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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J, 대통령 업무보고 형식파괴

[특별기획] 대통령과 정보통신부

by 문성 2013. 10. 1. 1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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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8년 4월 17일.

 

서울 세종로 정보통신부 청사 주변은 경호가 삼엄했다. 청와대 경호실 요원들은 전날부터 정통부 입구에 검색대를 설치하고 동선을 확보하는 등 치밀한 경호작전을 세웠다. 일반인의 정통부 출입은 철저히 통제했다. 미리 등록해 비표를 받은 사람만 출입을 허용했다.

 

 

김대중 대통령은 이날 취임 후 처음 정보통신부를 방문했다. 배순훈 정통부 장관으로부터 새해 업무보고를 받기 위해서였다.

 

오전 10시.

김 대통령이 배순훈 장관 안내로 정통부 14층 대회의실로 들어섰다.

이날 대통령 업무보고는 방식이 과거와 판이했다. 예전 일방 통행식 업무보고 방식이 양방향 토론식으로 바뀐 것이다.

 

김 대통령은 3월초 박지원 청와대 대변인(문광부 장관. 청와대 비서실장 역임. 현 민주통합당 의원)을 통해 “새해 업무보고는 대통령이 해당 부처로 가서 20분 업무보고, 20분토론, 대통령 지시 20분으로 진행할 것”이라며 “업무보고 내용은 폐쇄회로 TV를 통해 공무원들이 볼 수 있도록 하겠다”고 예고했다.

 

그동안 대통령 업무보고는 각본에 따라 진행했다. 해당 부처 장관이 업무 보고를 하면 대통령이 몇 가지 현안을 장관에게 질문한 후 대통령 말씀 순으로 막을 내렸다.

대통령 지사사항은 해당 부처와 사전 조율해 자료를 만들었다. 그러나 김 대통령은 이런 자료를 만들지 않았다.

 

업무보고 방식이 토론식으로 바뀌자 부처 실, 국장급 간부들에 비상이 걸렸다. 김 대통령과 첫 만남인데다 어떤 내용을 질문할지 알 수 없어 간부들의 긴장도는 현저히 높았다.

김 대통령은 일에 관해 논리적이고 치밀했다. 김 대통령은 부처 방문 전 청와대 수석과 관련 비서관으로부터 업무보고를 받고 이들과 토론을 했다.

 

김 대통령은 결과를 종합해 토론할 내용과 질문사항을 국정노트에 꼼꼼히 기록했다. 말씀자료는 국정노트가 대신했다. 국정노트에 무엇을 기록했는지는 김 대통령만 알았다.

정통부 업부보고에는 김종필 국무총리서리(국무총리 역임)와 김중권 비서실장(현 변호사)과 김태동 경제수석(현 성균관대 명예교수), 국민회의와 자민련 정책위의장 등이 배석했다.

 

이날 정통부 업무보고는 배 장관의 정홍식 차관(한국정보통신기술협회 이사장) 등 간부 소개, 업무보고, 대통령과 토론, 대통령 말씀 순으로 1시간여 계속했다.

좌석배치는 김 대통령이 전면 중앙에 혼자 앉고 왼쪽 줄에 배 장관과 정 차관, 김동선 기획관리실장(정통부 차관 역임) 등 정통부 간부들이 , 오른쪽 줄에는 김 총리서리와 청와대 비서실장과 국민회의와 자민련 정책위의장이 앉았다.

 

김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정통부가 지식정보화 사회에 대비해 모든 국민이 컴퓨터를 쉽게 배울 수 있도록 교육 시설을 확대해 달라”면서 “고부가 가치 산업인 소프트웨어(SW)산업진흥책을 마련하고 우정사업 민영화를 추진해 달라”고 당부했다.

 

김 대통령은 또 “21세기는 정보통신산업이 국가 운명을 좌우하므로 정통부가 경제위기 극복에 견인차 역할을 해 주고 현재 22위인 정보화 수준을 5년 안에 10위권으로 진입할 수 있게 해 달라”고 강조했다.

 

배순훈 장관은 업무보고를 통해 “주요 정책과제로 △지식정보사회를 향한 정보화△ 정보통신 핵심기술 개발△ 전파 방송 산업 활성화 △우정사업 경영효율화 △경제난 극복 지원 대책을 적극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배 장관은 이를 위해 “외국인 투자유치를 위해 현재 유선 10%, 무선 33%인 지분한도를 폐지하고 유. 무선 33%인 외국인 지분한도를 49%로 확대하며 외국인 취득한도가 20%인 한국통신(현 KT)지분도 해외주식예탁증서(DR)발행 후 늘리겠다”고 말했다.

 

배 장관은 “2002년까지 정보통신부문에서 44만 명의 신규 일자리를 만들고 벤처기업 창업지원을 확대하며 중소SW 및 벤처기업이 대학졸업자를 인턴사원으로 채용 시 훈련비도 지원하겠다”면서 “ 2002년까지 세계 10위 정보선진국으로 도약하기 위해 총 32조원을 들여 2010년까지 초고속정보통신망을 구축하고 국민1인 1PC보급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배 장관은 이어 “각 급 학교에 전산교사를 배치하고 산학연 공동으로 차세대 이동통신 기술을 개발하겠다”면서“지상파 TV의 디지털화를 추진하고 우정사업 경영체제를 기업 형으로 바꾸겠다”고 덧붙였다.

 

배 장관은 김 대통령에게 △정보화전략회의 정례화 △부처별 정보화 책임자(CIO)제 시행 △정보화예산 사전조정 제도 도입을 건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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