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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들이 시골맛을 알아"

전원일기

by 문성 2013. 12. 4. 21: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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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들이 게맛을 알아”

 

서울 근교로 이사와서 이 카피를 패러디해 봤다.

 

“니들이 시골맛을 알아” 시골맛이라는 건 시골 삶을 말한다. 좀 품위있게 표현하면 전원 생활이다.

 

서울 근교 주택으로 이사온 지 10여일 남짓. 아직 주택 생활이 생소하다.

도심 오피스텔에서 살다 막상 주택으로 이사를 하고 보니 좋은 점도 있고 나쁜 점도 있다.

 

첫째, 단연 공기가 청량하다. 도심 공해에 비하면 천국 공기다.

숨을 가슴속 깊이 들이키면 마치 숲속의 무공해 옹달샘 물을 마시는 기분이라면 좀 과분한가.

아침에 자고 일어나면 몸이 가쁜하다. 도심에서는 아침에 일어나도 온 몸이 무겁웠다. 머리가 띵한 적이 많았다. 근교는 그런 게 없다. 이웃과 술을 좀 과하게 마셔도 이튼날 아침에 부작용이 없다. 좋은 공기탓이라고 한다. 좋은 공기믿고 무한정 술을 마시면 절대 안된다. 건강하게 살려고 주택으로 옮겼는데 술 주정뱅이가 될 수는 없다.

 

둘째, 사람이 부지런해 진다. 절로 흥부가 된다. 쉬고 싶어도 일이 왜 그리 많은지 가만히 있을 수 없다. 잠시도 몸을 쉬게 놔두지 않으니 체력이 강해 질 수 밖에 없다. 에너지 소비량이 많으니 밥맛도 좋다. 소화도 잘 된다. 날마다 아침이면 현관과 대문 앞을 쓸어야 한다. 안 그러면 바람에 날려온 낙엽이 제 멋대로 딩군다. 주택에 살면 부지런한 흥부가 될 수 있다. 시골 사람들은 아침 6시면 일어나 움직인다. 이보다 더 부지런한 사람은 새벽4시경 일어난다. 도시에서 살 듯 밤중 까지 TV를 보다가 아침 늦잠 잘 생각은 버려야 한다. 늦잠 자다간 동네 사람들 입에 오르내리기 십상이다. 게을러 터진 집이라고 손가락질 받는다.

 

셋째, 소음이 거의 없다. 도심에서 24시간 듣던 자동차 소리는 가뭄에 콩나듯 간간히 들을 수 있다. 택배 차량이나 이웃에 오는 차량인데 하루에 손으로 꼽을 정도다. 개짓는 소리며 ‘꼬끼오’ 하는 닭 웃음 소리도 들린다.

 

넷째, 밤이면 하늘에 초롱 초롱 빛나는 별을 볼 수 있다. 도시생활을 하면 하늘 볼 일이 거의 없다. 이곳은 창문만 열면 곧바로 하늘을 볼 수 있다. 어린아이 눈처럼 하늘에서 반짝이는 별을 보라. 마음이 맑아진다. 아이의 맑은 눈을 보면서 느끼는 감정과 비슷하다.

 

다섯째, 가족과 대화 기간이 늘어났다. 도심에 살 때는 각자 시간에 쫒기다 보니 대화할 시간이 없었다. 근교는 오락이나 문화시설이 없어 일단 집에 들어오면 나갈 생각을 못한다. 나가면 귀가하기가 불편한 까닭이다.

 

여섯째, 이웃과 만남이 잦다. 나도 뒷집과 이사해 몇 번 만나 밥도 먹고 술도 한 잔씩 마셨다. 도심에서 이웃에 누가 사는지 조차 모른다. 엘리베이터속에서 만나도 누가 누군지 잘 모른다. 반장 얼굴이나 알까.

 

일곱째, 간식비나 푼돈이 안나간다. 백화점이나 할인매장이 사는 곳에서 먼 곳에 있다. 두 번 살 것도 한번으로 줄이고 가능하면 있는 것으로 해결한다. 간식은 고구마가 유일하다. 친척과 이웃이 준 고구마를 삶아 먹는 게 간식이다. 고구마맛이 일미다.

 

나쁜 점도 있다.

첫째, 몸이 고단하다.아파트나 아파텔 생활은 내가 손 볼 일이 별로 없다. 문제가 생기면 관리사무실로 연락하면 어지간한 일은 다 해결한다. 하지만 주택은 정 반대다. 못 하나 박는 일부터 모든 걸 내가 해결해야 한다. 아니면 사람을 불러야 하는데 돈이 들어간다. 공짜는 없다. 집안팍으로 눈만 돌리면 일꺼리다. 현관 잎 청소도 내가 안하면 누가 해 주지 않는다. 잠시도 쉴 시간이 없다

.

둘째, 도시보다 춥다. 도심과 온도 차이가 3-4도는 되는 듯하다. 이곳은 아직 도시가스가 들어오지 않아 보일러와 LPG를 설치했다. 집안에서도 두툼한 옷을 입어야 한다. 밖에 나갈 때는 모자까지 착용하는 게 좋다.

 

셋째, 불편한 점이 많다. 길이 시멘트 포장이 안 돼 비가 오거나 눈이 내리면 온통 흙탕이다. 며칠전 내린 눈으로 이곳은 중간 중간에 물이 고여 있다. 오갈 때마다 신발에 흙이 묻어 현관이 온통 진흙 투성이다. 비로 쓸고 그래도 모자라 걸레질을 해야 말끔해 진다.

 

넷째, 도시 생활보다 어둡다. 도시는 가로등과 주변 아파트나 등의 불빛으로 어둠이 밀려와도 환하다. 온통 사람들이다. 아파텔의 경우 입구부터 경비가 있다. 외부 인들은 입구에서 신분을 확인해 출입을 허용한다. 하지만 주택은 안전요원이 없다. 더욱이 주변에 가로등이 없어 해가 서산으로 떨어지면 어둠속에 파 묻힌다.

 

다섯째, 모든 일 만단디다. 신축 주택이라 이사 후 10여일간 TV와 인터넷, 전화 연결이 안돼 그야말로 적막강산이었다. 나름대로 사정이 있겠지만 도시와는 너무 달랐다. 시설이 잘 갖춰진 도시는 당일 처리가 가능하지만 이곳은 천만의 말씀이다. 

 

여섯째 쓰레기 처리가 불편하다. 아파트는 수시로 쓰레기나 음식물을 지정한 장소에 갖다 버리면 된다. 하지만 이곳은 일단 쓰레기 봉투를 구입해 쓰레기를 넣고 밖에 내놓으면 수거해 가는 식이다.

 

그래도 어릴적 시골 산골 생활에 비하면 궁궐생활이다.

어릴 때 살던 시골 집은 저녁에 군불을 땠다. 화장실은 바깥 한 구석에 있었다. 캄캄한 밤중에 화장실 가려면 무서웠다. 온수는 쇠죽 끊이고 난뒤 찬물을 데워 아침 세숫물로 사용했다. 창문은 창호지로 발라 외풍이 셌다. 

 

그에 비하면 얼마나 편한가. 배부른 소리다.

 

"나물 먹고 물마시고 팔을 베고 누웠으니 대장부 살림살이가 이만하면 족하지 않은가."

 

거듭 말한다. "니들이 시골살림살이를 알아". 행여나 시골살이 하고픈 분들에게 작은 참고가 될까해서 올린 글이다.

 

마당에 나가니 동쪽에서 달이 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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