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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각 전원일기- 농사는 자연과 관계맺기

전원일기

by 문성 2018. 11. 15. 15: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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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사는 자연과 관계맺기다.

자연과 관계속에서 씨앗을 뿌리고 가꾸고 가울에 수확하기 때문이다텃밭을 가꾸고 농작물을 수확하면서 자연에게 배우고 스스로 깨닫는 점이 한 두가지가 아니다. 이론이 아닌 체험을 통해 배우는 소중한 교훈이다 깨닫음에는 희열이 따른다. 가슴속 저 아래서 용암처럼 치솟는 기쁨이다

먼저, 자연에 대한 감사함이 마음속 깊은 곳에서 올라온다. 그런 점에서 을은 감사의 절기다. ? 아무 조건없이 무한정 인간에게 베풀기 때문이다. 자연이 인간에게 풍작이라고 추가로 요구하는 게 있나. 아무 것도 없다.

내가 텃밭에서 한 일이라고는 봄날 시장에 가서 고구마 순과 땅콩 씨앗을 심고 가끔 호스로 물을 뿌려 준 게 전부다. 농약을 주거나 비료를 주지 않았다. 그냥 내버려 줬다.

그런데도 자연은 내 노력에 비해 과분할 정도로 많은 농산물을 안겨 줬다. 아내와 고구마를 수확하면서 토지와 비와 바람, 햇빛에 감사했다.

토지처럼 넉넉한 마음을 가진 게 이 세상에 어디 있을까. 인간이 아무리 땅에 해코지를 해도 성내거나 원망하는 말이 없다. 성내기는 커녕 무주상 보시다. 무조건 베푼다. 고추도 마찬가지다고추 모종을 사다 심은 게 전부다. 누가 내 작은 노력에 비해 몇 배가 많은 수확물을 내게 준단 말인가. 여름내 싱상한 풋고추를 된장에 듬뿍 찍어 맛있게 먹었고 가을에 붉게 익은 고추를 한 소쿠리 수확했다

다음은 자연을 내 자신처럼 잘 보호해야겠다고 결심했다.

인간들은 자연속에서 태어나고 그 품에서 살다가 죽으면 자연속으로 돌아간다. 고 노무현 대통령은 이런 유언을 남겼다. “ 삶과 죽음이 모두 자연의 한 조각 아니겠는가?”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100년도 못사는 인간들이 자신 욕망에 눈이 멀어 자연을 훼손하는 일이 적지 않다. 자기 집 앞만 깨끗하면 그만인 듯 각종 쓰레기를 아무 곳에나 버린다. 농사할 때 사용한 비닐도 제대 수거하지 않고 내버려 두는 일도 있다.

나도 고구마와 고추 심을 때 쓴 비닐을 사용했다. 풀이 나오는 것으 막기 위해서다. 첫해 텃밭에 채소를 심을 때는 아무 것도 몰라 비닐을 덮지 않아 무성하게 자란 잡초들로 곤혹을 치렀다. 주위 사람들의 충고를 받아들여 비닐을 덮었다. 농작물을 수확한 뒤 비닐을 하나 하나 벗겨 쓰레기 봉투에 넣었다. 내가 자연을 훼손하면 풍요를 선사한 자연에 대한 배신이다. 준 것만큼 보답을 못해도 훼손해서는 안될 일이다.

14계절 중 가을이면 자연의 오묘한 이치에 전율한다때가 되면 그저 묵묵히 분수에 따라 행동한다. 절기에 맞춰 거취를 결정하는데 한치의 어긋남이 없다. 세월은 흘러가고 이 세상 살아있는 것은 소멸하기 마련이다. 생멸의 법칙이다.

자연은 가을이 오면 대지에 잉태했던 곡식과 과일, , 심지어 나무 잎조차도 훌훌 털어버리고 겨울을 맞이한다. 먹을거리는 인간에게, 나머지는 자연으로 돌려 보낸다.

전원에서 산다는 건 비움과 베품을 배우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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