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묵대사가 거처하던 봉서사에서 약 5Km 떨어진 곳에 당시 유학자인 봉곡 김동준이 살았다.
두 사람은 서로 오가며 교분이 두터웠다.
유학에 조예가 깊던 진묵대사는 어느 날 봉곡에게 주자강목을 빌렸달라고 말했다. 이 책은 송나라 주희가 지은 책으로 모두 59권이었다.
"스님이 보신다니 빌려 드리지요"
봉곡은 사람을 시켜 스님 뒤를 따르게 했다.
진묵대사는 빌린 책을 바랑에 넣더니 길을 걸으며 한 권 씩 꺼내 읽기 시작했다.
속독으로 한 권을 금새 다 읽더니 그 책을 길가에 '휙' 버리는 것이 아닌가. 뒤따른던 사람이 그 책을 다 주웠다. 진묵대사는 절 까지 가면서 나머지 책을 다 읽었다.
얼마후 봉곡이 진묵대사에게 물었다.
"책은 다 읽었나요"
"그럼요"
"그 내용을 다 알고 있소"
"다 알다마다요"
봉곡이 책을 꺼내 중간 중간 내용을 물으니 진묵대사는 한 글자도 틀리지 않고 다 대답하는 것이었다.
봉곡이 장난기가 발동해 진묵대사에게 다시 물었다.
"책을 다 읽었으면 돌려 줘야 하지 않소"
"책을 다 버렸습니다"
"아니 책을 버리다니요"
"고기를 잡으면 통발은 버리는 법 아닙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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