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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 이야기

전원일기

by 문성 2018. 9. 11. 1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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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라. 이제는 본체도 안하네

 

하루 서너번 씩 제 멋대로 우리 집을 제 집인양 다녀가는 귀여운 고양이가 있다.

처음에는 나를 보면 무서워 도망치더니 요즘은 태연자약이다. 도망은 커녕 한 번 쓰욱 쳐다보고 "나는 내 멋대로 살아요"라며 제 하고 싶은대로 한다.

 

집에 오는 고양이는 두 마리다. 한 마리는 누런 고양이고 다른 한 마리는 검은 고양이다.

 

집 고양이는 아니고 야생 고양이가 분명하다. 밤낮을 가리지 않고 제 기분대로 집에 와 쉬거나 잔다. 한밤중에는 현관 앞에서 자기도 한다. 마치 파수꾼 같다.

 

나는 집에서 고양이를 키운 적이 없다. 2년 전 집 앞 풀속에서 고양이 새끼를 발견하고 둘째가 우유와 과자를 준 적이 있다. 그후 어미 고양이가 새끼를 데리고 우리 집을 수시로 찾아왔다. 새끼 고양이는 앙증맞고 귀여웠다. 지금 집에 오는 고양이가 그 녀석들인지 알 수 없다.

 

고양이는 나와 안면(顔面)을 익히고 나자 나를 봐도 놀라거나 도망가지 않는다. 외려 한 번 쓰윽 쳐다보고 느릿 노릿 제 갈 길을 간다. 눕고 싶으면 누워 쉬거나 고양이 세수를 한다.

 

집 마당 옆 돌위에 누워 졸리면 잔다. 마당 평상 그늘은 고양이 전용 휴식처다. 여름 햇살을 피해 평상 아래서 사지를 쭉 뻗고 한 잔 신나게 자다가 어디론가 간다.

 

 

고양이가 순찰을 도니 좋은 점이 있다. 쥐가 사라졌다. 모르긴 해도 고양이 순찰 덕분이 아닐까 싶다.

 

엊그제는 돌 위 수석(壽石) 옆에서 누런 고양이가 수석과 키를 재보는 게 아닌가.

 

 

스마트폰으로 사진을 찍었더니 놀라 도망가기는 커녕 아예 고개까지 돌려 포즈를 취했다. 이 녀석 하는 짓이 귀엽다.

 

 

언젠가는 저녁 모임이 있어 밤 늦게 귀가하다 깜짝 놀란 적이 있다. 현관문 앞에 웬 동물이 앉아있는 게 아닌가. 놀라 쳐보다보니 고양이였다. 그후에도 현관문 앞에 앉아 있거나 자는 고양이와 몇 번 마주쳤다. 그러다 보니 마치 현관앞에 보초를 세운 느낌이 든다.

 

고양이를 볼 때마다 부처님 진신사리를 모신 강원도 상원사(上院寺)가 생각난다.

상원사 법당으로 오르는 계단 옆에 두 마리 고양이 석상(石像)이 있다. 그뿐만이 아니다. 고양이땅이 있다. 세조가 목숨을 구해 준 고양이에게 내린 토지다.

 

사연은 이렇다. 상원사에서 머물던 세조가 어느 날 법당에 들어가려는데 고양이 한 마리가 나타나 곤룡포 자락을 물고 잡아당기는 게 아닌가. 이상한 예감이 든 세조가 법당안을 살펴보게 했더니 불상 탁자 밑에 자객이 숨어 있었다고 한다.

 

세조는 목숨을 구해준 고양이에게 보답하기 위해 상원사 사방 80리에 이르는 땅을 하사했다. 이른바 묘전(猫田)이다.

 

상원사에는 세조와 관련한 일화가 많다. 세조는 재위기간 중 3차례나 상원사를 찾았다고 한다. 무더운 여름날 등에 종기가난 세조가 오대산 계곡에서 목욕을 했다. 오대산 계속 물은 맑고 한 여름에도 손이 시릴 정도다.

 

마침 지나던 동자승에게 등을 밀어줄 것을 부탁했다.

애야 내 등을 좀 밀어다오

 

그러자 동자승이 와서 등을 밀었다. 동자의 손이 등에 닿자 종기가 아물면서 시원했다.

 

세조는 동자에게 말했다.

왕을 만나 등을 밀어줬다고 하지 말라

 

그러자 동자승이 대답했다.

왕께서도 문수동자를 보았다는 이야기를 하지 마십시오

 

세조가 놀라 뒤를 돌아보니 동자는 보이지 않았고, 종기는 씻은 듯이 나았다.

 

세조는 화공에게 자신이 보았던 문수동자의 모습을 설명해 그림으로 그리게 했다. 현재 상원사 법당에 모신 문수동자좌상이다. 국보 제221호다.

 

상원사 주차장 앞에는 세조가 몸을 씻기 위해 의관을 걸어두었다는 관대걸이가 있다

 

상원사에 가면 고양이 상을 비롯한 문수동자좌상 등을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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