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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정스님 "봄날은 갑니다"

전원일기

by 문성 2014. 4. 7. 0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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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근교로 이사와서 처음 맞는 봄이다.

 

집 주변의 벚꽃이 화사하게 웃었다. 오늘은 뒷집에서 준 꽃잔디를 마당에 심었다.

런데 어제 비가 오고 난 뒤라 기온이 뚝 떨어졌다. 나도 피부에 와 닿는 바람결이 차가워 두터운 옷을 다시 꺼내 입었다쓴 모자가 날라갈 정도로 바람도 세게 불었다.  

 

하얀 자태를 뽐낼 벚꽃들이 땅바닥에 나딩굴었다지는 꽃잎을 보면서 문득 법정스님의 생전에 하신(2009419일 길상사) ‘봄날을 갑니다라는 법문이 떠올랐다과연 나는 이 봄에 밭이나 들판, 그리고 내 마음에 무슨 씨앗을 뿌릴까.

 

활짝 핀 자연의 꽃만 즐길게 아니라 나는 어떤 삶의 꽃을 피울지 생각이나 하고 있는가. 스님은 법문이란 형식을 빌어 우리에게 어떤 삶을 살지에 대한 질문을 던진 것이다.   

 

법정스님의 법문 중 일부를 소개한다.

 

"봄이 와서 꽃이 피는게 아니라, 꽃이 피어나기 때문에 봄을 이루는 것입니다.

만약 꽃이 피지않는다면 봄 또한 있을 수 없습니다.

 

꽃은 우연히 피지 않습니다.

 

계절이 바뀜에 따라서 그저 꽃이 피고 지는 것 같지만, 한 송이 꽃이 피기까지는 그 바탕에 인고 세월, 참고 견디는 그런 세월이 받쳐주고 있습니다.

모진 추위와 더위, 혹심한 가뭄과 장마, 이런 악조건에 꺾이지 않고 꿋꿋하게 버텨온 나무와 풀들만이 시절인연을 만나서, 참고 견뎌온 그 세월을, 꽃으로 또는 잎으로 펼쳐내고 있는 겁니다.

 

이와 같은 꽃과 잎을 바라보면서 우리들 자신은 이 봄날에 무슨 꽃을 피우고 있는지 저마다 한 번 살펴보십시오꽃이나 잎만 바라볼 게 아니라 내 자신은 어떤 꽃과 잎을 펼치고 있는지 이런 기회에 살필 수 있어야 합니다.

 

'꽃으로 피어날 그 씨앗을 일찍이 뿌린 적이 있었던가?' 준비된 나무와 풀만이 때를 만나 꽃과 잎들을 열어 보입니다. 준비가 없으면 계절을 만나도 변신이 일어 나지 않습니다. 준비된 자만이 계절, 시절인연을 만나서 변신을 이룰 수 있습니다.

 

인간사도 꽃과 마찬가지입니다.

멀리 두고 그리워하는 사이가 좋을 때가 있고, 때로는 마주 앉아 회포를 풀어야 정다워지기도합니다. 때로는 그립고 아위움이 받혀 줘야야 그 우정이 시들지 않습니다. 시물을 볼 때 그냥 보는 것이 아니라 인간사도 동시에 살필수 있어야 합니다.

 

자동명 법등명. 자신을 등불삼고 법을 등불삼으라고 부처님은 말씀하셨습니다. 본질적인 자아와 진실밖에 믿을 것이없다. 그 밖의 것은 다 허상입니다. 냉엄한 것 같아도 그것이 사실입니다.

 

이 눈부신 봄날! 새로 피어난 꽃과 잎을 보면서 무슨 생각들을 하십니까?

 

저마다 이 험난한 세월을 살아오면서 참고 견디면서 가꿔온 그 씨앗을 이 봄날에 활짝 펼쳐 보기 바랍니다.

 

'봄날이 간다'는 노래도 있죠? 봄날은 갑니다. 덧없이 지나갑니다. 제가 이 자리에서 미처 다하지 못한 이야기는 새로이 돋아나는 꽃과 잎들이 전하는 거룩한 침묵을 통해서 듣기 바랍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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