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형오 국회의장은 스스로 ‘IT맨’이라고 자부한다.
그는 국회 과학기술정보통신위원장을 지냈다. 10여년 과기정위에서 활동했다. IT분야를 누구못지 않게 잘 알고 IT에 대한 애정도 남다르다.
그가 입법부 수장입장에서 특정 업무의 정부 조직개편을 제안했다는 점은 만시지탄이다. 하지만 IT현안을 정확히 지적하고 개선방향을 명확하게 제안한 것은 의미가 크다.
김의장은 2008년 이명박 정부 출범후 당시 인수위에서 정보통신부를 해체한 것에 대해서도 13일 기자들에게 밝혔다.
"새 정부 출범 당시 인수위에서 정통부를 발전적으로 해체하고 방통위, 문화부, 지경부, 과기부, 행안부 등으로 관련 기관을 나눈 배경에는 IT 단독이 아니라 IT 자체가 모든 산업과 연계된다는 것이 전제되어 있었다"면서 "그러나 2년 뒤에 그만큼 경쟁력이 나오지 않았고, 특히 모바일 분야가 반성해야 한다"라고 지적했다.
이는 곧 당시 인수위의 조직개편 방향이 옳지 않았음을 고백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그는 당시 인수위 부위원장으로 인수위 업무를 총괄했다.
김 의장이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부위원장 시절인 2008년 1월 16일 인수위는 정보통신부 폐지를 골자로 한 정부조직개편안을 최종 확정해 발표했다. 이에 따라 김영삼 정부가 94년 12월에 출범한 정보통신부가 14년 만에 간판을 내리게 된 것이다.
세상일은 참 묘했다. 이날 오후 4시 서울 남대문로 대한상공회의소 국제회의실에서는 IT분야 정부 기관과 기업, 협회 임원 등 500여 명이 참석한 정보통신인 신년 인사회(사진)가 열렸다. 새해 희망을 다짐할 IT인들의 신년회 날 정통부 폐지를 인수위가 발표한 것이다. 의도한 것은 아니지만 결과는 잔칫상에 재를 뿌린 것이나 다를 바 없었다.
한국정보통신산업협회(KAIT)가 주최하고 정보통신부 산하 34개 기관이 공동 준비한 이날 행사는 전,현직 장관, 국회의원, 통신업체 대표 등 500여명이 참석했다.
하지만 정통부 폐지발표로 파장분위가 역력했다.
신년회가 아니라 고별식 이 되고 말았다.
유영환 정보통신부 장관이 신년사에서 정부 조직 개편에 대한 불만과 섭섭함을 드러냈지만 메아리 없는 외침이었다.
유 장관은 “IT는 다른 산업과 달리 네트워크와 기기, 콘텐츠가 연관되는 데 오늘 발표를 보면 그 연결 고리가 끊어져 성장이 어렵지 않겠느냐”며 “정보통신부의 조정 기능이 필요할 때 부처 간 갈등이 재연될까 우려된다”고 덧붙였지만 소용없는 일이었다. 정통부 장,차관 등 고위층에 대한 불만도 터져 나왔다. 이 지경에 이르도록 뭘 했느냐는 반응이었다.
체신부 마지막 장관으로 정보통신부 출범의 산파역을 담당했던 윤동윤 전 체신부장관(한국IT리더스포럼회장)관은 인수위에 대한 비판의 속내를 숨기지 않았다. 윤 장관은 “인수위 외과 의사들이 정통부를 세 가닥으로 수술해 버렸고 대부분의 정보통신인들은 이것이 옳지 않다고 생각한다”고 인위에 직격탄을 날렸다. IT에 대해 잘 알지도 못하면서 생뚱맞은 ' IT인수분해론'이란 해괴한 논리를 가지고 정통부를 해체한 것에 대해 분노를 감추지 않았다.
참석자들 사이에서는 “산자부가 정통부에 흡수돼야 하는 데 거꾸로 된 것 아니냐”며 이날 발표된 정부 조직개편안에 대한 불만의 목소리가 높았다. 이들은 정통부가 해체되면 언제 이런 자리를 마련해 모두 모일 수 있을까하며 후일을 기약했지만 그것은 희망사항일 뿐이었다. 이후 이들이 한자리에 모일 기회는 오지 않았다.
이미 정부조직개편이란 버스는 떠난 뒤였다. 정부통신부는 서산의 지는 해처럼 14년만에 I역사속으로 몸을 숨겼다..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