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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변호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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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문성 2014. 1. 15. 06: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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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관은 건물 10층에 있었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9층에서 내렸다.

진접신도시에 있는 영화관. 휴게실은 구수한 팝콘로 가득했다. 여기 저기서 팝콘을 손에 든 사람들의 모습이 보였다.

 

경기 남양주로 집을 옮긴 후 처음 본 영화가 '변호인'이다. 

처음은 '광해- 왕이된 남자'고 두번 째는 '관상'이다. 모두 가족관람이었다.  

 

이번 영화도 예외없이 지난 일요일 오후  큰 아이가 " 변호인을 보러가자"고 했다.

나는 별로 내키지 않았다. 아내는 찬성했다.  언제나 그랬다. 저녁 7시 10분을 아이가 예매했다. 교통편이 불편해 집에서 6시 반경 차로 출발했다. 둘째는 회사에 출근하는 바람에 네 식구가 같이 영화를 보지 못했다.

 

영화관에는 영하의 날씨인데도 사람이 많았다. 중년 부부 모습도 보였다.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이 모티브가 된 영화라는 점이 이유가 아닌가 싶었다. 

 

 

영화 줄거리는 대충 알고 있었다. 그래서 재미가 있을까하고 생각했다. 영화를 보고 나니 그게 아니었다. 오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내가 나에게 "영화를 보러 가자면 제일 투털대다가 보고 나면 제일 좋아한다"며 핀잔을 줬다. 사실이 그러니 아내한테 할 말이 없다. 

 

영화 변호인’은 1980년대 초반 부산 지역 공안 조작사건으로 유명한 일명 ‘부림’ 사건을 소재로 했다. 고졸 출신으로 시대 상황과는 거리를 두고 세무 및 부동산 등기 전문변호사로 오직 돈벌이에만 몰두하던 송우석 변호사(송강호 분)가 부림사건의 변호를 맡으면서 인권변호사로 거듭 나는 과정을 섬세하게 그렸다.

 

우선 영화 구성이 섬세하고 재미있다.   

 

바캉스 한 상자를 사들고 선배 변호사를 찾아가는 송우석 변호사. 속칭 일류대 출신이 아닌 고졸이어서 돈이나 벌어보겠다며 부동산 등기 전문 변호사 명함을 주택 분양장에서 돌리는 장면. 돈을 가방에 가득 채워 집에 갔다 주는 장면. 그는 데모하는 대학생들에 대해서도 비판적이다. "데모한다고 세상이 쉽게 변하나"

 

그런 그에게 삶의 전환점이 찾아온다. 사법고시 준비 시절 신세를 진 국밥집 주인의 아들이 뜻하지 않은 시국 사건에 휘말린다. 주위 만류를 뿌리치고 변호를 맡으면서 인권 변호사로 거듭나는 인간적 면모를 실감나게 그렸다. 송강호의 연기는 지난해 추석 관상에서 익히 본 적이 있지만 여기에 국밥집 여주인역의 김영애, 검사역의 조민기, 고문경찰역의 곽도원의 감칠맛 연기는 영화의 몰입도를 더 높였다. 영화는 탄탄한 줄거리 못지 않게 배역이 중요하다.  

 

 

 

극중 재판에 등장하는 대사도 인상적이다. 상식적인 대사지만 가슴에 와 닿는다. 송 변호사는 법정에서 외친다. "대한민국 헌법 제1조 2항, 대한민국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 국가란 국민입니다" 

 

 

이 영화는 두 가지를 말해 준다.

 

하나는 자기 성찰이다. 지금 우리는 어디쯤 서 있는가. 정말 정부는 국민을 대변하는가. 국민 대신 권력을 가진 이들이 자신의 이익만 대변하는 건 아닌가. 아직도 숨어있는 부정과 부패는 어떻게 척결해야 하나. 위민정치를 정치인들은 하는가.국민은 살기 어렵다고 아우성인데 정부는, 정치권은 진정 국민을 위한 행정, 국민을 위한 정치를 하는가.

 

혹시 그들은 자신들의 기득권을 위한 행정, 정치를 하는 것은 아닌가. 국민이 현 정부에 대해 불통이라고 하는 이유는 무엇 때문인가. 숱한 물음에 우리는 스스로 답을 구해야 한다.  

 

다음은 과거를 거울삼아 희망의 미래를 설계해야 한다는 점이다. 이제 영화속의 불법 체포 구감같은 일은 절대 없어야 한다. 고문이니 조작이니 유권무죄니 유전무죄니 하는 소리가 나오지 않아야 한다. 원칙과 상식이 통하는 사회가 돼야 한다. 영화 속 세상이라면 가진 없고 권력없는 서민들은 어디가서 누구에게 호소해야 하나. 법은 서민을 외면하는데. 아들이 한 달째 소식이 없어도 국밥집 여주인은 속수무책이었다. 

 

이런 비정상적인 일은 바로 잡아야 한다.요즘 국정화두인 비정상의 정상화가 그래서 절대 필요하다.

 

세상은 하루 아침에 변하지 않는다. 노력하지 않고 얻는 건 없다. 이 영화는 주제 자체가 민감한 사회적 이슈다. 하지만 이런 과정을 통해 우리는 살맛나는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 

 

그나저나 영화사가 고 노 전대통령 덕을 본 건가. 아니면 고 노전대통령이 영화덕을 본 건가. 아니면 둘다 덕을 본 건가. 아무튼 아들로 인해 '과거의 거울'을 통해 세상살이를 한 번 더 생각해 본 영화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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