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 여 만에 공개석상에 나선 이건희 전 삼성회장의 연초 발언이 화제다.
"각 분야 정신 좀 차려라"
이 전 회장은 현지시각으로 9일 오후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CES 전시장을 가족과 함께 찾아 참관했다.
이 전 회장은 이날 한국 사회의 새로운 화두를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각 분야가 정신을 좀 차려야 한다"고 일갈했다.
그러나 구체적인 분야에 대해서는 "나머지는 상상에 맡긴다"고 말했다고 언론들이 전했다.
이 전회장이 어디를 겨냥해 발언인가. 선승의 문답처럼 각자가 생각하기에 달렸다.
그는 지난 95년에도 파격 발언으로 주목을 받았다. 대표적인 것이 “정치는 4류 관료와 행정조직은 3류, 기업은 2류” 발언이다.
당시 이 회장은 1995년 4월 13일 중국 베이징(北京) 디아오위타이(釣魚臺) 국빈관에서 국내 언론사 베이징 주재 특파원과 기자간담회를 가졌다.
이 자리에서 이 회장은 "행정규제, 권위의식이 없어지지 않으면 21세기에 한국이 일류 국가로 될 수 없다. 우리나라의 정치는 4류, 관료와 행정조직은 3류, 기업은 2류다"라고 말했다.
이 발언의 파장은 컸다. 당시 김영삼 대통령은 이 회장의 발언을 듣고 불쾌해 했다. 뭐, 정치가 4류라고. 자신을 향한 비난으로 생각했을 것이다. 가만이 있을 YS가 아니었다. 당장 이 발언의 저의가 무엇인자 파악해 보라고 지시했다. 이 발언으로 삼성측이 구체적으로 어떤 불이익을 당했는지는 알 수 없으나 곤혹스런 처지에 놓였던 것만은 사실이었다.
그보다 앞서 2년 전에는 삼성에 대해 극단의 혁신을 주문했다.
1993년 6월 독일 프랑크푸르트. 고 이병철 회장으로부터 경영권을 물려 받은 당시 이 회장은 프랑크프르트 발언을 했다.
그는 삼성에 대해 "마누라와 자식만 빼고 다 바꿔라"며 강도 높은 혁신을 주문했던 것이다. 어쩔 수 없는 인륜 빼고는 다 바꾸라는 것이다. 삼성은 비상이 걸렸다.
그의 발언은 초일류 글로벌 기업으로의 성장에 반드시 필요했던 브랜드 가치 상승을 이끌어내기 위해서였다. '신경영'으로 일컬어지는 이 메시지는 90년대 100위권 내에도 들지 못했던 그룹내 주력사인 삼성전자의 브랜드 가치를 급격히 높이는 단초가 됐다.
이 전 회장의 발언은 과거에 비해 내용이나 대상에서 차이가 있다.
처음 프랑크푸르트 발언은 혁신이었고 그 대상은 삼성그룹이었다. 두 번 째 발언은 정치권을 향한 발언이었다. 은중유골이라고 하겠다. 그리고 이번에는 모든 국민에게 던지는 발언이다. 정치와 경제, 사회, 문화 등 각분야가 그 대상이다.
이 전 회장의 이번 발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