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앗을 뿌려야 거둘 수 있고, 삶도 베풀어야 받는 것이다.
이처럼 세상 일에는 공짜가 없다. 그럴만한 이유가 다 있는 법이다.
이명박 대통령이 20일 청와대 출입기자들과 북악산 산행(사진. 청와대홈페이지)을 했다.
검은 안경에 밝은 표정.
대통령의 한 길 속내는 헤아릴 수 없으나 사진으로 본 이대통령의 얼굴에 근심걱정은 없었다. 환하고 밝았다. 내가 본 대통령의 얼굴 표정은 그랬다. 삶에 찌들어 웃음끼를 잃은 서민들의 우울한 표정과는 대조적이었다.
이대통령은 기자들에게 말했다.
“대통령 해먹기 힘들지 않았다. 내 임기는 5Km평지다. 내리막길은 없다. 신동남권 공항과 과학벨트는 ‘으샤 으샤해서 될 일이 아니다” 등등. '대통령 못해 먹겠다'고 말한 노무현 전대통령과 대비되는 발언이다. 듣기에 따라 묘한 느낌이 든다.
이날 저녁에는 청와대에서 한나라당 최고위원과 부부동반으로 만찬을 했다. 만찬에서는 와인과 막걸리를 마시다 나중에는 와인과 막걸리를 섞어 폭탄주를 마셨다고 한다. 이 자리에서 “ 개헌이나 4월 재보선, 국제과학비즈니스 벨트, 신공항 문제 등은 전혀 화제에 오르지 않았다”고 참석자가 전했다.
이 대통령은 민생과 관련해 “구제역 파동과 물가 상승, 전월세 문제 등으로 지금이 가장 어려운 때일 수 있다”며 “당청이 합심해 최대한 빨리 해결할 수 있도록 노력해달라”고 말했다.
발등에 불이 붙었는데 화급함이 없다. 현안에 대해 마치 남의 집 일 처럼 말했다. 당청이 합심해 노력해 달라?. 인식이 너무 안이하다. 대통령이 앞장 서서 해결해도 쉽지 않을 일인데 자신은 뒤로 쑥 빠졌다.
이런 말은 국민이 보기에 무책임하고, 더 나아가 배심감을 느낄 수 있다. 생색내는데는 도사고 책임지는 일에는 복지부동인 관료와 정치인들이 대통령 앞에서는 "예"하고 복창을 하겠지만 돌아서면 뜬구름처럼 어느 것 하나 제대로 되는 일이 없는 게 우리 현실이다.
한나라당은 21일 당 개헌특별기구를 구성키로 결정했다. 민심과 대비 되는 결정이다. 한나라당 정두언최고위원조차 ‘자신들만의 리고’라고 했다. 이보다 더 정곡을 찌른 표현이 없다. 국민은 안중에 없고 자기들 마음대로 개헌까지 할 수 있다고 믿는 것일까. 이해 못할 묘한 결정이다.
지금 나라는 온통 지뢰밭이다. 태평성대가 아니다. 비상사태다.어디서 폭발할지 모른다.
미숙한 구제역 대응으로 환경 재앙이 눈앞에 시시각각 다가오고 있다. 뒷북행정에 농민들은 분노하고 있다. 두번 일이기 때문이다. 여기에 여당 인사는 축산농가 울화만 돋구고 있다. 부산 저축은행 연쇄도산 및 계속되는 '뱅크런' 사태는 불통이 어디로 튈지 예측이 어렵다. 오늘도 현금 인출사태가 봇물터지듯 했다. 취업난에다 전.월세 가격과 기름값,물가는 폭등이다. 모두 시한폭탄이다.
국가정보원이 인도네시아 대통령 특사단 숙소에 잠입한 사실이 드러나 망신살을 사고 있다. 국격이란 말이 부끄럽다. 정보기관이란 말조차 하기 민망하다. 혀를 끌끌 찰 일이다. 손님을 불러놓고 그방을 뒤지다 들켰으니 고개를 들 수 없다. 이게 대한민국의 오늘이다. 반드시 책임을 물어야 한다. 국가안위를 다루는 부서가 이 정도라면 국가 위기다.
나라가 이런 상황이라면 대통령은 국정관리에 비상을 걸어야 한다. 청와대에 비상상황실이라도 설치해 대통령이 소매를 걷어붙이고 전면에 나서서 사태를 해결해야 한다. 그대도 쉽지 않은 일이다. 하지만 대통령은 그렇게 하지 않았다. 기자들과 산행하고 저녁에 ‘와막 폭탄주’를 마셨다. 그리고 말로 당부했다. 그 자리에서 누구도 제대로 될 것이라고 생각한 사람이 있을까 싶다.
서민은 죽겠다고 아우성인데 대통령은 여유있고 한가롭다. 서민들은 경제난에 전전긍긍하는데 대통령의 얼굴에서 결연함이나 절박함이 보이지 않는다. 국민의 절박한 문제에 대해 이 대통령은 언급하지 않았다. 그건 무슨 의미인가. 대통령은 힘들지 않다고 했다.
새봄이 오고 있지만 서민들의 가슴에는 좌절과 절망감에 스산한 찬 바람이 불고 있다. 희망이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말은 넘치는데 국민의 아픈 가슴을 어루만질 대통령의 언행이나 정부 대책은 찿아보기 어렵다.
국민은 지금 대통령에게 시비를 하고자 ‘으샤 으샤’ 하는게 아니다. 경제를 살리고 공약대로 일을 하라는 것이다. 폭죽터지듯 하는 나라의 각종 문제를 빨리 해결하라는 주문이다. 그러자면 국가기강을 바로 잡아야 한다. 대통령이나 정치권은 이를 알기나 하는가. 나라가 이 모양인데 야당은 입만 열면 '개헌'이고 '정권 재창출'을 외치고 있다. 개헌이 경제를 살리고 기강을 바로 잡아 주는가. 개헌하자면 진정 국민이 표를 던질 것이라고 믿고 있는가. 국민은 받은 만큼 정치권에 갚는다. 절대 공짜는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