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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현덕의 정보통신부 그시작과 끝<149>

[특별기획] 대통령과 정보통신부

by 문성 2011. 11. 8. 1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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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격이냐, 불합격이냐’

한국통신(현 KT)이 미AT&T사 5ESS-2000에 대한 성능시험에 착수한 1995년 4월.

서울시민의 ‘녹색허파’인 서울 도봉산에는 봄의 전령인 진달래가 붉은 꽃망울을 방긋 터뜨리고 있었다. 도봉산 아래 자리잡은 서울 도봉구 창동의 한국통신 도봉전화국(현 KT도봉지사) 방학분국은 자연이 채색한 도봉산 자태조차 감상할 마음의 여유가 없었다.

한미통신회담 합의에 따라 방학분국에서 5ESS-2000에 대한 제품 성능시험을 하기로 결정했기 때문이다. 한미양국의 시선이 방학분국으로 쏠리면서 이곳은 팽팽한 긴장감이 넘쳐 흘렀다.

한국통신과 미lAT&T사는 그해 3월 4일과 20일 서신교환을 통해 기존 합의 내용을 재확인 했다. 그것은 성능시험에 합격하면 인증절차를 거쳐 1995년말 입찰참여를 허용한다는 것이었다. 미AT&T사측은 한국통신이 성능시험을 시작하기도 전에 자사 제품을 그해 한국통신 조달에 참여할 것이란 기대감에 부풀어 있었다. 떡줄 사람은 생각도 않는데 김칫국부터 마시는 모양새였다.

그렇다면 많은 전화국 중에서 왜 방학분국에서 5ESS-2000의 성능시험을 하게 됐는가.

교환기 도입 업무를 총괄한 한국통신 이정욱 기술조정실장(그해 3월 한국통신 조직개편으로 기술조정실장 발령. 한국통신 부사장, 한국정보인증 사장 역임, 현 한국정보통신감리협회장)의 증언.

“ 크게 두 가지 이유가 있었습니다. 우선 방학분국은 신설국인데다 도심과 떨어져 있었습니다. 시험환경이 쾌적했습니다. 다음은 미아전화국을 집중국으로 하고 있어 다른 기종과 인터페이스 시험과 국간 중계 연결시험이 편했습니다.”

이 실장은 시험평가반을 구성했다. 한국통신 연구개발원과 통신망연구소, 국제통신본부 등 산하 10개관에서 전문인력 30명을 차출했다.

한국통신은 5ESS-2000의 시험 기간은 9개월로 잡았다. 성능시험 3개월과 현장 적응시험 6개월 등이었다.

한국통신은 AT&T사로부터 넘겨받은 시험용 교환기 5ESS-2000를 방학분국에 설치했다. 평가반은 그해 6월말까지 3개월여에 거쳐 필수항목 274개를 평가했다.

이 실장의 회고.

“ 시험용 교환기는 목적외 사용이 금지됐습니다. 교환기를 해체해서 그 성능을 분석했습니다. 미국측은 기술이전을 한국측에 하지 않은 상태여서 이 제품에 대한 한국측의 관심이 높았던 게 사실입니다.”

3개월간 성능시험을 실시한 결과 133개 항목이 불합격 판정을 받았다. 일반기능과 ISDN, 패킷, 지능망 서비스 기능 등에서 한국통신 기준에 미달했다.

이 실장은 그해 6월14일 김충세 AT&T한국지사장(한국쓰리콤사장. 포스데이타 고문 역임)에게 성능시험의 기준미달 사항을 통보하고 즉시 보완해 줄것을 요청했다.

그해 7월13일 미AT&T사는 불합격한 자사 교환기의 지능망과 패킷 기능 등을 보완하려면 1996년말이나 가능하다는 점을 한국통신에 통보했다. 미AT&T사는 대안(代案)으로 우선 1995년 교환기 입찰에 참여하고 교환기의 기능미비는 최대한 이른 시일안에 보완하는 방안을 한국통신이 수용해 줄 것을 요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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