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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각 전원일기- 자연에게 배우는 감사함

전원일기

by 문성 2018. 11. 13. 16: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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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근교인 남양주시로 이사 온지 5년.  뒤늦게 전원생활의 진미를 체감한다.

전원생활이란 쉽게 말하면 시골생활이다. 전원생활하면 떠오르는 게 MBC 인기 농촌드라마 전원일기’(사진)다. 농촌에서 자란 이들에게는 향수를 불러 일으키는 드라마다.

지난날 그 시절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전원일기를 방송하는 날이면 온 가족이 안방에 모여 전원일기를 시청했다. 드라마속 김회장 역의 최불암은 국민 아버지로, 김회장 부인역 김혜자는 국민 어미니로 인기를 끌었다. 이 드라마로 인해 두 사람이 실제 부부로 오해한 이들이 많았다.

드라마는 12년 간 방송했다. 9801021일부터 20021229일까지다. 한국 드라마 사상 최장수다. 1088회에 걸쳐 방영했다. 요즘은 가슴이 훈훈한 이런 건전 드라마를 볼 수 없다.  

농촌이라는 배경과 소재를 통해 농촌을 떠나 도시로 간 사람들에게 농촌에 대한 실정과 그리움을 드라마로서 표현한 점이 특징이다.

5년을 맞이해 전원생활의 묘미를 조금씩 절감한다. 전원생활의 좋은 점이라면 단연 공기 맑고 조용하다. 간혹 내가 전원일기 드라마 속 인물같은 생각이 든다하지만 여전이 전원생활 초보자다.  산골 오지 출신이지만 도시에서 직장생활을 오래 하다보니 그동안 농사일과는 담을 쌓고 살았다. 농사일이 손에 익숙하지 않다. 

며칠전부터 낙엽이 하나 둘 땅위로 우수수 떨어졌다. 만법귀일 (萬法歸一) 일귀하처(一歸何處) 인가. 모든 걸 내려놓고 갈 때가 됐다는 가을의 신호다.

지난 주말, 텃밭에 심은 농작물을 모두 수확했다봄에 텃밭에 고추와 상추고구마를 심었다.  5일장인 남양주시 장현시장에 가서 모종을 사다 내딴에는 정성을 다해 심었다.

여름에는 반갑지 않은 불청객이 텃밭을 다녀가는 바람에 속앓이를 했다. 고라니란 녀석이 내려와 상추와 고추, 고구마 싹을 다 잘라먹었다. 철조망을 높이 다시 칠 수도 없고 그렇다고 농약을 사다 놓기도 싫었다. 게으른탓도 있다. 그보다는 무공해 농사를 짓고 싶었다.

고라니를 어떻게 막을 까 고민하다 욕심을 내려 놓기로 했다사는 게 별 건가. 사람과 자연, 사람과 동물이 공생하는 게 삶이 아닌가. 그래 네 놈이 얼마나 먹고 가나보자. 그 대신 걸리면  가만 안둬.  이런 생각으로 그냥 두고 보기로 했다. 다행히 이후 고라니의 텃밭 방문이 뜸했다. 치밀었던 분노가 물거품 처럼 가라않고 그런 사이 어느새 수확시기가 온 것이다.

다소 엉성하긴 해도 호미를 들고 고구마를 수확했다. 수확의 기쁨은 말로 표현할 수 없었다.  세상에 토지처럼 무상으로 베푸는 게 어디 있는가. 내가 땀을 흘려보니 논과 밭, 과수원에서 수확하며 짓는 농부들의 환한 미소를 조금이나마 알 듯 했다. 가을의 푸른 하늘이나 농부의 해맑은 웃음은 티없다는 점에서 같다.

고구마를 캐는데도 며칠이 걸렸다농부의 하루 일거리를 나는 며칠간 씨름을 했다. 호미로 고구마 주위 흙을 파내고 고구마를 꺼냈다. 하루 이틀 지나니 요령이 생겼다.  농사는 힘으로만 하는 게 아니다.

마지막 날, 내가 고구마를 캐고 있는데 지나가던 사람이 내게 말을 건냈다.

농사가 처음 이죠

-어떻게 아세요.
일 하는 걸 보면 알지요

그러면서 그가 남긴 말이 명언이다.

농작물은 주인 발자욱 소리를 듣고 자랍니다. 정성을 다하면 그에 걸맞는 보답을 하는 게 자연이고 농작물이죠. 날마다 심은 작물과 얼굴을 보며 대화를 해야 합니다.”

-어떤 대화를 하나요.

"'오늘은 컨디션이 어때. 밤새 잘 지냈어'. 그러면서 농작물 상태를 살피는 거죠."

그의 말에 '허허' 웃었다. 하지만 농사도 정성과 최선을 다해야 한다는 걸 강조한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어떤 일이건 최선을 다해야 보답이 있는 법이다.  

수확한 고구마는 흙을 털어내고 다시 크기에 따라 선별작업을 했다. 가뭄으로 인해 지난해에 비해 수확량이 많이 줄었다.  자랑할 게 무공해라는 점 밖에 없다. 평소 가깝게 지낸 몇분들에게 우체국 택배로 고구마를 조금씩 보내고 나니 마음이 흐뭇했다. 수확의 기쁨에다 나누는 즐거움이 더 해 진 탓이다. 

고구마를 수확하던 마지막 날 저녁 무렵, 아내와 나는 밀레의 만종(사진)을 이야기 했다.

만종은 하루 일을 끝낸 농부 부부가 신에 대한 감사 기도를 하고 있는 모습을 그린 작품이다. 우연히 그날은 저녁 무렵이었다. 석양을 쳐다보면서 내가 아내에게 말했다.

우리도 만종처럼 토지에 대해 감사기도를 합시다” 

나와 아내는 자연과 토지신에게 마음속으로 감사 기도를 했다. 마치 만종 주인공 처럼.

이 가을에 나는 자연에게 넉넉함과 베품의 미학을 배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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