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들 이러는지 모르겠다.
국민의 마음을 얻지 못하면 실패한 정치인이 되고 만다. 역사의 필연이다.
수도권에 내린 폭우로 수해가 났는데 이재오 특임장관은 마치 한강 기행기를 쓴 듯한 글을 트위터에 올렸다.
그는 이른바 강부자 내각에 속하지 않는다. 이 정부 실세지만 사는 게 서민과 다를 게 없다. 집도 좁고 고급 승용차 대신 자전거를 즐겨 타고 지역구를 누빈다. 털털한 외모만큼이나 언행도 소탈하다. 서민의 애환을 누구보다 잘 아는 고위 관료다.
그랬던 이 장관이다.
그는 서울, 인천 등에 100년 만의 기록적인 폭우가 쏟아진 다음 날인 23일 자신의 트위터에 “추석 시골길 코스모스 아름답다”며 “비는 쏟아졌지만 가족들이 다 모이니 좋았다”는 글을 올렸다.
이 장관은 “다행히 큰 피해는 없는 것 같다. 빗물이 지하방에 넘치거나 길가에 흙이 휩쓸려 쌓이거나 작은 불편이 군데군데 있었다”며 자신의 지역구를 돌아본 소회를 적었다. 여기까지는 괜찮았다. 불행중 다행이라는 의미였다.
문제는 다음이었다.
이 장관은 “불광천을 타고 한강까지 갔다. 환상이었다”며 “불광천에 팔뚝만한 물고기들이 유유히 놀고 청둥오리 백로들이 여유를 부리고 자전거 타는 사람, 뛰는 사람, 걷는 사람, 모처럼 태양 아래 마음껏 즐긴 사람들이 한강변을 가득 채웠다. 포토맥(워싱턴을 흐르는 강)은 저리 가라다”고 말했다.
이 장관이 수재민들의 지치고 아픈 마음을 조금이라도 헤아린다면 이런 글을 트위터에 올릴 수 없었을 것이다 . 서민을 자처하고 서민을 대변하는 이 장관이 민심과 이렇게 격리돼 있다면 이건 심각하다. 서민의 아픔을 이해못하는 공직자가 서민 정책인들 제대로 마련할 수 있는가. 기대난망이다.
물난리가 나 공무원들에 비상이 걸렸고 한강에 흙탕물이 넘실대며 흐르는데 환상적이었다는 말을 할 수 없다. 더욱이 포토맥은 저리 가라다 였다고 했다니 그답지 않다.
서민인 이장관도 권력에 취했나 보다. 한강변에 물구경 나온 사람들만 보이고 수재민의 허탈한 모습, 실의에 찬 얼굴은 생각도 하지 않았단 말인가. 이 장관이 90도로 절을 아무리 하고 서민과 소통을 말해도 이런 식이면 그의 언행은 쇼로 보일 수 밖에 없다.
수재민을 위로는 못해 줄지언정 가슴에 상채기를 내지는 않아야 할 일이다. 수재민에게 현금 얼마 주고 세금 감면이나 융자금 연기해 준다고 해서 그들의 마음을 달랠 수 있나.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마음의 고통을 나누는 일이다. 그들과 아픔을 함께 한다는 그들의 마음을 가져야 한다.
국민한테 걸린 괘씸죄는 처방전도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