

 

-좌우명과 취미는.

좌우명은 `긍정적으로 세상을 보자`. 긍정적으로 생각하면 우선 내 마음이 편하고, 인간관계가 좋아진다. 취미는 수채화 그리기다. 은퇴하면 그림을 그릴 생각이다.

 

주 대표는 레이저 박사답게 레이저 종류와 성능을 설명할 때 자리에서 일어나 칠판에 글을 써 가며 설명했다. 의료용 레이저에 대한 열정을 엿볼 수 있었다. 2010년에는 100만달러 수출 탑을 수상했다. 저서로 `메디컬 에스테틱 레이저의 원리와 응용`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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