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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현덕이 만난 생각의 리더<61>중년창업 성공한 예비역 대령 차진섭 심네트 대표

[특별기획] 생각의 리더

by 문성 2016. 6. 17. 1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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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나가던 육군 대령이 어느 날 폭탄선언을 했다. “군복 벗고 창업하겠다.”

 

워게임분야 한국 선두업체인 차진섭 심네트 대표가 그랬다.  그는 육사를 나와 장군 진급 대상자로 정년이 6년이나 남았는데도 가족의 완강한 반대를 무릅쓰고 대령으로 예편했다. 이유는 오직 하나. 창업하기 위해서였다. 미 오하이오 주립대 산업공학 박사 출신인 그의 예편소식을 듣고 군 관련 연구소와 대학에서 좋은 조건으로 손짓했지만 창업 초심(初心)은 변하지 않았다.

 

19991월 예편한 그는 3월에 심네트를 창업했다. 17년이 흘렀다. 심네트는 그동안 최고 기술력을 바탕으로 매년 성장을 거듭했고 제대군인 고용 우수기업, 취업하고 싶은 기업, 일하기 좋은 으뜸기업, 유망 중소기업으로 뽑혔다.

 

차 대표를 69일 오후 서울 구로구 디지털로 심네트 사무실에서 만나 중년 창업 성공이야기를 들었다. 그에게 과거 대령 그림자는 보이지 않았다. 중후한 학자를 만난 느낌이 들었다.

 

 

-군에서 몇 년 근무했나.

육사 30기로 입교해 1974년 소위로 임관했다. 25년 군 생활을 마감하고 19991월말 창업을 위해 대령으로 예편했다. 대위 때 미국 해군대학원에서 산업공학 석사 학위를 받았다. 소령으로 육군교육사령부서 워게임 개발 과제를 맡아 한국 최초로 워게임 모델을 개발했다. 이후 미국 오하이오 주립대에서 산업공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차 대표는 귀국 후 육군본부 정책실과 기획관리참모부 운영분석장교, 한미연합사 운영분석단 부단장, 8군 모의센터 선임기획관 등 주요 보직을 거쳤다. 연합사와 미8군에서 워게임 분야 한국 측 대표 격으로 7년 간 일했다. 당시 한국은 워게임 시스템이 없어 미군이 개발한 시스템으로 분석, 훈련을 했다. 그사이 대령으로 진급했고 국방M&S 활용방안연구를 포함해 20편의 논문을 발표했다. 장군 진급 대상자가 됐지만 인생 진로를 변경해 창업에 도전했다.

 

- 어떤 분야를 창업하고 싶었나.

당시 미국 M&A(modeling and simulation)시스템은 한국 무기체계나 작전 환경, 교리와 맞지 않았다. 한국군 무기체계와 작전환경에 맞는 한국형 모델개발이 절실했다. 그 일을 해야겠다고 결심했다. 그게 인생 진로를 창업으로 꾼 이유다.

 

-가족 반대가 심하지 않았나.

가족 반대가 제일 심했다. 장군 진급 대상인데다 정년을 6년이나 남겨놓고 창업을 하겠다며 군복을 벗겠다는데 누가 찬성하겠나. 아내는 그게 말이 되느냐며 극구 반대했다. 주변에서도 무모한 도전이라고 말렸다. 예편소식을 듣고 대학과 군 관련 연구소에서 스카우트 제안이 있었지만 관심이 없었다. 한번 사는 인생인데 창업이란 새 일에 도전하고 싶었다.

 

-언제 창업했나.

19991월말 예편하고 그해 3월 중순 창업했다. 나를 포함해 3명이 시작했다. 군대는 전쟁에서 이기는 법만 가르친다. 기업 비즈니스에 대해 가르치지도 배우지도 않는다. 하지만 사즉생( 死則生)의 각오로 최선을 다했다.

그는 창업 준비를 철저하게 했다. 관련 기술을 확보하고 구체적인 비즈니스모델을 마련했다. 그 덕분에 창업과 동시에 컨설팅을 수주해 매출을 올렸다.

 

-중년 창업이고 낯선 환경에서 어려움을 어떻게 극복했나.

기업이 작을 때는 별 어려움이 없지만 규모가 커지면 자금 문제가 생긴다. 창업 3대 요소는 기술과 인력, 자본인데 이중 기술력은 확보했지만 자금 문제는 해결이 쉽지 않았다. 다행히 사업계획과 비전을 금융기관에 제출해 자금난을 해결했다. 내가 직접 겪어보니 어디서나 신뢰가 가장 중요했다. 금융기관에서는 사업계획 실현 가능성을 따지고 다음은 대표이사 신뢰도와 능력을 중요시했다. 창업자들이 명심해야 할 점이다.

 

-워게임의 한국 수준은

이 분야 세계 최고 수준은 단연 미국이다. 영국과 독일이 2위 그룹이다. 한국은 5위권에 속한다. 워게임 기술은 IT기술과 교전 논리, 데이터가 핵심이다. 한국은 그동안 미군한테 워게임 기술을 배우고 관련 데이터를 얻었다.

 

-워게임 자격증도 있나

워게임 모델 자격증은 HLA/RTI 인증을 받는 것을 의미한다. 그동안 한국군이 개발한 모델들은 미 국방성 산하기관에서 인증을 받았다.

 

-한국 기술인증 기관은

아직은 인증기관이 없다. 그동안 모델을 개발하면 미 국방성에서 무료로 인증을 받았다. 지금은 돈을 내야 한다. 그 돈 액수가 무려 1억 원이다. 이로 인해 방위사업청 산하 국방기술품질원에서 한국군 워게임 모델에 대한 HLA/RTI 인증업무를 수행하기 위해 준비 중이다. 2018년부터 인증한다는 목표인데 가능할 것으로 안다. 이는 막대한 국부 유출과 관련한 일이다. 하루빨리 우리가 인증해야 한다.

 

-북한의 워게임 수준은

북한 해킹 수준은 상당하다고 본다. 그러나 워게임은 초보 수준이다. 교전 논리와 데이터 생성이 어렵기 때문이다.

 

-자체 해킹이나 바이러스 보안 대책은

보안 대책은 거의 완벽하다고 자신한다. 이 시스템은 개발과 운용측면으로 구분한다. 개발은 업체에서 하지만 운용은 군에서 주관하다. 우리는 외부 인터넷과 분리한 독립환경에서 시스템을 개발한다. 해킹은 원천 차단한다. 회사 시설과 인력에 대해 군 보안기관의 보안인증절차를 거친다. 그동안 단 한 건도 해킹이나 바이러스 문제가 발생하지 않았다. 수시 보안점검을 받는다.

 

-ICT분야 전문직 예비역의 활용 방안은

군 정보화가 속도를 내면 관련 분야 전문직 예비역의 일자리가 늘어날 수 있다. M&S시스템 개발에도 이 분야 예비역의 풍부한 경험과 노하우가 필요하다. 이 분야가 커지면 일자리 창출에도 기여할 수 있다.

 

-중년 창업자들에게 해 줄 조언은

100세 시대 일자리 창출은 창업이 필수다. 하지만 창업에 성공하려면 철저히 준비해야 한다. 중년 창업에 실패하면 노후를 망칠 수 있다. 따라서 먼저 창업하고자 하는 분야 핵심기술을 확보해야 한다. 핵심기술없이 창업하면 성공할 수 없다. 음식점을 개업한다면 최소한 주방장 경험을 해야 한다. 막연하게 어떻게든 되겠지라는 자세로 창업하면 망한다. 또 시장조사와 미래 환경 변화, 비즈니스 결과를 사전에 시물레이션해 예비대책을 강구해야 한다. 위기는 예고 없이 찾아온다. 이때 예상 난관을 리스트로 만들고 상황별 대처방안을 준비해야 한다. ()에서는 이를 후보계획이라고 하는데 늘 차선의 대안을 준비한다.

 

차 대표는 자신이 경험한 과거 일을 소개했다. 미국 유학시절 박사 학위를 일정 기간 안에 받지 못하면 진급을 하지 못했다. 그러다 보니 공부하면서 엄청난 스트레스에 시달렸다. 그는 학위를 제 때 못 받아 진급 못하면 예편해 공인중개사를 하겠다는 후보계획을 세웠다. 그러자 마음이 평온해져 순조롭게 박사학위를 받았다고 했다.

 

-군 입대를 기피하는 젊은이들에게 하고 싶은 말은

군 입대는 인생의 낭비가 아니다. 삶의 폭을 넓히고 강인한 정신력을 키워주는 교육의 요람이다. 나는 가난한 집안에서 태어났고 군에서 공수훈련, 유격훈련 같은 고된 훈련을 다 받았다. 해외 학위 취득이나 창업 후 기업을 운영하면서 어려움이 부닥칠 때마다 이보다 더한 극한도 극복했는데 이걸 못 이기나라는 생각으로 위기를 극복했다. 군 복무자에게 가산점 혜택을 줘 조국을 내기 지켰다는 자긍심을 갖도록 해야 한다. 아니면 다른 보상책으로 사병 급료라도 대폭 인상해 주길 바란다.

 

-앞으로 계획은

한국형 M&S 모델의 질() 향상에 최선을 다 할 계획이다. 현재 외형은 선진국을 능가한다. 아랍권과 중동, 동남아에서 한국 M&S 경쟁력이 선진국에 뒤지지 않는다. 호주와는 수출 일보직전까지 갔지만 호주 측 사정으로 무산됐다. 질 향상을 위해 모의논리와 데이터의 지속 개발이 필요하다. 다음은 알파고와 같은 인공지능(AI) 개발이 절실하다. 미군은 워게임 모델에 오래전부터 AI를 적용했다. 우리는 아직 초보 단계다. AI를 활용하면 비용을 크게 절감할 수 있다. 회사가 성장하면 그간의 중년 창업경험을 살려 사회공헌 활동으로 스타트업 발굴 육성을 돕고 싶다. 특히 대기업오염 방지로 밝고 건전한 사회 구형에 기여하고 싶다.

 

심네트는 전체 직원 중 44%가 석. 박사 출신이다. 이달 말 경 서울 사무실 외에 대전 유성구에 3,729m2 대지위에 지상2층으로 1452m2 규모의 사업장을 완공할 계획이다.

 

-좌우명과 취미는

좌우명은 진안사대천명(盡人事待天命)’과 필생즉사필사즉생(必死則生必生則死)‘이다. 나는 결과보다 과정을 중요시한다. 과정마다 최선을 다하면 결과가 나빠도 수용한다. 다른 하나는 언제나 최선을 다하자는 것이다. 어떤 일이건 적당히 하면 성취할 게 없다. 취미는 바둑(아마 7)과 골프다.

 

도전하는 인생은 나이와 무관하게 아름답다. 차 대표의 중년 창업 성공은 새로운 도전을 꿈꾸는 꽃중년들에게 은빛 열정을 샘솟게 하는 자극제가 될게 틀림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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