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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현덕의 정보통시부<286>-DJ, "한국 정보화 수준은?"

[특별기획] 대통령과 정보통신부

by 문성 2013. 10. 14. 13: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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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중 대통령(사진)은 각부처를 방문해 토론식 업무보고를 받았다. 정보통신부 방문에서도 예외가 아니었다.

 

김 대통령은 배순훈 장관의 업무보고가 끝나자 정통부 관계자들과 토론회를 진행했다. 다음은 대화전문이다.

 

◆김 대통령=우리 정보화 수준은 어느 정도며 문제점은 무엇입니까.

 

◇ 배 장관=IDC 조사결과 우리나라의 전반적인 정보화 수준은 세계 22위권입니다. 컴퓨터 보급은 확대됐으나 SW 사용률이나 컴퓨터간 네트워킹(연결성)은 부족합니다. 국민 컴퓨터 활용도등을 높여 앞으로 5년 안에 정보화 선진국에 진입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김 대통령=국민의 컴퓨터 이용 확산을 위해 구청, 동회에서 컴퓨터를 배울 수 있도록 시설 및 교육기회를 확대해야 합니다. 정통부가 지도해 컴퓨터를 쉽게 배울 수 있도록 교육기회를 많이 만드는 것이 중요합니다.

 

◇ 배 장관=현재 전국의 우체국 3천500개소, 위탁 경영 우체국 700개 등 4천200개의 여유 공간을 활용, 컴퓨터방을 설치, 운영 중입니다. 이런 컴퓨터 교육을 동사무소나 구청으로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하겠습니다. 또 2002년 컴퓨터가 입시과목에 들어갈 예정이므로 올해 교사 양성과 컴퓨터 설치사업을 추진해야 합니다. 교육부와 협조해 방안을 마련하겠습니다.

 

◆ 김 대통령=미국의 정보통신 산업은 SW와 하드웨어(HW) 분야의 비율이 9대1인데 비해 우리나라는 반대인 것으로 알고 있어요. 그만큼 부가가치가 높은 분야가 낙후된 셈인데 현 상황은 어느 정도이며 SW 육성 방안을 무엇인가요.

 

◇ 배 장관=우리나라의 SW 불법 복제 이용률이 90%에 이르는 등 SW의 활용도가 낮은 편입니다. 현재 HW와 SW 비중은 HW가 약 75∼80%, SW가 15∼20%입니다. 정부 부처 예산에 매년 15%를 배정, SW를 구매하도록 권고중입니다. 앞으로도 SW 부문에 대한 지원을 확대하고 활용을 높이도록 하겠습니다.

 

◆김 대통령=그간 우리 정보통신 분야는 반도체에 지나치게 의존해왔어요. 반도체 외에 새운 전략 사업 분야를 개척해 나가야 합니다.

 

◇안병엽 정보통신정책실장=반도체가 전체 수출의 10%를 차지하는 등 수출에 기여한바가 큽니다. 현재 코드분할다중섭속(CDMA) 단말기 분야가 유망합니다. CDMA 단말기는 지난해 2억 달러를 수출했고 올해 수출액은 12억 달러에 이를 전망입니다. 이와 함께 CRT 평면유리, 디지털 TV 기술 등 전략 품목 10개를 선정, 중점 육성하겠습니다.

 

◆김 대통령=정부에 바라는 의견이 있으면 말씀해 주세요.

 

◇석호익 정보기반심의관=대형 국책사업 추진 시 정보화 계획을 반영토록 의무화 하게 해 주십시오. 현재 항만, 지하철 건설 등 총 사업비 1천억원 이상 사업 96개를 진행 중입니다. 이 같은 국책사업의 경우 현재는 시설 확충이나 현대화에 치중하고 있습니다. 싱가포르와 같은 국가에서 볼 수 있듯 정보화 계획을 반영, 투자하면 기존 시설의 효율성을 향상시키고 물류비 절감을 통해 생산성을 높일 수 있습니다.

 

◇서영길 우정국장=우편 서비스는 국민에게 없어서는 안 되는 핵심 서비스입니다. 서비스의 개선을 위해 기업 운영 기법을 도입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이른 시일 내에 우정사업 운영에 관한 특례법을 개정, 자율성을 확대하고 만성적인 우정사업적자를 해소하고자 합니다. 또 우정사업과 체신금융 사업을 전담할 우정사업본부를 설치, 운영하고자 합니다. 이에 대한 대통령님의 배려를 부탁드립니다.

 

◇구영보 국제협력관=급변하는 국제 정보통신 시장에 능동적으로 대처하고 시장 진출을 확대하기 위해 국제협력활동을 강화해야 합니다. 이를 위해 정보통신 주재관 파견을 확대해 주시기 바랍니다. 우리는 미국, 유럽연합(EU),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등 3개국에 주재국을 파견해 놓고 있는 반면 일본은 28개국에 해외주재관을 두고 있습니다. 향후 주재관 조정작업시 스위스,중국,일본 등 거점 국가에 정보통신 주재관을 파견할 수 있도록 해 주십시오.

 

이날 정통부 업무보고에서 김 대통령은 배 장관에 각별한 관심을 표시했다.

김 대통령은 마무리 발언을 통해 “ 유럽에 가 있는 배 장관에게 여러 번 전화를 걸어 ‘장관으로 수고해 달라’고 부탁했다”면서 “배 장관은 대기업 CEO출신으로 시장경제에 밝은 분이니 여러분이 잘 협력해 오늘 보고한 정보통신 업무를 성공적으로 추진해 주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대통령의 신임은 장관의 파워와 비례했다.

 

배 장관의 회고.

“김 대통령께서는 업무보고장 분위기를 부드럽게 해 주셨습니다. 보고할 때도 ‘격식 없이 편하게 이야기하듯 하자’고 하셨습니다. 정통부를 떠나면서 제게 ‘배 장관이 전문가이니 책임지고 지식정보화 정책을 잘 추진해 달라’고 당부하셨습니다.”

이날 정통부 대회의실 중앙에는 분홍색 진달래꽃 화분이 놓였고 벽에는 대형 동양화가 한 폭 걸려 있었다. 배 장관은 그림에 관해 일가견이 있었다. 배 장관의 부인은 서양화가인 신수희씨였다. 그런 배 장관도 대회의실의 동양화에 대해서는 잘 알지 못했다.

 

배 장관의 말.

“김 총리서리가 그림을 보더니 '좋은 그림'이라고 하더군요. 아는 게 많은 김 대통령도 동양화는 잘 모르는 듯 했어요. 김 총리가 그림을 보며 구체적으로 설명을 하더군요. 그 해박함에 놀랐습니다. 김 총리가 하도 칭찬을 하기에 ‘그림을 총리실로 보내 드릴까요’했더니 ‘ 괜찮다’며 손사래를 치더군요”

 

김종필 총리서리는 동서양 고전을 섭렵한 독서광에다 서예, 그림, 악기 등 예술에 조예가 깊었다.

정통부 연례행사 중 가장 중요한 대통령 업무보고를 잘 끝낸 정통부는 지식정보화에 시동을 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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