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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현덕이 만난 생각의 리더]<64>교수 출신 임채운 중진공 이사장

[특별기획] 생각의 리더

by 문성 2016. 7. 18. 2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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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채운 중소기업진흥공단 이사장(사진. 전자신문)은 교수 출신이다. 지난해 1월 취임했다. 임기는 3년. 36년 중진공 역사상 민간 출신 첫 번째 이사장이다. 그동안 이사장 자리는 정부 고위 관료나 군 출신이 선임됐다.

임 이사장은 자타가 인정하는 유통 전문가다. 경영학 교수로 재직하면서 중소기업 성장과 동반성장, 대중소기업 공정경쟁에 관해 줄기차게 쓴소리를 냈다. 중소기업 육성을 소망하는 충언(忠言)이었다.

중소기업은 산업의 뿌리다. 그런데도 그동안 중소기업은 대기업에 업혀 가는 신세였다. 정부 정책도 대기업 중심으로 흘렀다.

임 이사장은 취임 후 그동안 자신이 역설해 온 중소기업 육성 이론을 현장에 접목하는 실천전략 마련에 주력했다. 내부 조직 혁신과 중진공 사업 방향도 새롭게 설정했다.

임 이사장을 7일 오후 3시 서울 양천구 목동 서울사무소에서 만났다. 본사가 경남 진주에 있어 서울에는 현안이 있을 때만 상경한다.

그는 “대기업 성장 모델은 이제 유효기간이 끝났다”면서 “중소기업이 자생력을 확보, 세계 시장에 진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와의 인터뷰는 한 시간여 진행했다.


-교수 출신은 이론은 해박한데 현장에 약하다는 지적이 있다.

▲그런 우려를 주위에서 많이 했다고 한다. 현장에 약하고 대외교섭력과 조직 장악력에 의문을 품었다고 한다. 그동안 학계와 정부위원회, 대·중소 기업에서 쌓은 다양한 경험이 업무 수행에 큰 힘이 됐다.

임 이사장은 서강대 무역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미시간대 경영학 석사를 거쳐 미네소타대에서 경영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1995년 서강대 교수로 시작해 서강대 경영전문대학원장, 한국구매조달학회장, 한국중소기업학회장, 한국유통학회장을 역임했다. 동반성장위원과 적합업종 실무위원, 공정거래 조정원 대규모유통업거래 분쟁조정협의회 위원장, 하도급 분쟁조정협의회 의원, 소기업·소상공인 공제운영위원으로 폭넓은 분야에서 일했다.

-교수에서 이사장으로 일해 본 소감은.

▲이사장직은 공공 부문에서 봉사하는 자리다. 한국은 중소기업 정책이 잘된 국가다. 하지만 성장 기피나 피터팬 증후군, 좀비기업 같은 부작용도 발생했다. 나는 중소기업의 자생력 확보와 글로벌화가 시급하다고 본다. 과거 50년 동안 우리는 대기업 위주로 성장했다. 드라마를 예로 들면 대기업은 주연이고 중소기업은 조연, 벤처는 엑스트라 역할을 했다.

이제 대기업 성장 모델은 유효기간이 끝났다. 대기업 위주 정책이 양극화와 대기업 지배구조를 강화시켰다. 중소기업과 벤처, 청년창업 같은 창조경제 패러다임으로 전환해야 한다. 중소기업이 성장의 원천이 되려면 자생력을 길러야 한다. 내수시장에 안주하면 더 이상 성장은 불가능하다. 글로벌화를 해야 한다. 요즘 공단의 직원 모임 건배사는 `자글자글`이다. 자생력과 글로벌의 준말로, 이것이 중소기업의 지향점이다.

-취임 후 가장 역점을 둔 일은.

▲중소기업의 수출 증대와 고용 창출, 내부 혁신에 역점을 뒀다. 취임 첫해는 중진공의 사업 방향을 수출과 성과 위주로 전환했다. 제도 개선과 조직 혁신을 위해 중간 허리 층 10여명으로 태스크포스(TF)팀을 구성, 운영했다. 팀 명칭은 `독수리팀`으로 정했다. 독수리는 70여년 살지만 30년 쯤 지나면 날 수 없을 정도로 몸이 쇠약해진다. 이때 독수리는 높은 산 절벽 위에 올라가 환골탈태의 시간을 가진다. 수명 연장을 위한 인고의 시간을 이기면 강한 독수리로 거듭 태어난다. 중진공도 36년 역사다. 지난해 1, 2기 독수리팀을 운영했다. 현재 성과 평가 제도 개선을 위한 3기를 운영하고 있다. 팀에 중진공 문제점을 진단하고 처방전을 제시하라고 주문했다. 이들을 `독수리 10형제`라고 부른다. 독수리처럼 높이 날아서 멀리 보라고 강조한다.

-어떤 점을 주로 개선했나.

▲인사와 직원 채용 제도, 업무 방식을 개선했다. 임원 선임 시 공모-면접-평가 과정을 거친다. 외부 인사 청탁은 철저히 배제한다. 희망 부서 공모제, 팀장 풀 제도, 전문 직제를 도입했다. 비리 근절을 위해 원 스트라이크 아웃제를 시행하고, 인력 채용도 아웃소싱한다. 3급 이상 부서장 교육을 실시한다. 내가 중진공을 진단해서 `경영이란 무엇인가`에 대해 발표도 했다. 시험도 본다. 성적 우수자는 표창한다.

-올해 정책자금 지원 규모와 대상은.

▲정책자금 규모는 3조5100억원이다. 수출과 고용 창출 기업이 우선 대상이다. 정책자금 지원은 서류만 보는 게 아니라 현장에 직접 나가 심사한다. 정책자금은 고용이나 수출에서 성과를 내면 금리를 우대한다. 일자리 창출 기업은 운전자금을 5억원에서 10억원으로 확대했다.

-중소기업 글로벌화는 어떻게 지원하나.

▲중소기업 온라인 수출 거점 기능을 수행할 `온라인수출센터`를 구축한다. 정부에서 예산을 심의하고 있다. 제품 주문, 결제, 물류 배송 같은 수출 프로세스를 중단 없이 제공하는 `온라인수출 통합 플랫폼`도 내년에 구축할 방침이다.

-우수 인력의 중소기업 기피 현상이 심각하다.

▲가장 큰 이유는 임금 격차 때문이다. 취업자가 모두 대기업으로 몰린다. 그래서 2014년 8월부터 `내일채움공제`를 도입했다. 중소기업 재직자와 기업이 공동 납입, 5년 동안 2000만원 이상의 목돈을 지급하는 제도다. 가입자는 지난 6월 말 현재 1만4400여명이다. 근로자들의 주인의식 고취, 이직률 감소, 생산성 제고에 크게 기여했다. 강원도의 경우 중소기업 취업을 지원하기 위해 도비(道費)를 지원한다. 올해 100명을 지원한다고 한다. 중견기업까지 가입할 수 있고, 근로자는 제약이 없다. 전 직원이 다 가입한 기업도 있다. 소득세 감면 같은 혜택도 있다.

-기업이 망하면 어떻게 되나.

▲중진공에서 자산을 운용한다. 회사가 망해도 자금 지급에는 문제가 없다. 이와 별도로 중소기업에 취업한 청년들의 장기 근속과 자산 형성을 지원하기 위해 `청년 내일채움공제`를 올해 신설했다. 내일체움공제 사업과 연계한 사업이다.

-어떤 내용인가.

▲중소기업에 신규 취업한 청년 인턴 근로자가 2년 동안 300만원을 내면 정부와 기업이 각각 600만원과 300만원을 지원한다. 본인 납부금의 4배 이상인 1200만원을 받을 수 있는 제도다. 올해 1만명이 목표다. 5인 이상 중소기업이면 누구나 가입할 수 있다. 중소기업 인턴 경험이 있으면 은행과 공공기업에서 우선 채용한다.

-청년창업사관학교의 운영 성과는.

▲현재 안산(경기), 광주, 경산(경북), 창원(경남), 천안(충남)의 5개 지역에서 청년창업사관학교를 운영하고 있다. 지금은 기술창업 위주다. 기술은 기본이다. 기술이 우수해도 살아남기 어렵다. 평균 경쟁률이 3.4대 1이다. 10개월을 교육한다. 그동안 1215명을 배출했다. 코스닥 기업 100개 가운데 51.2%가 중진공 지원 기업이다. 그들의 노하우를 사관학교 교육에 적용한다.

-입학 대상과 선발 기준은.

▲만 39세 이하로, 예비창업자 또는 창업 후 3년 미만의 기업 대표 등이다. 1단계는 서류심사, 2단계는 심층심사를 한다. 최종 선발은 사업운영위원회에서 결정한다.

사진=박지호기자 jihopress@etnews.com<사진=박지호기자 jihopress@etnews.com>

-기존의 창업교육과 다른 점은.

▲창업 과정부터 사업화까지 전 과정을 지원한다. 교육생 대상으로 창업 역량 진단을 실시한다. 입교 수 2회 중간평가를 실시, 하위 10%는 퇴교 조치한다. 1대1 전담 코칭을 하며, 졸업작품전도 연다. 졸업생에게는 개발자금 지원과 사무 공간 제공 및 시제품도 만들어 준다. 창업자금으로는 1억원까지 지원한다.

-창업자가 유념해야 할 점은.

▲창업은 곧 학습이다. 초심을 잃지 않아야 한다. 항상 소비자 관점을 유지해야 한다. 처음부터 큰 시장을 노리면 그만큼 실패로 인한 위험성이 높다. 작은 시장을 노려야 실패해도 손실이 적다. 처음에 소박을 내야 중박을 내고 대박도 낼 수 있다. 미국 실리콘밸리의 경우 창업자는 세 번 실패한다고 한다.

-최근 논란이 된 팁스(TIPS)는 어떻게 보나.

▲2000년대 벤처 열풍으로 이름만 대면 알 만한 스타 벤처인을 다수 배출했다. 그러다가 묻지 마 투자 같은 부작용으로 벤처 열풍이 한풀 꺾였다. 어떤 정책이 부작용이 있다고 해서 제도 자체를 처음의 취지와 달리 규제 위주로 바꾼다면 애초에 기대한 정책 목표는 달성할 수 없다. 민간 혜택이 많아야 기업이 너도나도 앞다퉈 뛰어들고, 사업이 활성화된다. 기업은 돈이 되면 가만히 놔둬도 적극 참여한다. 선행 투자와 인력 활용, 채산성을 상쇄할 만한 인센티브를 줘야 기업들이 발 벗고 나선다. 제도를 악용한 사업자로 인해 제도를 복잡하고 까다롭게 규제하면 민간이 참여를 기피한다.

-좌우명과 취미는

▲성경 구절이다. `시작은 미약했으나 그 끝은 창대하리라.` 시행착오를 통해 얻은 경험을 학습하고, 학습한 경험을 통해 실패 확률을 줄여야 한다. 취미는 독서와 등산이다. 직원들과 인근 산에도 갔다. 감명 깊게 읽은 책은 최인호 씨의 `상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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