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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현덕의 정보통신부<279>-DJ "각하라 부르지 마시오"

[특별기획] 대통령과 정보통신부

by 문성 2013. 8. 22. 10: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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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중 대통령은 취임과 동시에 기존 관행을 부수는 파격적인 조치를 취했다.

그는 먼저 ‘각하’라는 호칭을 사용하지 말도록 내각에 지시했다. 그리고 국정(國政)을 촘촘하게 챙겼다.

 

김 대통령은 대학노트 크기에 자필로 국정 운영에 관한 사항을 깨알같이 기록했다. 이른바 ‘국정노트’였다. 김 대통령은 재임 중 27권의 국정노트를 작성했다.

 

1998년 3월 5일 오전 청와대.

3월의 청와대 경내는 파릇 파릇한 봄기운이 완연했다.

김대중 대통령은 이날 본관 2층 세종실에서 열린 국무회의(사진)에서 모두(冒頭)발언을 통해 ‘호칭(呼稱)’ 변경을 당부했다.

“앞으로 각하(閣下)라는 칭호를 사용하지 마십시오.”

 

각료들은 귀를 의심했다.

“각하라고 부르지 말라니.”

김 대통령은 장관들의 속마음을 알고 있다는 듯 말을 이어나갔다.

“보통 말할 때는 ‘대통령’이라고 하면 됩니다. 대통령 자체가 높임말입니다. 선생도 사장도 그 자체가 경칭입니다. 보통 말할 때는 ‘대통령’이라고 하고 나를 호칭할 때만 ‘대통령님’이라고 부르면 됩니다”

 

김 대통령의 이런 당부는 자신이 혁신의 기수로 ‘국민의 대통령’이 되고 싶다는 강력한 의지의 표현이었다.

 

배순훈 정보통신부 장관의 말.

“그동안은 대통령을 각하라고 불렀는데 김대중 대통령은 그렇게 부르지 말라고 당부했습니다. 그후부터 대통령님으로 국무회의 석상에서 불렀어요”

김성훈 농림부 장관(상지대 총장 역임. 현 중앙대 명예교수. 환경정의 이사장)은 “첫날 대통령은 모두 발언에서 ‘앞으로 나를 각하라고 호칭하지 말라. 그냥 대통령님이라고 불러달라’고 했다. 아주 작은 것에서 큰 길을 찾고 아주 큰 것에서 작은 것을 놓치지 않는 김 대통령의 세심하고 통 큰 국정 철학을 국무회의에서 확인할 수 있었다”고 증언했다.

 

김 대통령의 회고록 증언.

“내게 각하라는 말은 권위 덩어리처럼 여겨져 듣기에 섬뜩할 정도였다. 대통령 당선인 시절에도 , 취임 후에도 여러 차례 회의에서 강조했다. 그러나 한동안은 잘 지켜지지 않았다. 각하를 없애는 데는 시간이 걸렸다”

 

그동안 공직사회에서는 관행으로 ‘대통령’을 ‘각하’라고 불렀다.

이승만. 윤보선. 박정희. 최규하, 전두환 전 대통령 시절까지 대통령을 '각하'라고 호칭했다. 정부 출범 초기에는 사단장이나 군 사령관 등 장군들도 각하로 불렸다. 하지만 대통령을 각하라고 호칭하면서 이 말은 권위의 상징처럼 굳어졌다. 한때는 뉴스시간에 앵커가 ‘000 대통령 각하’라고 했다.

 

김 대통령은 이에 앞서 청와대 수석비서관에게 ‘각하’라는 말을 사용하지 말 것을 주문했다.

김 대통령은 2월 25일 오후 3시 본관 2층 접견실에서 김중권 비서실장(현 변호사)과 안주섭 경호실장(국가보훈처장 역임) 및 수석 비서관들에게 임명장을 수여했다.

 

김 대통령은 이날 “대통령을 부를 때 왜 ‘대통령 각하’라고 부르느냐”며 김중권 비서실장에게 질문한 뒤“대통령이라는 말 자체가 존칭이만큼 앞으로 ‘각하’라는 호칭을 쓰지 말라. 만약 대통령이라는 직함으로만 부르는 것이 어색하다면 ‘대통령님’ 정도가 좋겠다”고 말했다.

 

김중권 비서실장은 이에 대해 “이제까지 해 온 대로 ‘각하’로 부르는 것이 좋겠다”고 답변했지만 김 대통령을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김중권 당시 비서실장의 회고.

“나는 대통령과 대화할 때 ‘각하’라고 부르는 것이 편하고 또 그 말에는 국가원수에 대한 존경의 뜻도 담겨 있다고 생각했다. 나는 반드시 ‘각하’라는 말이 반드시 권위적이라기 보다는 나라를 대표하는 대통령에 대한 예우이고 관례적으로 사용해 온 말이므로 문제될 것이 없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대통령은 뜻을 굽히지 않았다. 오히려 대통령에 ‘님’자도 붙이지 말자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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