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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현덕의 정보통신부 그시작과 끝<123>

[특별기획] 대통령과 정보통신부

by 문성 2011. 7. 19. 13: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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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세기통신의 제2이동통신사업자 선정은 재계 자율로 단일컨소시엄을 구성한 특이한 방식이었다.

전국경제인연합회 회장단은 전원 합의제로 제2이동통신사업자를 선정했다. 이런 결정에 반발한 기업은 단 한 곳도 없었다. 말로 먹고 산다는 정치권도 일을 열지 않았다. 사업자 선정은 선수들이 심판과 감독역할까지 한 민간 최초의 정책 대행이었다. 5일간의 비공개 심사와 6차례의 재계 회장단 모임을 통해 그랜드 컨소시엄을 구성하기까지 전경련은 급박했던 돌아갔다. 시계추를 그 당시로 되돌려보자.

한 해를 마감하는 1993년 12월 30일.

체신부 이날 오전 전경련에 제2이동통신사업자 선정 컨소시엄 구성을 의롸하는 공문을 보냈다. 체신부 이인표 통신정책심의관(SKT 감사 역임)이 서울 여의도 전경련을 방문, 조규하 상근부회장(전남도지사 역임 )에게 공문을 전달했다.

체신부는 공문에서 컨소시엄 구성시 고려해야 할 9개항의 정부 측 지침을 밝혔다.

우선 컨소시엄구성 기간은 1994년 2월28일까지로 하고 데이콤과 한국통신(현 KT) 등 기간통신사업자의 대주주는 컨소시엄 참여에서 배제하도록 했다. 또 컨소시엄구성 지분 중 20% 정도를 외국기업에 배정하고 제2이동통신사업자는 국내에서 개발중인 CDMA방식을 적용토록 했다.

윤동윤 체신부 장관(현 한국IT리더스포럼 회장)의 회고.

“제2이동통신사업자 선정 관련 공문을 결재하려고 보니 CDMA방식으로 한다는 단서 조항이 빠져 있었어요. 차관 결재까지 난 서류를 되돌려 보내 그 조항을 넣도록 했어요. 그게 나중에 CDMA와 TDMA간 논란이 됐을 때 미국의 압력을 막는 방패가 됐습니다.”

전경련에 국민의 시선이 쏠렸다. 이날부터 전경련은 강행군을 이어갔다.

새해를 맞은 1994년 1월3일. 전경련은 사무국에 조규하 부회장을 반장으로 하는 이동통신대책반을 설치했다. 선정 원칙도 정했다. 모든 사항은 회장단 회의에서 만장일치로 결정키로 했다.

전경련은 1월15일 삼성그룹의 영빈관인 승지원에서 비공식 첫 회장단 회의를 열어 지배주주와 지분배분, 외국업체 선정방법 등을 논의했다. 이날 회의에서 선경그룹(현 SK그룹)과 쌍용그룹은 제2 이동통신 단일컨소시엄에 참여치 않기로 했다. 선경그룹은 대신 공개입찰을 통해 추진되는 한국이동통신 주식 매각에 참여, 한국이동통신의 지배주주가 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이에 회장단은 선경그룹의 이통매입을 적극 지원키로 했다.

전경련 회장단은 1월24일 지배주주를 선정키 위해 기업들로부터 신청서를 받기로 했다. 신청서에는 컨소시엄 구성 내역을 비롯, 영업.기술계획서, 특정지역 통신망 건설계획서, 전기통신 발전을 위한 계획서 등을 첨부토록 했다.

전경련이 2월4일 서류를 마감한 결과 포철(현 포스코)과 코오롱, 금호 등 3개 사가 지배주주 참여를 신청했다. 전경련은 2월 7일과 8일 서류검토를 하고 2월14일부터 18일까지 5일간 비공개로 면접과 합동심사를 실시했다. 전경련은 최종현 전경련 회장(작고)을 위원장으로 회장단 9명과 학계, 연구소 전문가 9명 등 18명으로 심사위원회를 구성했다.

외부 심사위원은 ▲김성기 서울대교수 ▲이남주 서강대교수 ▲서성무 중앙대교수 ▲김영우 과학기술정책관리연구소소장 ▲강민호 한국통신연구개발단 품질보증단장 ▲홍대형 서강대교수 ▲홍진표 한국전자통신연구소 정보통신표준연구센터 소장 ▲임명섭 한국전자통신연구소 계통연구실 실장 ▲이영희 한국전자통신연구소 통신망기술연구실 실장 등이었다.

심사는 영업과 기술, 경영 등으로 나눠 매일 오전10시부터 오후5시까지 진행했다. 심사장에는 지배주주 신청기업 회장을 비롯, 신세기이동통신 권혁조 사장(현 광운대 교수. 한국IT리더스포럼 감사)과 제2이동통신 송대평 사장(코오롱그룹 부회장 역임), 금호텔레콤 윤양중 사장(현 일민문화재단 이사장) 등과 관계자들이 참석했다.

무선접속과 시스템 설계 등을 심사했던 임명섭 실장(현 전북대 전자정보공학부교수)의 말.

“포철과 코오롱이 각축을 벌였어요. 최종현 회장도 참석한 가운데 심사를 진행했는데 역시 기업 CEO들은 관록이나 식격, 순발력 등이 뛰어 났어요. 심사위원들의 질문에 답변하는 태도나 내용에 관록이 묻어 나오더군요.”

심사평가에서 포철의 신세기이동통신이 1위, 코오롱의 한국이동통신이 2위를 차지했다.

권사장은 교환기업체 사장을 역임한데다 미 퀄컴과 팩텔 등을 주주사로 영입해 이 분야에 관한 지식이 해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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