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인도 어떤 일을 이랬다 저랬다 하면 줏대없거나 갈대처사란 비난 소리를 듣는다.
집권 여당인 새누리당의 얼굴인 황우여 당 대표의 최근 언행을 보면 앞뒤가 맞지 않다. 무소신인지, 아니면 박근혜 당선인의 눈치만 살피는 것이지 납득할 수 없다.
판사출신에다 5선인 황 대표는 사람좋아 보이는 미소에 말도 사근사근하게 한다.
하지만 당 대표라면 소신과 결단력이 필요하다. 때로는 당 대표로서 정치 현안에 대한 총대도 멜수 있어야 한다. 당 대표가 중심을 잡고 있어야지 오늘은 이런 말, 내일을 저런 말하면 그에 대한 신뢰성이 없어진다.
새누리당이 처리해야 할 시급한 현안중의 하나가 이동흡 헌법재판소장 후보자 사퇴문제다. 2주째 답보상태다. 박근혜 당선인의 인사가 계속 헛스윙을 한 상태에서 보듯 이 문제는 처리가 급한 일이다.
이 후보자는 본인은 어떻게 생각할지 모르나 국민은 그를 외면했다. 도덕적으로 자격미달이라고 본것이다. 아니라면 그는 언론 보도나 야당의 정치 공세에 청문회에서 당당하게 의혹을 해명하거나 밝히면 될 터였다. 하지만 그는 그런 게 거의 없다. 그가 절호의 기회를 놓쳤다. 새누리당 청문의원조차 부적격 판정을 내렸다. 청문경과보고서 채택도 무산됐다. 이 후보자의 국회통과는 어렵게 됐다. 하지만 그는 후보직 버티기 작전에 돌입했다. 고교동문이라는 이한구 새누리당 원내 대표는 국민의 눈총을 받으면서도 그를 감싸고 있다. 이게 새누리당의 모습이다.
새누리당 황우여 대표는 1월 23일 이동흡 헌법재판소장 후보자의 특정업무경비 사적 유용 의혹과 관련, "(특정업무경비를) 콩나물 사는 데 쓰면 안되지..."라고 말했다. 황 대표의 이 같은 발언은 이 후보자의 부적절한 처신을 비판한 것이다. 이 정도면 이 후보자의 거취는 분명해졌다. 여당 대표가 이런 발언을 했다면 헌재소장 국회통과는 물건너 간 셈이다.
그런데 2주만에 상황은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로 돌아갔다. 청와대와 당선인, 이 후보자는 서로 해결의 짐을 상대한테 떠넘기는 형국이다. 청와대는 이 후보자가 부적격자라면서도 짐을 당선인에게 미루고 당선인은 청와대로 짐을 떠넘기고 있다. 이 후보자는 칩거 상태다.
새누리당 황우여 대표가 2월 4일 청문경과보고서 채택이 무산된 이동흡 헌법재판소장 후보자의 임명동의안을 국회 본회의에서 표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황 대표는 이날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헌재소장 후보자 청문회가 끝난 지 2주일이 됐는데, 최후의 결론을 채택하지 못하고 있다"며 "토론이 종결됐다면 본회의에서 의원 각자가 표결권을 행사하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게 무슨 말인가. 부적자로 국회에서 1차 판정했고 국민도 이를 수긍하는데 국회에서 표결처리하자는 당 대표의 의중은 무엇인가. 그가 앞서 한 발언과도 정면 배치된다. 새누리당내 반대도 상당하다. 당장 청문위원이었던 김성태 의원은 “발언의도를 납득할 수 업다”고 불만을 터트렸다. 황 대표의 발언 의도는 뻔하다. 당론으로 정해 이 후보자를 어물쩍 통과시키자는 것이다. 그게 아니라면 당 대표가 그런 발언을 왜 하는 가.
새누리당은 여전히 '부자정당' '웰빙정당'이다. 대선에서 정치쇄신하겠다면 온갓 공약을 다 해놓고 정권창출에 성공하자 부적격자를 국회의장이 직권상정하고 이를 표결하자는 게 타당하며 정치쇄신인가.
황 대표는 이 후보자가 헌재소장 자격이 있다고 생각하는가. 그는 왜 이랬다 저랬다 하는가. 그는 갈대 정치인인가. 여당 대표의 무소신 발언인 박근혜 당선인을 위하는 일인가. 당 대표가 갈대정치를 하면 결국 정권교체의 씨앗만 뿌리는 일이다. 문제를 당 대표가 앞장서 해결할 생각은 않고 사태를 더 혼란스럽게 하니 새누리당을 보는 국민 시선이 곱지 않는 것은 당연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