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영 국방장관은 지난 7일 이른바 'VIP 쪽지'와 관련해 이명박 대통령이 아니라 청와대 국방비서관이 의견을 전달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그 메모지에는 “VIP께서 외교안보수석(국방비서관)을 통해 답변이 ‘어뢰’쪽으로 기우는 것 같은 감을 느꼈다고 하면서“라는 내용이 적혀 있다.
김장관은 이 메모는 국방비서관이 보낸 메모라고 했다.
김장관의 이번 해명은 이치에 맞지 않고 설득력도 없다. 국방비서관이 제 정신이 아니라면 몰라도 감히“ VIP께서 외교안보수석을 통해 답변이....”라는 내용의 메모를 국방부장관에게 보낼 수 없다. 그것도 지시내용이다. 대통령의 지시없이 이런 메모를 보냈다면 그는 문책대상이다. 대통령을 사칭해 제 멋대로 개인 메모를 보낸 것이나 같다. 상황이 이런데도 국방비서관이 메모를 보냈다니 그걸 믿을 사람이 몇이나 될까. 소가 웃을 해명이다.
더 어이가 없는 것은 청와대 설명이다. 청와대에서 의견이 들어와 ‘대통령’이라고 추측했다고 해도 그밑에서 일하는 사람이 모두 ‘대통령’ 뜻으로 해석했다는 것은 상식으로 가능하지 않다. 관료나 군대 생활 하루 이틀한 신병들이 아니다.
더욱이 국민에게 그 ‘VIP'가 ’대통령‘이 아니고 ’국방 비서관‘이라고 해석하라고 하는 것은 국민을 어린아이 수준으로 보는 일이다. 청와대에서 그런 식으로 해석해 일을 한 적이 한 번도 없다.
물론 청와대의 말못할 고민을 이해 못하는 바 아니다. 당장 북한연관설이 기장사실로 오해할 경우 경제살리기가 난관에 부딪칠 것이고 현 정부가 외교적 성과로 자랑하는 ‘G20회의 개최’도 불투명해질 수 있다.
그렇다해도 이건 아니다. 김 장관이 "청와대 국방비서관도 제 참모라고 할 수 있는데 의원들의 질문에 따라서 답변을 하다 보니 (발언내용이) 왜곡될 수 있다고 알려준 것"이라고 말했다지만 육군 준장이 감히 국방장관에게 제멋대로 그런 메모를 보낼수 있단 말인가. 국방부장관을 보좌하는 차관 등 기라성같은 장군들이 줄줄이 있는데.
김 장관의 이날 발언은 국방부의 해명과도 다른다. 국방부는 청와대가 보내준 팩스를 기획조정실장이 적어 보냈다고 했다. 해명 내용도 차이가 있다.
김장관은 군인시절 신망이 높았다. 청와대 국방비서관을 거쳐 사단장과 수방사령관 1군사령관, 합창의장 등 요직을 지냈다. 그랬던 그가 요즘 왜 허둥대는지 안타깝다. 그는 정치가가 아니다.
청와대나 김장관은 아무리 다급해도 국민이 납득할 수 있게 해명해야 한다. 이번 해명은 오히려 의혹만 키웠다. 관료조직이나 군사회를 아는 사람이 이 해명을 듣는다면 혀를 찰 일이다.
언제부터 청와대 비서관들을 VIP라고 한단 말인가. 아니면 대통령 말고 또 다른 VIP가 존재한다는 말인가. 침몰 사건도 과학적으로 원인을 규명하자면서 이런 앞뒤도 맞지 않는 해명을 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 넌센스가 춤추는 세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