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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현덕의 정보통신부 그시작과 끝<130>

[특별기획] 대통령과 정보통신부

by 문성 2011. 8. 16. 13: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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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8년 12월29일.


정부는 이날 오후 미국의 시장개방 요구 등 긴급 경제현안을 다루기 위한 12개 실무대책반을 편성했다. 이어 과천 정부종합청사에서 조순 부총리(한국은행 총재. 서울시장 역임. 현 서울대 명예교수) 주재로 첫 대책반장회의를 열었다. 이중 통신망사업개방대책반장은 신윤식 체신부 차관(데이콤 사장. 하나로통신회장 역임. 현 정보환경연구원 이사장)이 맡았다. 대책반은 외무부. 재무부. 상공부. 과기처 체신부 등 관계 국장과 학계 인사 등으로 구성해미국의 통신시장 개방 압력과 관련, 대응방안을 마련키로 했다.



미국은 그해 8월 23일 종합무역법에 통신규제 조문을 신설했다. 미국은 1989년 2월까지 통신분야 우선협상대상국을 선정해 의회에 보고하며 ‘수퍼301조 신설 등 불공정 무역관행 대상국에 대통령이 보복할 권리를 포함시켰다. 통상압력의 강력한 수단이었다. 미국은 이 법에 따라 주요 국가의 통신시장 현황을 조사하면서 한국을 우선협의대상국을 지정한다는 입장이었다.



정부는 1989년 1월16일 오후 체신부 회의실에서 외무부, 상공부.재무부 등 관계자들이 참석한 가운데 신윤식 차관 주재로 대책반 회의를 열고 한미 양국간 통신현안에 대한 대외 개방 방안을 논의했다.


1989년 1월 26일.

최영철 체신부 장관은 이날 오후 청와대에서 노태우 대통령에게 새해업무보고를 통해 통신기술고도화와 대북방송통신교류 등을 적극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최 장관은 통신시장 개방은 불가피하므로 개방압력에 대비, 전담반을 편성하고 주미 대사관에 통신협력관을 파견하겠다고 보고했다. 최 장관은 VAN(부가가치통신망)도 점진적으로 개방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체신부는 그해 9월 주미대사관에 이종순 체신부 서기관(정통부 공보관. 국제협력국장. 아태전기통신협의체 사무총장 역임. 작고)을 파견했다.


정부는 미국과 직접 통신협상을 갖고 미국의 우선협상국지정을 피해 나간다는 방침을 정했다.


체신부는 2월 13일부터 17일까지 워싱턴에서 한미 통신협상을 열기로 미국과 합의했다. 미국은 2월1일 협상초안을 우리측에 제시했다. 미국 요구를 한국이 수용할 경우 우선협상국 지정에서 제외한다는 내용도 들어있었다. 미국 요구는 크게 △통신서비스시장 개방△ 통신기기 시장 △무선서비스 개방 △관세율 인하 등이었다.


통신망사업개방대책반은 미국측과 최종 협상선과 대응방향을 결정하기 위한 회의를 2월8일과 9일 연달아 열었다.

정부는 대책반 논의 내용을 종합해 마련한 정부 훈령을 한국측 수석대표인 박성득 체신부 통신정책국장에게 내렸다. 협상대표는 훈령의 범위안에서 협상에 임할 수 있는 것이다.


정부는 훈령 범위내에서 수석대표에게 협상전권을 넘기고 만약 협상을 더 이상 추진하기 어려워 결렬이 불가피하면 미국의 우선협상국 지정을 감수한다는 방침을 정했다. 이번 협상을 타결할 경우 미국 행정부가 2월23일까지 의회에 보고하는 우선협상국 대상에서 한국은 제외될 수 있었다.


한국 대표단은 2월11일 김포공항을 출발해 13일부터 미국 워싱턴 미통상대표부(USTR)에서 17일 새벽까지 마라톤 협상을 진행했다. 미국측 수석대표는 피터 알가이어 무역대표보(補)였다. 미국측의 개방요구는 거칠었다.


당초 회담일정은 16일까지 4일간이었다. 한국대표단은 일정을 연장해 미국의 우선협상국 지정을 피하기 위해 노력했다.


협상단은 미국이 요구한 13개항을 놓고 최대한 절충점을 모색했으나 미국측이 전화와 전신 등 협의의 통신장비를 제외한 나머지는 비규제통신산업(NTNS)이라는 새로운 개념으로 규정하고 전면 조기 개방을 요구해 접점을 찾지 못했다. 특히 미국측이 국내VAN은 1991년 1월까지, 국제VAN은 1991년 7월까지 개방할 것을 요구했다. 아울러 관세장벽철폐와 투자제한 철폐, 미국 제품 구매, 무전기규제완화 등도 요구했다.


박 단장의 증언.

“통신은 미래산업인데다 당시 우리 통신산업수준은 미국에 비해 낙후했습니다. 한번 통신시장을 개방하면 다시 막을 수가 없고 통신산업 발전이나 기술자립은 기대할 수 없습니다. 더욱이 우리는 남북이 대치하는 분단국으로 국가안보상 무선서비스 개방은 수용할 수 없었어요. 국가의 신경인 통신을 외국에 내주는 나라가 어디있습니까. 미국 요구는 무리한 내용이 많아 일정을 연기하면서 협상했지만 미국측과 타결점을 찾기는 불가능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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