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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 집무실 광화문 이전

이현덕 칼럼

by 문성 2019. 1. 12. 14: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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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중 정부 출범 초였다. 1998년초  어느 날

김광웅 당시 정부조직개편심의위 실행위원장은 청와대에서 걸려 온 전화를 받았다. 김 대통령이 부른다는 전화였다. 김 교수는 자타가 인정하는 한국 행정학 대가다. 역대 정부에서 행정개핵과 정부조직 개편에 깊이 관여했다.  그는 1972년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로 부임해 한국 행정학회장, 서울대 행정대학원장, 대통령자문 행정개혁위원, 행정쇄신위원, 한국공공정책학회장, 정부조직개편심의원 겸 실행위원장, 김대중 정부 초대 중앙인사위원장, 국회 정치개혁협의회 위원장 등을 역임했다. 현재 서울대 행정대학원 명예교수다.

"무슨 일인가?" 하며 청와대로 갔더니 김대중 대통령이 이종찬 인수위원장과 김중권 비서실장이 함께 있었다.

김 대통령이 청와대를 정부종합청사(현 정부서울청사)로 옮길 계획인데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물었다.

김 교수는 자신의 생각을 솔직히 말했다.

집무실을 옮기면 다른 부처가 일을 못합니다. 대통령이 드나들 때 경호도 문제입니다라고 말했다.

"그래요.  그럼 어떤 대안이 있습니까"

“집무실 이전 대신 국무회의를 종합청사로 와서 주재하시면 좋겠습니다

당시 김 대통령 집무실을 정부서울청사로 옮길 방침이었다 정부서울종합청사 3개 층이 필요했고 수리비만 89억 원이 들어가는 것으로 계산했다. 경호와 의전, 국민 불편 등이 문제점으로 나왔다. IMF상황이어서 이전에 필요한 89억 원이란 예산도 부담이었다.

김 대통령은 고심 끝에 집무실 이전 방침을 포기했다. 그 대신 재임중 국무회의를 종합청사에서 주재했다.

최근 청와대가 대통령 집무실 광화문 이전을 사실상 백지화했다. 이를 놓고 논란이 많다.

"퇴근 후 시장에 들러 넥타이 풀고 국민들과 소주 한잔 나누는 소탈하고 친구 같은 대통령, 문재인이 꿈꿔온 대통령의 모습입니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대선 때 제시한 선거 공약집 중 광화문 대통령부분에 나오는 구절이다. 대통령 집무실 광화문 이전은 문재인 대통령의 대표 공약 중 하나였다.

'광화문 대통령시대 준비위원회' 자문위원인 유홍준 전 문화재청장은 지난 4일 오후 춘추관 브리핑에서 "현 단계에서 대통령 집무실의 광화문 이전은 청와대 영빈관, 본관, 헬기장 등 집무실 이외의 주요 기능 대체 부지를 광화문 인근에서 찾을 수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밝혔다. 공약 포기에 대한 비판여론도 거세다. 청와대에서 수석과 비서실장으로 일한 문 대통령이 집무실 이전의 문제점을 알지만 표를 의식해 공약을 한 게 아니냐는 지적도 있다.

경위가 어쨌건 집무실 광화문 이전은 말처럼 간단한 일이 아니다. 현실적인 어려움이 많다.

우선 대통령이 근무하는 곳에서 100미터 이내에는 시민들의 집회는 물론 접근도 금지한다. 이경우 문 대통령 의도와는 달리 광장을 만들어놓고 사람이 올 수 없는 일이 생긴다.

집무실 이전할 공간 확보와 이전 비용도 문제다. 집무실을 광화문으로 옮기면 그에 따라 비서실과 경호처 등이 같이 가야 한다. 기존 청와대 집무실과 비서동 건물의 활용 방안도 마련해야 한다. 개인이 이사를 해도 고려할 점이 한 두 가지가 아니다. 하물며 대통령 집무실 이전은 개인 이사와 비교할 수 없이 고려 사항이 많다.

정부서울청사에 가 본 이들은 잘 알겠지만 공간이 좁다. 사무 공간과 주차 공간이 협소하다. 대통령 집무실을 서울청사로 이전한다면 현재 정부서울청사에 입주한 부처 이전 대책도 세워야 한다.   

대통령 집무실 이전은 한 정권을 떠나 장기 관점에서 다각도로 장.단점을 검토해 실행하면 좋겠다.  최근 세종시에서 세종시에 대통령 집무실을 만들자는 의견도 냈다. 대통령 집무실이 광화문에 있다고 국민과 소통을 잘 한다고 단언할 수 없다.  반대로 청와대에 대통령 집무실이 있다고 해서 국민과 단절한다고  할 수도 없다. 

대통령 집무실이 어디 있건 그건 핵심은 아니다. 핵심은 국민과 소통하려는 대통령 생각과 의지다. 대통령이 열린 마음으로 언제나 국민과 소통하고 싶다면 그 수단은 많다. 가령 퇴근 후 광화문에서   ' 넥타이 풀고 국민들과 소주 한잔 나눌 수도 있다' 그건 대통령 하기 나름이다. 대통령이 열린 마음을 가질 때 우리는  '친구 같은 소탈한 대통령' 모습을 볼 수 있을 게다. 결국 대통령 의지에 달렸다.  가야산 호랑이로 불리던 고 성철 스님이 "달을 가리키면 달을 봐야지 손가락 끝은 왜 보고 있나?"라고 말씀하셨다. 우리는 가리키는 달을 보지 않고 손가락만 가지고 논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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