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묵대사에게는 누님이 한 분 있었다. 박복했던지 가난하게 살았다.
그 누님을 볼 때마다 진묵대사는 열심히 수행하라고 당부했다.
“누님 부처님 말씀에 따라 마음 공부 좀 하세요”
“알았네”
스님의 누님은 늘 “그렇게 하겠다”고 해 놓고는 실천은 하지 않았다.
그래도 진묵대사는 계속 간곡히 부탁했다.
“누님 살아서 마음공부를 하지 않으면 죽어서 극락에 가지 못합니다. 제발 제 말좀 듣고 수행을 하세요”
진묵대사가 계속 그렇게 말하자 스님의 누님이 나중에는 이렇게 대답했다.
“내 동생이 도인인데 설마 나를 그냥 둘라고... 나 대신 기도해서 나를 극락으로 보내 주겠지. 내가 걱정할 게 뭐 있겠나”
진묵대사가 기가 막힐 지경이었가. 그렇다고 누님한테 야단을 칠수도 없었다.
그러던 어느 날.
점심 시간이었다. 진묵대사가 점심을 먹고 있는데 마침 누님이 오고 있었다.
진묵대사는 이날 따라 누님이 와도 본척도 않고 밥만 먹고 있었다.
이를 본 진묵대사의 누님이 서운하다는 듯 말했다.
“아니 내가 스님의 누님인데 밥을 먹고 있으면서 밥을 먹어느냐고 물어 보지도 않고 그럴 수 있는가”
그러나 진묵대사가 빙그레 웃으면서 말했다.
“누님 지금 배가 부르지 않습니까?”
“동생인 스님이 밥먹는데 왜 내가 배가 부르겠나. 사람 놀리는가”
진묵대사가 말했다.
“그것 보세요. 누님 제가 밥먹는다고 누님 배가 부르지 않지요. 공부도 마찬가지입니다. 내가 공부한다고 누님이 도인되는 거 아닙니다. 누님의 업장은 누님이 공부해 씻어야 합니다. 누님이 마음 공부를 열심히 하면 누님이 극락가는 것이지 내가 대신 극락가는 게 아닙니다. 이제 아셨지요 ”
진묵대사는 그런 다음 누님에게 점심을 잘 대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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