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묵대사와 나한들과의 장난스런 일화 한토막.
진묵대사는 신도들이 어려움에 처할 때마다 나한전에 들어가 목탁으로 나한들의 머리를 '툭툭'치며 그들의 문제를 해결해 주라고 부탁했다. 그러면 나한들은 이마에 난 혹을 어루만지면서도 진묵대사의 청을 다 들어 주었다.
어느 날, 진묵대사가 혼자 볼일이 있어 산문 밖으로 나갔다.
길을 가는데 마침 사미승이 앞에 가고 있었다. 심심하던 차라 함께 가며 이야기를 나누었다.
앞에 큰 개울이 나타났다. 그러자 사미승이 진묵대사에게 말했다.
“스님 제가 먼저 개울을 건너가겠습니다. 물이 깊으면 돌아서 건너시지요”
“그렇게 하려무나”
사미승은 성큼 성큼 개울을 건너갔다. 이를 본 진묵대사도 개울 속으로 들어갔다.
그런데 웬걸. 중간 쯤 가자 갑자기 물이 깊어지는 것이었다. 진묵대사가 물에 빠져 허욱적 거리자 사미승이 급히 들어와 진묵대사를 부축해 물을 건넜다.
“스님은 물이 그렇게 깊지도 않은데 왜 그렇게 허둥대십니까?”
진묵대사는 '아차' 싶었다. 바로 나한들이 진묵대사에게 장난을 친 것이었다.
진묵대사는 나한을 보며 시 한 수를 지었다.
너희 열 여섯 어리석은 자들아
속가(俗家)의 잿밥만 축내는구나
신통한 술법(術法)은 제법이다만
대도(大道)는 내게 물어야 마땅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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