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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각 전원일기- 눈 내린 산골은 적막하다.

전원일기

by 문성 2018. 11. 24. 15: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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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눈이 왔다. 발목까지 눈에 묻힌다. 폭설이다.

눈 내린 산골은 마치 물속에 잠긴듯 적막하다. 툭 하면 제멋대로 달려와 나무가지를 못살게 흔들던 바람도 숨을 죽였다. 아침 문안 인사하듯 떼지어 내려오던 새 떼도 모습을 감췄다. 이곳은 고요, 자체다.

첫 눈치고는 생각보다 많이 내렸다. 오전 7시부터 2시간여 내린 눈은 대충봐도 10cm에 달한.  마치 밀가루를 뿌리듯 눈발이 쏟아졌다. 무슨 첫 눈이 이렇게 많이 내렸는지 모르겠다. 베란다에 쌓인 마치 백설기 같다. 저 눈이 백설기라라면 얼마나 좋을 까.

사방이 은빛 눈이다. 뒷산이며 지붕과 마당이 온통 눈 천지다. 대문 옆 소나무에도 눈이 내려 앉았다세상을 온통 하얗게 만들었다. 눈이 내리면 한가한 사람들은 눈 구경에 신난다.

하얀 도화지처럼 산과 들이 눈이불을 덮고 있는 모습은 평화롭고 서정적이다나도 과거에는 그랬다. 눈이 내리는 날이면 가슴이 벌렁 벌렁했다. 이유없이 정처없는 여행을 떠나고 싶었다.   

지금은 생각이 변했다. 산골에 살다보면 눈이 결코 반갑지 않다. 불편한 게 한두 가지가 아니다. 우선 눈이 내리면 할 일이 많다눈치우는 일이 힘들다.  눈을 안치우면 길이 막히고 드나들때 빙판길이어서 불편하다.

나도 아파트에 살때는 눈 치우는 일은 경비 아저씨들 몫으로 생각했다. 단독주택으로 이사와서 보니 그게 아니었다. 자기 집 앞 골목길은 자신이 눈을 치워야 한다. 누가 대신해 줄 이가 없다. 행정기관에서 눈을 치우기 위해 조례를 만들고 과태료 부과 운운하는 일이 이해가 갔다. 자기 집 앞 눈을 안치우면 그게 얼어붙어 빙판길로 변한다빙판길을 걷다가 방심하면 나뒹굴거나 아니면 운전자의 경우 접촉 사고 나기 십상이다. 

폭설이 내리면 서울은 눈이 언제 왔느냐 싶을 정도다. 도로에 눈을 보기 어렵다.  말끔하다. 하지만 내가 사는 이곳은 지자체에서 뒷골목은 제설작업을 해주지 않는다. 눈만 내리면 빙판길이고 흙탕길이다. 서운한 생각이 들 때도 있다. 산골에 산다고 세금 안내는 것도 아닌데 왜 도로를 제대로 정비해 주지 않고 제설작업도 해 주지 않는가. 물론 지자체도 나름 사정이 있을 것이다.

눈이 내리면 산골은 외딴 섬으로 변하다. 이웃간 왕래도 없다. 질퍽거리는 눈길을 걸어 이웃에 찬바람 몰고 간 들 반가워 할리 없다. 그런 사정을 서로 안다. 집안에서 가족과 지낼 뿐이다.

눈이 내리면 산골마을은 침묵과 벗한다. 눈 내린 산골은 외롭고 쓸쓸하다. 하지만 눈이 오면 나 스스로 하얀 세상의 주인이다. 눈속에 나만의 고독 여행을 떠난다.  산골은 적막하지만 고독은 전원생활의 또다른 즐거움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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