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통신은 1994년 7월6일 정보통신부 이종순 정보통신협력국장(아태전기통신협의체 사무총장 역임, 작고)에게 이런 결과를 보고하고 후속 조치대책도 협의했다. 사태의 심각성을 잘 아는 경상현 정통부 장관(현 KAIST 겸직교수)도 정통부 박창환 협력기획과장(작고)에게 자세한내용을 파악토록해 그 결과를 보고받았다. 강문석사무관(정통부 정책기획과장, 현 LG유플러스 부사장)도 실무라인이었다.
한국통신은 미AT&T 제안을 수용할 수 없었다. 한국통신은 그해 7월 15일 교환기 성능시험을 중단했다.
이정욱 실장의 계속된 증언.
“시험결과가 불합격인 이상 도리가 없었습니다. 부적합사항을 보완해 주지 않아 시험을 할 수 없었습니다. 불합격 판정을 내리면 한미통신마찰이 불가피했습니다. 그렇다고 불량품을 구매할 수는 없는 것 아닙니까. 한국통신이 AT&T측에 조건부 교환기 공급자격을 준다는 것은 불가능했습니다.”
한국통신은 7월 24일자로 AT&T 월터 J 소사 아태지역회장 등에게 ‘성능시험 결과 기준미달인기능을 미측이 보완해 주지 않아 더 이상 성능시험을 진행할 수 없어 중지했으며 AT&T측 요구사항은 검토가 끝나는대로 정식 문서로 통보하겠다’는 내용의 문서를 보냈다. 이는 미AT&T측에게 공급자격 부여가 불가능하다는 통보나 다름없었다.
이후 한국통신과 AT&T사는 갈등관계로 변했다. 미AT&T는 미국정부를 앞세워 한국측을 다시 압박하기 시작했다.
이 실장의 말.
“ 미AT&T는 자사 5ESS-2000이 세계에서 가장 우수한 신형 전자교환기라고 자부했어요.한국통신이 제품 성능평가를 하는 것 자체를 내심 못마땅하게 여기고 있었습니다. 이런 판에 교환기가 성능시험에 불합격 처분을 받았고 조달참여가 어렵게 됐으니 가만히 있을리 없었습니다.”
한국통신은 미 USTR에도 AT&T 제품의 불합격 내용을 문서로 보냈다.
한미양국은 이에 앞서 그해 7월5일부터 6일까지 워싱턴에서 기술표준분야 한미형식승인 상호인증 추진을 위한 통신전문가회의를 열었다.
한국측에서 박정렬 정보통신부 기술기준과장(현 특허청 정보기획국장)을 수석대표로 최세하 사무관(한국정보통통신기능대학교수 역임. 현 개인사업)과 정현철 사무관(현 방통위 전파연구원 전파자원기획과장) 등과 전자통신연구소(현 ETRI)와 통신개발연구원, 한국생산기술연구원. 주미 한국대사관 관계자 등이 참석했다.
미국측에서 미USTR의 패트리샤 파오레타통신과장을 수석대표로 미 연방통신위원회(FCC), 상무부 등 관계자 등이 대표단으로로 나왔다.
회의에서 양국이 이견을 보인 유.무선 통신기기 형식승인 면제방식과 면제범위 등을 집중 협의하고 통신기기 상호인증협정 체결 등에 대한 양측 의견도 나눴다.
박 과장의 증언.
“한미간에 형식승인 상호 인정에 이해를 달리 하는 점이 있었습니다. 회의에서 서로 자국 관련 제도를 소개하고 질의 응답을 통해 한국측에 문제가 없다는 점을 확인시켰습니다. 한국측이 규제를 많이 하는 것이 아니라 객관적 기준에 따라 적용하고 있다는 점을 명확히 밝혔습니다. 우리가 미국측의 기준을 입수해 회의에서 근거를 제시했더니 미국측도 납득했습니다.”
회의 초반에 미 USTR측은 한국 인증제도에 대해 부정적인 시각이었다. 하지만 회의에서 미 FCC 전문가가 미국제도와 한국제도는 본질에서 같다고 인정했고 한국 제도에 대해 이의를 제기하지 않아 양측의 쟁점은 해소됐다.
이현덕의 정보통신부 그시작과 끝<152> (0) | 2011.11.15 |
---|---|
이현덕의 정보통신부 그시작과 끝<151> (0) | 2011.11.11 |
이현덕의 정보통신부 그시작과 끝<149> (0) | 2011.11.08 |
이현덕의 정보통신부 그시작과 끝<148> (0) | 2011.11.02 |
이현덕의 정보통신부 그시작과 끝<147> (0) | 2011.10.31 |