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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순 전기기사, 노익장’

여행. 맛집. 일상

by 문성 2019. 1. 26. 1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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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 집안 LED조명이 고장났다.

전원주택으로 이사 오면서 절전 효과가 많다고 해 형광등 대신 LED전등을 방에 달았다. 조명 수명이 다했는지 갑자기 불이 안들어왔다. 방안이 동굴처럼 어둠컴컴했다.

도시 아파트에 살때는 관리사무실에 전화를 해 수리를 했지만 지난 시절 일이다. 전원주택은 모든 걸 내 손으로 해결해야 한다. 의자 위에 올라가 천정 조명 등을 떼냈다. 다음이 문제였다. 본체를 어떻게 떼내야 할 지 알 수 없었다. 이곳 저곳을 만졌지만 등 본체는 요지부동이다.

도리없이 1Km여 떨어진 버스정류장 앞에 있는 조명가게로 달려갔다. 스마트폰으로 찍어간 조명등을 보여줬더니 새로 교체할 LED조명등을 내눴다. 등값은 35000원이다.

출장비를 드릴테니 등을 달아 줄 수 없나요.”

저는 가게를 비울 수 없고 대신 이 분한테 연락하세요.”

출장비는 얼마인가요.”

다른 집은 더 받는데 15,000원만 주세요.”

집에 와서 알려준 번호로 전화를 걸어 집 위치를 말했다.

1시간여 후 곧 도착한다는 연락이 왔다. 마당에 나가 기다렸다. 소형차가 나타나더니 집앞에 멈췄다.

어서 오세요

순간 깜짝 놀랐다. 젊은이 줄 알았더니 나이든 분이 운전석에서 내렸다. 백발이지만 건강한 모습이다. 그동안 몇 번 에어컨이나 냉장고 등을 수리했지만 거의 30대였다.

“LED 등 달아 달라고 하셨죠

그가 승용차 뒷 자석에서 소형 사다리와 공구백을 꺼냈다. 힘에 부칠듯 해 공구 가방은 내가 들고 집안으로 안내했다.

소형 사다리를 방안에 설치해 놓고 올라가더니 달린 LED등을 쉽게 떼어냈다. 혹시 사다리가 흔들릴까 해서 사다리를 꼭 잡았더니 환하게 웃으며 말했다.

넘어질까 걱정하세요.”

오랜 경력과 기술 덕분인지 금새 LED 등을 달았다. 스위치를 누르자 방안이 대낮처럼 환했다. 작업이 끝나 인삼차를 한 잔 대접했다. 그가 말했다.

내 나이가 80이요. 용띠. 지난해만 해도 높은 곳에도 올라갔어요. 한해 지났다고 기력이 좀 떨어지네요.”

언듯 보면 70대 초반처럼 보였다. 허리도 꼿꼿했다.

가족이 쉬라고 하지 않나요.”

그런 소리를 해요. 그런데 놀면 뭐해요. 오히려 병나요. 일을 하니까 세월도 잘 가고, 건강에도 좋고. 나이 먹을수록 일을 하는 게 좋아요

그는 두 아들을 분가시키고 부인과 둘이서 살고 있다고 했다.

“LED등은 형광등에 비해 전기료가 절반 수준이에요. 현재 사용하는 형광등이 고장나면 LED조명으로 바꾸세요

지금은 백세 시대다. 김형석 연세대 명예 교수는 100세 인데도 강연을 한다. ‘100년을 살아보니라는 책도 펴냈다. 국민MC 송해 선생은 매주 일요일 전국노래자랑을 진행한다. 이분들에게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

요즘 유행하는 내 나이가 어때서라는 노래도 있다. 건강하게 자신이 하는 일에 즐거움을 느끼며 살다가면 얼마나 좋을 까. 인생에 정년은 없다. 그를 대문밖까지 배웅했다. 그의 뒷모습은 당당했다. 얼마나 보기 좋은 모습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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