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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현덕이 만난 생각의 리더<62>창업대사 류정원 힐세리온 대표

[특별기획] 생각의 리더

by 문성 2016. 6. 26. 16: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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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업대사인 류정원 힐세리온 대표(사진. 전자신문)는 경력이 별나다.  머리 좋은 멘사회원이지만 회사를 9곳이나 옮겨 다녔다. 프로그래머로 직장생활, 창업과 실패, 의학전문대학원 진학, 의사생활, 우주인 도전, 기업 임원, 재창업을 했다. 

정신없이 왔다갔다 했다. 세상에 없는 일을 해보고 싶었다. ” 

20122월 힐세리온을 창업, 세계 최초로 휴대용 무선 초음파 진단기를 개발했다. 그의 말처럼 당시 세상에 없는 휴대용 진단기였다. 현재 30여 개국에 수출한다.

류 대표는 제3기 대통령직속 청년위원과 창업대사로 활동 중이다. 미래창조과학부가 지난해 8월 창업생태계를 활성화하기 위해 위촉한 창업대사 17명 중 한 사람이다.

류 대표를 613일 오후 서울 구로구 다지털단지에 있는 힐세리온 회의실에서 만났다.

 

그는 창업을 권할 게 아니라 벤처창업생태계를 구축하는 게 시급하다면서 그렇게 하면 너도 나도 창업에 뛰어들 것이라고 말했다. 류 대표는 한국 창업지원책은 외국에 비해 많지만 정작 출구전략이 없다정부와 재계가 하루빨리 출구전략을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창업대사로서 그동안 어떤 활동을 했나

3기 청년위원회 자문기구로 창업분과와 일자리창출 분과위가 있다. 나는 창업분과위원장이다. 주로 창업자나 예비창업자들의 멘토역할을 한다. 창업버스를 타고 지방에 가서 창업희망자와 만난다. 군부대 에서 제대를 앞둔 병사들에게 창업 이야기도 한다. 의대생들을 대상으로 창업콘서트도 했다.

-활동하며 어떤 점을 느꼈나.

나는 청년창업사관학교 2기 졸업생이다. 누구보다 창업자들의 심정을 잘 안다. 그래서 멘토링을 많이 한다. 정부가 주도하는 창업 지원책은 외국 어느나라 보다 한국이 많다. 정책자금을 비롯해 중소기업청에서 도입한 팁스(Tips)제도 등 다양하다. 하지만 의외로 정부 지원프로그램에 대해 잘 모르는 사람이 많다. 전국 18개 창조경제혁신센터는 지역별로 특화사업을 지원한다. 충남은 태양광글러스터 구축이고 경남은 메카트로닉스 허브 등이다다. 원스톱 서비스다. 아이디어를 가진 창업자들이 해당 센터를 찾아가면 많은 도움을 받을 수 있다.

-현재 시급한 일은 무엇인가.

창업생태계 구축이다. 특히 누구나 재도전할 수 있게 하는 사회안전망을 만들어야 한다. 그래야 성실한 실패를 자산으로 만들 수 있다. 지금은 창업에 한 번 실패하면 신용불량자로 전락한다. 대표이사의 연대보증문제도 과거에 비해 개선했지만 아직도 미흡하다. 미국에는 대표이사의 연대보증제가 없다.

-창업시 가장 주의할 점은

창업할 때 대출받지 말고 투자를 받아야 한다. 투자자를 설득 못하면 사업 아이템을 다시 가다듬어야 한다. 그런 점에서 가장 중요한 건 창업자다. 외국은 연쇄 창업을 한다. 테슬라모터스 CEO인 엘런머스크는 페이팔을 창업해 이베이에 팔고 테슬라모터스를 창업했다. 지금은 민간우주항공기 개발사인 스페이스XCEO. 1년차 창업자는 금융기관에서 1억원 대출 받기는 쉽다. 문제는 그 다음이다. 1억 원이 큰 돈이지만 직원 1-2명 월급주고 몇 달 지나면 돈이 바닥난다. 나는 정부 창업지원프로그램인 팁스(TIPS)가 좋다고 생각한다. 사업은 투자의 연속이다. 미국은 3년 연속 흑자를 내지 못하면 대출을 안해준다. 나도 창업에 한 번 실패한 경험이 있다. 신용불량자 일보 직전 20122월 서울 중구 충무로 지인 사무실 구석에 의자 2개로 다시 창업을 했다. 하지만 대출을 받지 않았다.

-정부는 창업을 적극 권하는데

정부가 창업을 권하지 않아도 창업에 뛰어드는 창업생태계를 구축하는 게 먼저다. 미국이나 이스라엘, 중국을 보면 쉽게 이해할 수 있다. 우리는 창업출구(出口)가 없다. 창업해 돈을 버는 방법은 두 가지다. 하나는 상장(上場)이고 다른 하나는 M&A. 우리 기업은 상장이 80%M&A20%정도 구조다. 창업천국인 미국은 상장이 20%M&A80%. 그만큼 M&A가 활발하다. 우리 기업은 상장으로 가는 기간이 평균 10년 정도다. 의료기기는 20년 정도다. 창업가는 큰 기업을 만드는 사람이 아니다. 엘런머스크 처럼 벤처 사업가여야 한다. 그는 벤처기업을 대기업에 팔고 또 창업했다. 한국에도 그런 성공 모델이 많아 나와야 한다. 성공한 창업가가 많이 나오면 정부가 창업을 권하지 않아도 너도 나도 창업에 뛰어들 것이다. 그런 점에서 정부나 재계가 창업생태계를 만드는데 속도를 내야 한다. 유능한 젊은이가 공무원이나 대기업에 몰리는 이유는 간단하다. 창업해 봐야 실패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창업 출구전략을 만드는 것이 창업활성화의 지름길이다. 이스라엘은 내수 시장이 없다. 그래서 창업한 기업을 미국에 가서 판다. 우리는 이스라엘보다 더 여건이 좋다. 미국과 중국이라는 거대시장이 있지 않은가.

-그동안 직장을 몇 곳이나 다녔나.

남보다 많이 옮겨 다녔다. 여기저기 다니느라 바빴다.(웃음)

그는 중고등학교 때부터 컴퓨터와 전자공학에 빠졌다. 고교시절 성적은 반에서 중위권에 속했다. 서울에 있는 4년제 대학 입학은 불가능했다. 그러나 담임 선생님 격려에 힙입어 단기간에 성적을 올려 동국대 전자계산학과에 입학했다. 벤처기업에서 일하며 프로그램을 만들었다. 그러다 육군에 입대해 제대했다. ‘공부를 제대로 해보자1년 대성학원에서 재수해 서울대 물리학과에 합격했다. 2년학때부터 전자공학을 복수 전공했다. 그동안 8곳에서 일했다. 2001년 벤처 기업을 창업했으나 2년 만에 문을 닫았다. 세상은 내 생각대로 되는 게 아니라는 걸 그때 깨닫았다. 유학을 준비하다 벤처기업 CTO(최고기술책임자로)로 들어가 6년간 일했다. 2005년 의학전문대학에 진학해 의사로 변신했다. 우주인 선발에 응시해 최종 단계에서 탈락했다. 2009년 미국항공우주국(NASA)에서 항공우주의학프로그램을 한국인 최초로 수료했다. 한국의학연구소와 청구성심병원에서 의사로 일하다 20122월 힐세리온을 창업했다. 그는 멘사회원이다. 현재 KAIST에서 뇌과학 박사과정을 밟고 있다.

-뒤늦게 의학전문대학원 입학한 이유가 무엇인가.

미지의 세계에 발자욱을 남기고 싶었다. 두 가지 일에 관심을 가졌다. 우주와 인공지능(AI)분야다. 뇌과학을 공부하기 위해 의학전문대학원에 진학했다.

-우주인 선발에도 응모했던데

2006년 한국 최초의 우주인을 공모했다. 우주시대가 열린 것으로 판단해 응모했다. 당시 3600명이 응모했다. 심사가 엄격했다. 나중에 30명에서 최종 10명을 선발했는데 나도 그 안에 들어갔다. 우주인으로 선발된 고신씨는 대학 후배로 함께 심사를 받았다. 가장 힘든 게 신체검사였다. 30명에서 10명을 선발할 때는 공군병원에 일주일간 입원해 정밀검사를 했다. 별의별 검사를 다 받았다. 그런데 최종 선발에서 탈락했다.

-어떻게 했나.

너무 억울했다. 미국 항공우주의학(AM)을 정공해 비행군의관이 되고 싶었다. 그러자면 AM레지던트 과정을 밟아야 하는데 자격이 시민권자로 제한했다. 시민권을 얻으려면 7년이 걸렸다. 포기하고 2009년 여름에 한 달간 한국인 최초로 항공우주의학 프로그램 시험에 합격해 과정을 이수했다. 전 세계 의시들이 응모했는데 30여명을 선발했다. NASA는 관련 자료를 교육생에 다 공개했다. 논문도 제출했다. 나는 여전히 우주사업 꿈을 갖고 있다. 나중에 민간우주사업을 할 생각이다. 그런데 엘런머스크가 먼저 우주사업을 시작해 아쉽다(웃음). 지금 사업은 그길로 가기 위한 발판이다.

- 휴대용 무선초음파 진단기(소논)는 어떤 제품인가.

이 진단기는 우리가 세계 최초로 개발했다. IT와 의료기술을 접목했다. 미국 식품의약국(FDA)과 유럽 CE 인증을 받았다. 당연히 우리 식약청 인증도 받았다. 병원에서 흔히 보는 기존 초음파 진단기에 비해 가격이 10분의 1 정도로 싸다. 의사들이 언제 어디든지 휴대할 수 있다. 또 응급현장에서 영상정보를 스마트폰으로 전송할 수 있다. 기존 제품은 진단용 장비고 우리 제품은 청진기 개념이다. (책상위에 놓인 진단기를 보니 전기면도기와 크기가 비슷했다.)

-몇 개국에 수출하나

30여 개 국에 달한다. 우리는 총판 계약시 희망업체로부터 제안서를 받는다. 우리가 제안하지 않는다. 현재 10개 업체와 총판계약을 했다. 최근 의료시장이 큰 베트남에 일주일간 다녀왔다. 베트남 3대 대형병원 중의 한 곳인 백바이 병원과 진단기 보급과 진단교육 등 상호협력을 위한 업무협약(MOU)을 체결하고 12일 귀국했다.

-초음파 세계시장 규모는

기존 세계 초음파 시장은 7조원 규모다. 초음진단기를 청진기처럼 사용하는 일은 이제 시작이다. 2020년경이면 3조원 규모로 급성장할 것으로 본다. 이미 기존 초음파 시장은 포호상태다. 문제는 휴대용 진단기 사용법에 대한 교육이다. 나도 대학에 가서 응급 초음파 교육을 했다. 한국국제협력단(KOICA)같은 국제기구를 통해 공익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회사 수익이 늘면 규모를 확대할 계획이다.

-좌우명과 취미는

좌우명은 후회없는 삶을 살자. 취미는 스피드와 스릴을 즐기는 익스트림스포츠다. 암벽등반과 카레이싱과 스쿠버다이빙을 한다.

그는 태권도와 검도.킥복싱, 무예타이 유단자다. 저서로 우주를 향한 165일간의 도전’(공저)입문자를 위한 임베디드 시스템’(역서)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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