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전파산업진흥협회(회장 정몽헌)는 그해 11월 15일 서울 팔레스호텔에서 현안인 ‘디지털 셀룰라 기술개발 세미나’(사진)를 열고 이동통신기술도입 방식에 관해 집중 논의했다.
사업자와 연구소, 학계 등의 관계자들이 대거 참석해 세미나는 성황이었다.
이 자리에서 박성득 국장( 정통부차관 역임. 현 한국해킹보안협회장)은 ‘새로운 이동통신 발전방향’이란 주제발표를 통해 “CDMA방식의 공동연구참여는 CDMA기술이 앞선 기술이라는 점은 인정한 결과”라며 “현재 퀄컴사에 우리 연구진 5명을 파견했으며 정부는 조기 개발을 추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해 11월23일 체신부는 전기통신을 총괄하는 1급 실장인 통신정책실을 신설하고 박성득 전파관리국장을 승진, 발령했다. 박 실장은 중앙전파감시소장과 통신정책국장, 절파관리국장 등을 두루 거쳤다.
후임 전파관리국장에는 이인학 통신정책국장(정통부 우정국장. 데이콤 감사 역임)이 전보됐다. 이정행 기술과장(중앙전파관리소장 역임)은 변동이 없었다.
하루 뒤인 11월 24일. 한국전자통신연구소 이영규 본부장은 이헌 부장(현 텔에이스 사장 )과 미국 출장길에 올랐다. 이 본부장은 12월 4일부터 5일까지 위싱턴에서 열리는 ‘차세대 이동통신기술 발표회’에 참석하기에 앞서 퀄컴사를 방문했다. 퀄컴사는 그간의 CDMA방식의 이동통신기술 현장 시험을 하고 있었다.
이 본부장의 기억.
“ 퀄컴은 그달 18일부터 시험을 했는데 계속 오류간 발생했다고 합니다. 그런데 우리가 그곳에 도착할 무렵, 오류가 해결돼 정상 작동이 됐다는 겁니다. 삼페인을 터트리며 무척 좋아하고 있었습니다.”
이 본부장 일행은 25일부터 4일간 퀄컴사의 시험차량에 CDMA통신시스템을 실고 시내를 돌며 시험통화를 했다. 건물이 밀접한 번화가와 지하도 등을 돌아 다녔다. 무선전화기처럼 생긴 휴대폰으로 대전으로 전화를 걸어 경상현 소장과 직접 통화했다. 이동중에 전화가 끊기지 않는지 5분여에 걸쳐 시험통화를 했다. 성능이나 통화음질이 우수했다.
이 본부장은 그곳에 머무는 동안 준비한 캠코더로 퀄컴사의 연구실과 시설 상황 등을 모두촬영했다.
이 본부장의 말.
“공항에 와서 보니 테이프가 감쪽 같이 사라졌습니다. 구체적인 증거는 없지만 추측하건데 퀄컴쪽에서 그 테이프를 빼낸 것이 아닌가 싶었어요. 증거가 없으니 항의도 못하고 그냥 왔습니다”
이 본부장은 12월4일 워싱턴으로 날아가 미국 이동통신산업협회(CTIA) 주최로 열린 ‘차세대 이동통신기술 발표회’에 참석했다. 이틀간 진행된 발표회에는 TDMA와 CDMA를 비롯해 새로운 방식의 이동통신 기술이 총출동해 경쟁하는 자리였다. 이 자리에는 이원웅 단장과 국내 산.학계 인사 등 10여명도 참석했다.
당시 미국에서는 TDMA가 대세를 이뤘고 CDMA는 주목받지 못하는 기술이었다. 첫날까지 그런 분위기였다. 둘째날인 25일 어원 제이콥스 퀄컴사장이 직접 나서 ‘왜 CDMA인가’라는 주제로 그간의 시험결과를 발표하면서 분위기는 일시에 확 바뀌었다. 제이콥스 사장은 샌디에고에서 시험한 비디오를 보여주며 기술적 우수성을 소개했다.
이 단장의 말.
“모든 참석자들이 깜짝 놀랐습니다. 분위가 확 바뀌었어요. 적어도 기술적으로는 CDMA방식이 성공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출장에서 돌아온 이 본부장은 미국에서 본 사실을 소상하게 보고서로 작성해 경 소장에게 제출했다.
이 본부장의 말.
“퀄컴은 시스템이 없었습니다. 그게 약점이죠. 그에 비해 우리는 이미 TDX-10을 자체 개발했습니다. 퀄컴의 RF원천기술만 들여오면 큰 문제는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CDMA기술은 퀄컴의 RF가 30%이고 우리 TDX-10이 70%입니다.”
그는 이런 내용의 보고서를 체신부 이인학 국장한테도 전달했다.
체신부는 그해 12월 17일부터 27일까지 여섯 차례에 걸쳐 산업계와 학계, 연구계 연석 회의를 열어 디지털이동통신시스템 개발을 검토했다. 회의에서는 디지털이동통신시스템 개발동향과 접속방식, 주파수, 공급시기, 산업체 참여방안, 신규사업자의 공급통신방식 등을 검토했다. 이어 검토내용에 대한 각계의 의견을 수렴해 최종 정책을 결정했다.
12월 18일 회의에는 이영규 본부장이 발표자로 나섰다. 체신부는 이자리에 미국 발표회에 다녀온 국내 관계자를 모두 참석시켰다. 이 본부장은 CDMA와 TDMA, NAMPS 방식의 시험결과를 구체적으로 보고했다. 마지막 6차 회의는 12월27일 오후 2시부터 7시까지 산.학.연 합동으로 열렸다. 총정리하는 최종 회의였다.
이인학 국장을 비롯해 이정행 기술과장, 한국통신 김영재 실장, 한국이동통신 성태경 상무, 데이콤 조성용 상무, 연세대 박한규 교수, 중앙대 김정기 교수, 경희대 진용옥 교수, 고려대 차균현 교수, 현대전자 김영철 이사, 금성정보 이원태 상무, 삼성전자 천경준 실장, 이영규 본부장 등 18명이 참석했다. 이정행 과장이 20분에 결쳐 항목별 주제를 발표했다. 이날 회의 사회는 박한규 교수가 맡았다. 논의 과정에서 TDMA찬성론이 나오기도 했지만 결론은 CDMA방식으로 가야한다는 것이었다.
한 해가 저무는 12월28일 토요일 오전 10시.
체신부는 윤동윤 차관(체신부장관 역임. 현 한국IT리더스포럼회장) 전파산업육성협의회를 열어 디지털시스템개발에 따른 산정방식과 신규사업자 공급 방식 등을 확정했다.
CDMA 첫 상용화로 가는 길에 가속이 붙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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