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 왜곡에 앞장서는 KBS



 

일요일 저녁 모처럼 KBS의 광개토대왕(사진)을 보다가 채널을 획 돌렸다.

공영방송에서 이게 도대체 뭐하는 짓인가 싶었다. 역사적 인물을 우롱하는 것인지 아니면 시청자를 초등 학생쯤으로 생각하는 것은 아닌가. 속에서 울화가 치밀었다. 그렇지 않다면 역사왜곡을 이렇게 할 수는 없는 일이다. 작가와 PD, 더 나아가 KBS사장의 역사인식이 궁금했다.  

 

왜곡도 어느정도지 이건 아예 픽션이다. 태자인 담덕이 포승에 묶여 국상앞에 끌려 오지 않나, 담덕의 아버지 고국양왕은 국새를 들고 나와 국상인 개연수에게 넘겨 줄테니 ‘살려달라’고 애걸하지 않나 이건 결코 사실이 아니다. 그 당시 현실에서 절대 가능한 일이 아니다. 그 당시 고국양왕은 드라마처럼 허약하지 않았다. 통치기반도 흔들리지 않았다. 작가의 상상력에 헛웃음이 나왔다. 이건 코메디다.

 

광개토대왕이 누군가. 역사의 걸출한 영웅이다. 그는 고국양왕의 아들로 12살때 태자가 됐고 18살에 왕위에 올랐다. KBS의 광개토대왕은 역사적 사실과 전혀 부합하지 않다. 후연의 모용수는 광개토대왕이 10살 때 후연을 건국했다. 그런데 드라마에서 담덕이 그곳에 가서 모영수와 담판을 한다. 더욱이 담덕비는 후연에서 실종된다. 현실과 너무 동떨어진 설정이다. 게다가 내용과 극적 구성이 신통찮으니 무협영화처럼 심심하면 칼싸움이다.

 

 

드라마의 특성상 흥미를 위해 사실과 꼭 같을 수는 없다. 하지만 그 시대가 지닌 시대정신이 왜곡되거나 사실이 훼손되면 안된다.

 

지난 2006년 9월 13일 서울 종묘공원에서 시민 2천여명이 모여, '중국 동북공정 저지 범국민대회'를 개최한 후, 중국대사관을 향해 광화문까지 동북아평화를 위한 대행진을 한 적이 있다. 중국이 고구려 역사를 왜곡한 것이 항의하는 행렬이었다.

 

그런데 지금 우리 지상파 방송사들은 우리 역사를 왜곡하는 일에 앞장서고 있다. 막장드라마를 만들고 있다. KBS뿐만 아니다. SBS 뿌리깊은 나무를 보라. 세종이 아버지 태종에게 대드는 모습이 있다. 이게 당시에 가당하기나 한 일인가. 머리카락 하나 부모가 물려준 것이라며 손대지 않던 시대에 상왕인 아버지한테 대든다는 것은 상상할 수 없는 일이다. 당시 태종의 기세는 하늘을 찔렀다.

 

중국의 동북공정에는 국회나 정부도 정면 대응하면서 왜 국내 작가들의 우리 역사 왜곡이나 훼손은 가만히 있는가. 시청율을 핑게삼아 역사 왜곡을 용인하는 제작책임자나 방송사 사장들은 책임을 져야 한다.

 

원로 극작가 신봉승씨는 한국의 대표적인 역사드라마 작가다. 그는 조선왕조 5백년을 비롯해 역사 드라마사(史)에 길이 남을 숱한 드라마를 집필했다.

 

오죽 답답했으면 그는 최근 자신의 홈페이지에서 "역사 드라마가 막 가고 있다. 역사 드라마가 사실과 똑같을 필요는 없지만 보는 시청자들은 드라마를 통해 역사적 사실을 터득하려는 마음이 작용하게 된다. 역사 드라마가 사실과 얼마간 다를 수는 있지만 시대정신 만큼은 달라서는 안된다"고 지적했다.

 

 

그는 조선왕조 5백년 집필시 조선왕조실록 1866권을 정독했다. 한문으로 된 원전을 다 읽었다. 그는 정사사료(正史史料)를 주축으로 정통사극의 전형을 남겼다. 그러면서도 흥미와 재미있은 역사적으로 유익한 드라마를 남겼다. 요즘 작가들은 이정도의 역사의식을 갖고 드라마를 집필하는가.과연 역사공부를 하기나 하는가.

 

 

그는 "역사 드라마는 설혹 시청률이 높았더라도 작품이 시청자들의 역사 인식에 해악을 주었다면 작가나 PD는 큰 죄를 짓게 되는 것"이라고 했다.

 

역사 '드라마'를 왜곡하고 훼손하는 것은 선조에 대한 모욕이다. 픽션을 제멋대로 가미한 것은 작가나 PD, 나아가 방송사장의 역사 수준을 단적으로 보여 주는 것이다.

 

 

이런 일이 빈번한데도 시민단체나 국회, 정부는 뭘하고 있는가. 우리의 역사를 공영방송이 앞장서서 왜곡하고 훼손하면서 남의 나라를 탓할 자격이 있는가. 상업방송보다 못한 드라마를 만드는 KBS가 수신료 인상을 말할 수 있는가. 왜 역사를 왜곡하고 훼손하는 드라마를 그냥 놔 두는가. 정말 이해할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